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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 최하위등급, 광화문에서 자는 이 남자들[현장]직장폐쇄 벼랑 끝 티브로드 노동자들 노숙농성 돌입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7.01 16:32

업계 1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티브로드 간접고용노동자들이 1일 서울 한복판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시우)는 교섭 결렬 뒤 지난달 2일 간부파업을 시작했고, 지난달 10일 파업에 들어갔다. 닷새 뒤 티브로드 지역센터 13곳은 동시다발 직장폐쇄를 결정했고, 지난달 17일 문을 닫았다.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협력사협의회는 교섭을 재개하자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제시한 안은 교섭이 최종 결렬된 당시 내용과 똑같은 안으로 전해졌다. 협력사협의회는 대신 파업을 조기 종료하고 각서를 쓰면 직장폐쇄를 풀겠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노조가 백기투항을 거부하자 교섭 재개 요청은 없었다. 결국, 노조는 길거리로 내몰렸다.

티브로드지부 이시우 지부장은 1일 태광 티브로드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사옥 앞에서 열린 ‘노숙농성 결의대회’에서 “오늘부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며 “희생도 낙오도 없이 진짜 사장 티브로드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스>와 만나 “해결될 때까지 350명 이상이 광화문 농성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는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 주변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350여 명의 노동자들은 이날 결의대회에 침낭을 싸매고 왔다. (사진=미디어스)

이시우 지부장은 “스무 살 때 ‘서른 살엔 열심히 해서 떳떳하게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과는 가진자의 변기에 물티슈를 넣어준 것뿐”이라며 “서른 때 ‘마흔에는 가족과 오붓하게 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우리는 여전히 구멍이 난 양말을 신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없으면 반성문을 쓰고, 눈치 보며 출퇴근을 하는 회사를 바꾸자”고 말했다.

노숙농성 주축은 ‘결혼적령기’ 30대 초중반 남성이다. 30대 중반의 전주기술센터 노동자는 27살에 티브로드에 들어왔고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는 “빨리 결혼하려고 했지만 직장 문제가 걸려서 못했고, 그 동안 돈을 벌어서 이제야 날을 잡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다”며 “내가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어 노조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31살의 전주기술센터 노동자는 3살 딸과 50일 된 갓난아기를 두고 노숙농성에 참여했다. 그는 “(파업 직후) 어머니께 전화를 받았는데 ‘어차피 이길 거니 걱정 말라.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직장은 그게 아니다’고 말하고 침낭을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SK에서 일하다 티브로드로 온 35살의 한 조합원은 “이 싸움을 지면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 1일 오전 진행된 노숙농성 결의대회에는 노동자 35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미디어스)

35살의 전주센터 노동자는 “선을 봤는데 설치, AS기사라는 말에 상대방 표정이 안 좋더라. 우리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최하위등급인데 정말 시민들에게 인정받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 노동조합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양기술센터의 34살 노동자는 “우리는 직장폐쇄로 쫓겨났다”며 “결혼하기 위해서 티브로드를 제대로 된 직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35살 노동자는 “티브로드는 자꾸 ‘당신들은 우리 직원 아니다, 협력사에 얘기하라’고 하는데 우리의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신서비스의 다단계하도급 문제”라며 “끝까지 싸워서 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결혼한 서울도봉기술센터 노동자는 “아내가 ‘잠깐 못 본다고 죽냐, 싸울 것 다 싸우고 돌아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파업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원청’ 티브로드뿐이다. 이들이 협력사에 지급하는 도급비가 사실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티브로드의 사태 ‘방치’를 두고 시민운동단체와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2일 티브로드를 ‘불공정 거래행위’로 고발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티브로드에 직접교섭을 촉구할 계획이다.

   
▲ 티브로드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직장폐쇄 슈퍼갑질, 티브로드 각오해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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