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 융합시대 영향력 인물 30인
지상파·케이블·위성으로 대변되던 방송미디어 시장은 현재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여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통신과 방송미디어가 결합된 다양한 플랫폼과 경계 영역의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미디어 빅뱅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송과 통신 영역으로 나뉘었던 정부 정책도 일대 변화를 맞고 있다. 방송통신융합 기구개편 논의가 지난 해부터 진행돼 왔으나 여전히 부처간 이해, 사업자간 경쟁구도 등 여러 관계와 입장이 중첩되면서 일정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정책·규제·진흥이라는 세 영역을 중심으로 방송의 독립과 공공성 확보, 방송과 IT산업의 진흥과 지원, 미디어 업계의 공정경쟁이라는 이슈와 화두를 어떻게 조화롭게 엮어나갈 것인가도 난제다.

<미디어스>는 창간 특집으로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이끌어 갈 영향력 인물 30인'을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물을 중심으로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지형도를 그려보기 위해 기획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한 각 분야의 실무진과 전문가 30명이 참여했다.

통신사업자와 재계쪽 인물이 높은 순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상파방송 KBS의 정연주 사장이 1위를 차지했다. KT 남중수 사장(2위)과 한국케이블TV협회 오지철 회장(공동 3위)이 그 뒤를 이었고, 기구개편과 해당 정책을 담당하는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그리고 검색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과 언론노조 대표가 10위권에 차례로 등장했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와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기구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정책적 의사결정권자들과 삼성, CJ, SK 등 재계 대표들은 20위권에 포진했다.

"방송 공공성 지켜내야" 1위 KBS 정연주 사장

▲ 정연주
방송·통신, 관계부처·위원회, 학계, 재계, 언론현업·시민단체 등 방통 융합과 유관한 모든 분야를 망라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KBS 정연주 사장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지상파방송, 특히 국가기간방송 KBS가 방송통신 융합 국면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와 전망을 보여준다.

정 사장에 대해서는 특히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도 여전히 공영방송의 영향력이 막강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방송의 공영성과 공익성을 구현해내야 하는 책임이 막중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의 공영방송 흔들기, 통신재벌의 영향력과 공세에 대응해 방송 시장의 다양성과 공적 역할을 수호하는 역할을 KBS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했다. 국가기간방송사 대표로서 향후 지상파 구조개혁 과정에 미칠 영향력과 콘텐츠 경쟁력에서도 KBS와 정 사장의 역할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8위의 MBC 최문순 사장과 25위의 SBS 하금열 사장을 빼곤 지상파방송 관계자들은 30위권 내에 더 이상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OBS경인TV 주철환 사장이 31위를 차지했고, EBS 구관서 사장은 51위에 그쳤다.

'막강한 자본과 네트워크' 2위 KT 남중수 사장

▲ 남중수
통신 분야에서는 KT와 SKT, 하나로텔레콤 등 주요 사업자들이 30위권에 포진했다. 특히 2위를 차지한 KT 남중수 사장은 막강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축적하고 IPTV 도입 이후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SKT 김신배 사장이 10위를 차지했고 하나로텔레콤 박병무 사장이 18위를 기록했다.

방송통신 융합 국면에서 다양한 서비스로 분주하게 판을 짜면서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는 케이블TV의 높은 순위도 방송시장의 변화 분위기를 대변했다. 케이블TV 업계의 수장격인 오지철 한국케이블TV협회 회장이 KBS 정연주 사장과 KT 남중수 사장에 이어 공동 3위를 차지한 것. 이밖에 케이블TV 업계에서는 30위권에 이관훈 CJ케이블넷 대표(19위)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방통융합에 있어 실질적인 의사결정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명인 방송위원회 최민희 부위원장은 공동 3위에 올라 정책라인에서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조사됐다. 최 부위원장은 미디어 분야의 공공성 수호와 탈규제 정책의 경계자, 방송현업과 시민사회단체에 미치는 영향력,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할 책임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동 3위 '케이블TV 약진' 한국케이블TV협회 오지철 회장
공동 3위 '방송 공영성·독립성 수호' 방송위원회 최민희 부위원장

▲ 오지철
▲ 최민희
5위와 6위 역시 관계부처인 정보통신부 유영환 장관과 조창현 방송위원장이 차지했고, 김덕규 국회 방통특위 위원장(11위)과 안문석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위원장(16위)도 순위에 올라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기구개편에 대한 관심이 입증됐다. 반면 또다른 관계부처인 문화관광부 김종민 장관은 33위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한편 방송위원회 정순경 기획관리실장(공동 27위)과 오용수 정책1부장(공동 29위)은 향후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에도 방통융합 관련 정책과 규제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실무형 인물로 꼽혔다.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 활동가 5명도 30위권에 진입했다. 우선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이 7위에 올라 방통융합 시대와 대선 국면에서의 언론노조의 역할이 강조됐다. 이밖에도 언론연대 양문석 사무총장(공동 19위)과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서중(24위)·신태섭 공동대표(공동 29위), 한국PD연합회 양승동 회장(공동 27위)이 정책 감시와 대안 제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최휘영 대표(9위)와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직을 사임하고 라이코스로 자리를 옮긴 이재웅 대표(23위)도 방통융합 시대의 영향력 인물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포털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창출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쪽에서는 삼성 이건희 회장(12위)과 CJ 이재현 회장(13위), SK 최태원 회장(공동 19위)이 방송통신 산업 전반의 수혜자이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CJ 이재현 회장은 영상산업과 미디어분야 자본의 대표로서 콘텐츠 업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선 주자들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4위에 진입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차기 정권이 미디어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방통 융합에 따른 미디어 정책방향의 큰 틀도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후보는 신자유주의적 매체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미디어의 공공성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또한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대통합민주신당)과 이재웅 의원(한나라당)이 각각 14위와 공동 19위를 차지했다. 정 의원과 이 의원은 현재 방송통신 기구개편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 지난 9월 17일 국회 방통특위 3차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의원 등은 '진흥(정책·집행)+규제(정책)부처, 규제집행위원회'안을 잠정합의했지만 같은달 28일 4차 소위에서 정 의원 등이 "방송정책권을 정부가 가져선 안된다"고 반대하면서 잠정합의안은 백지화됐다.

학계에서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17위)과 최성진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공동 25위)가 영향력 있는 인사로 나타났다. 방통융합 정책 전문가로서 관련 분야에서 씽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기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의 주요 인사들이 상위권에 등장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위성방송과 위성DMB 사업자들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TU미디어 서영길 대표가 50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안정적인 재정과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이 같은 결과로 표출됐다는 평가다.

30위권 밖으로는 KT 윤종록 부사장(31위), 강상현 언론학회장(공동 33위), SK커뮤니케이션즈 조신 대표(36위), 씨앤앰 오규석 대표, 정통부 이기주 방통융합기획단장(공동 37위), 차기 대통령(공동 42위), KTF 조영주 사장,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공동 45위) 등이 거론됐다. 외주제작사에서는 유일하게 김종학 프로덕션의 김종학 PD가 공동 45위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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