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임종석 전 비서실장 공천 배제로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은 절정부에 도달했다. 언론은 ‘다음 타자’는 누구인지, 집단 탈당까지 이어지는 것인지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것인지 등을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서울 중성동갑에 공천하느냐 마느냐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무슨 명분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 맥락이 문제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희생이 필요하고 그것은 불출마나 험지 출마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얘기로 논란이 시작됐다면 이 문제가 ‘뇌관’이 될 일은 없었을 거다. 그게 아니라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부터 꺼냈으니 ‘친명 대 친문’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거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공천 배제는 여당의 ‘운동권 청산론’에 대한 방어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대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한다면 일부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걸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 다만 그걸로 ‘운동권 청산론’의 함정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령 ‘임종석은 운동권 출신이라 배제한다면서 진보당과 선거연합 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은평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은평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권 또 심판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설명도 비슷한 반론에 부딪칠 수 있다. ‘여전사 3인방’이라고 하는 추미애 전 장관 활용론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는 보수인사들로부터 ‘정권 탄생의 공신’이라는 둥 비아냥의 대상이 되는 처지다. 여론조사 등 객관적 수치에 의해 ‘활용론’을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가 잡히지도 않는다.

결국 이재명 대표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확실히 만들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게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 의도에 대한 해석만도 몇 가지씩 제기된다. 지난해 체포동의안 처리 국면 등에서 반기를 든 인사들에 대한 복수설, 당권 재도전 등을 통한 ‘방탄조끼’ 강화설, 대권 재수를 위한 빌드업 설 등이 그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주류는 언론에 성의 있는 해명을 내놓거나 상황을 수습할 의사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늘 있는 '공천잡음' 정도로 상황을 묘사하거나 언론 보도 탓을 하는 게 거의 전부다. 이재명 대표의 “0점 맞은 분도 있다”는 발언이 다면평가 논란으로 번진 사안에 인재영입위 간사인 김성환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에 평가가 진행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취지의 글을 써 해명하려 한 것은 무슨 기준으로 정치적 판단을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결국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태도가 공천 기준이 됐다는 얘기고, 그게 ‘이재명 사당’이란 주장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류가 안이한 낙관론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신문 지상의 전문가 칼럼에도 이런 의심이 표현된 경우가 많다. ‘정권심판론’의 위력이 워낙 강력한 구도여서 어차피 야권의 승리가 점쳐지니 공천 파동에 의한 의석수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를 밀어 붙이겠다는 계산 아니냐는 거다.

이런 낙관론 검증을 위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이재명 대표는 이전에 총선 승리 기준을 151석으로 제시했다. 이번 총선에서 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등 제3지대와 정의당, 조국신당 및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친민주당 계열 정당이 가져가는 의석을 다 합치면 몇 석이나 될까? 일단 20석 정도라고 가정한 후 이재명 대표의 계산법을 따르면 국민의힘이 아닌 정당이 170석을 점하는 결과가 되고 나머지 130석은 국민의힘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계산은 공천 갈등 이전의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외에서 특히 한강벨트 등 서울 지역에서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애초 계산에서 10석이 빠진다고 치면 140석이다. 당연히 이건 국민의힘이 가져가게 될 거다. 이런 계산법대로면 오차를 감안해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점할 의석수 차는 10석도 채 나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런 상황에 이재명 대표와 당 주류가 ‘범진보 힘 합치면 과반 이상’, ‘대통령 개입 등 반칙에도 불구 여당 과반 저지’ 등의 논리로 총선 승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어떤 경우든 ‘승리’를 주장할 것이다. 당내에 ‘1당을 못했으니 패배’, ‘과반을 넘기지 못헀으니 패배’라고 주장할 세력이 남아있지 않다. 보수언론 등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의 ‘방해’에도 불구 ‘사실상 승리’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하며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 할 거다. 이런 흐름을 타고 정권 후반부 들어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되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유지 가능할까?

결국 이재명 대표의 구상과 미래를 기준으로 봐도 ‘총선 승리’가 우선이라는 거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재명 대표가 최근 여론조사 등을 들어 낙관론을 경계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문제는 경계만 해서 될 게 아니라 대응이 바뀌어야 하는데, 대응은 늘 그대로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거다.

여당에서 ‘윤심’을 등에 업은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이 ‘현역불패’마저 깨는 상황이 벌어져도 그쪽으로 시선이 쏠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상황이 더 심각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29일 한국일보 칼럼에 ‘전임정부 책임론’이나 ‘86책임론’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주장하는 기준이고 중앙정치 차원에서나 작동하는 것임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공천기준으로 활용하는 상황은 의아하다고 썼다.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근원적 문제는 한국 사람들의 불만이 집중된 지역-경제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이나 대안을 갖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고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이슈로 싸움의 전장을 확장시키지 못하는 한 민주당 자력으로 재반전 기회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거다. 차라리 ‘전문가 중용론’이었다면 어땠을까? 뒤늦게라도 낙관론을 버리고 전략을 재정비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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