양재걸씨는 안산, 시흥지역에서 티브로드 케이블 방송을 설치하고 철거하는 17년차 케이블 노동자다. 양씨는 티브로드 소속이 아니다. 그는 ‘원청’ 티브로드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전국 47개 센터 중 하나인 한빛북부기술센터 직원이다.

십 년 동안 양씨의 월급은 30만 원 올랐다. 지금 230만 원이다. 회사는 매년 “원청에서 도급비를 더 따낼 수 있을 것 같다. 1년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생긴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9월 파업에 참여했다. 원청 사무실도 그때 처음 가봤다.

당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노사교섭이 이뤄졌다. 그런데 월급은 제자리였다. 양씨는 “(회사는) 이 항목에 있던 돈을 저 항목으로 넣는 식으로 해서 항목만 바꿨다”며 “지난해 싸운 게 허투루 돌아갔다”고 말했다.

회사는 완강했다. 올해 임금협상은 최종결렬됐다. 지난 10일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비슷한 시기 임협이 결렬된 씨앤앰 노동자들과 파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15일 저녁 협력사협의회는 ‘직장폐쇄’를 결정하고 17일 오전 단행했다. 돌아갈 곳이 사라졌다.

▲ 17일 오전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 씨앤앰지부,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있는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17일 오전 티브로드, 씨앤앰 노동자 천여 명이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 앞을 찾았다. 이들은 티브로드 협력사의 ‘동시다발적 13곳 직장폐쇄’ 윗선에 원청 티브로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새벽 직장폐쇄된 사업장은 모두 노조가 있는 곳이다.

이시우 지부장은 이날 집회에서 “파업을 벌이면서 협력사에 미안한 감정도 있었는데 우리를 길바닥에 버렸다. 차라리 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바지사장들이 파업을 깰 목적으로 ‘공격적 직장폐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동시다발 직장폐쇄는 ‘노조 깨기’ 전략으로 보인다. 협력사들은 일제히 직장폐쇄 전 ‘복귀 요청’ 문자를 보내고, 간부 파업 및 부분 파업 당시 업무공백을 문제 삼아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공문과 문자를 보내는 등 직장폐쇄 사전작업을 진행했다.

양재걸씨는 ‘생계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십 년 전도 그렇고 지금도 우리는 원래 어렵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급단가 높이라고 있는 협력사협의회가 원청 지시만 따르고 있다”며 “스스로 바지사장 노릇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날 집회에 참석한 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티브로드의 공격적 직장폐쇄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지난해 노동자들이 광화문 사무실을 점거했을 때 티브로드는 원청 임원이 참여하는 교섭을 즉시 약속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대응하고 있다. 티브로드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 (담당부서에서)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만 말했다.

‘케이블방송 비정규 노동인권 보장’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 중인 노동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공격적 직장폐쇄는 노동자들과 대화할 의지가 아예 없다는 것”이라며 “무노조, 반사회적 기업에 대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씨앤앰은 16일 교섭에서 직접고용 정규직에게 3% 인상안을 제시했다. ‘20% 삭감’ 요구를 받은 간접고용노동자에 대해서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씨앤앰은 최근 “두 달만 버티면 노조는 무너진다”는 입장으로 돌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 희망연대노조가 제작한 손피켓.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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