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거대 양당이 비전·정책 논의 없이 상대당 공격수만 앞세워 22대 국회의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파동을, 국민의힘은 무개혁·무감동 공천을 벌이고 있다.

26일 동아일보는 사설 <‘운동권 자객’ ‘친명 무사’… 비전-정책 없는 싸움꾼 선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586 운동권 청산을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한 뒤 586 정치인을 겨냥한 자객공천을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하위 20% 배제, 친명계 호위무사 공천 등을 통해 비명계를 경선에서 떨어뜨리고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며 "양당 모두 영입 인재가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믿음을 주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총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오는 동안 양당으로부터 큰 비전이나 정책을 들은 기억이 없다. 대선 연장전 같은 전의(戰意)만 느껴진다"며 "두 정당이 국회가 할 일을 협소하게 여기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중략)여야는 상대 당을 몹쓸 존재로 만드는 것이 제1책무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총선 공천은 정당이 좋은 일꾼을 선보이는 동시에 4년간 펼칠 비전을 평가받는 자리"라며 "하지만 세금 더 써서 지역 개발하고, 세금 깎아주겠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경쟁 세력을 이기고 보자는 공천은 22대 국회 4년의 실패를 예고하는 것과 같아 씁쓸하고 불안하다"고 썼다. 

25일 민주당은 '사천' '정체불명 여론조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디앤에이를 향후 경선 과정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은 리서치디앤에이가 관여한 기존 조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1차 경선 과정에서 탈락했거나 '하위 20%' 평가를 받은 현역 의원들이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리서치디앤에이는 민주당 총선 경선 ARS투표 시행업체로 뒤늦게 추가 선정됐다. 중앙일보는 26일 정필모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원장이 경선 조사업체 추가 선정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사퇴했다는 '복수의 민주당 당직자' 전언을 [단독]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사퇴 전날인 지난 20일 "리서치디앤에이 추가 선정 과정을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조사 결과, 리서치디앤에이 추가 선정 논의는 투표 분과 위원들이 참여한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뤄졌다. 업체 선정을 주도한 선관위원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선관위 바깥에서 지시를 받았지만, 누군지는 말을 못 한다"고 답했다. 

공천 사무를 총괄하는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의 거취 논란도 이어졌다. 한국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조 사무총장이 당의 비선·밀실 공천 논란의 희생양으로 거론되고 있다. 계파를 불문하고 조 사무총장 총선 불출마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주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조 사무총장은 25일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게 불출마를 요구했다'는 CBS노컷뉴스 보도가 나오자 "당 총선 준비 전체를 흔들려는 보도에 강력하게 문제제기한다"며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김우영 강원도당 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출마에 대해 홍익표 원내대표가 반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명계 원외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좌장으로, 강원도당 위원장직을 유지하면서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은평을에 출마했다. 홍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가 해당행위를 방조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 위원장과 강 의원 경선에 붙인 상태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 박영환 정치부장은 26일 칼럼 <이재명은 민주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한국갤럽 2월 4주 조사를 보면 정당 이미지 평가에서 민주당은 경제발전 노력(25% 대 34%), 국민 여론 반영(28% 대 31%), 변화·쇄신 노력(22% 대 30%), 공정사회 노력(24% 대 30%)에서 모두 국민의힘에 뒤졌다"며 "민주당이 여당의 불통, 불공정을 비판할 때 속시원해하는 국민보다 ‘당신들이나 잘하셔’라고 꼬집는 국민이 더 많다는 의미다.(중략)게다가 '상상승리'에 취한 이재명 대표는 경쟁자와 반대파를 쳐내는 '비명횡사' 공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부장은 "‘개딸’(이 대표 극렬 지지층)들이 ‘수박’(비이재명 민주당 의원)이라고 분류했던 의원들을 축출하려는 ‘개딸공천’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개딸 팬덤을 보면 2012년 민주당 총선을 망친 ‘나꼼수’의 기억이 어른거린다"며 "총선은 한 달여 남았고 추세는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 민주당은 17%포인트 차로 이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잊고, 0.7%포인트 차로 진 지난 대선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은 사설을 통해 '정체불명 여론조사'의 실체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의 자멸적 풍경은 국민 보기에 민망하다. 공천은 시끄럽기 마련이지만 지금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을 공감하기 힘든 경우도 드물다"며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비주류 공천탈락 도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중략)어물쩍 뭉갤 게 아니라 이 업체가 진행한 여론조사 내용을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그래야 공천심사에 신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미 해당 업체가 현역 의원평가 등에 참여했기 때문에 엎질러진 물이다. 이래서야 비명계 의원들이 나중에 공천에 탈락할 경우 순순히 결과를 납득할 리가 없다"면서 "벌써 단식 농성 중인 노웅래 의원이나, 탈당 후 이 대표에게 독설을 뿜는 이수진 의원 문제로 어수선하지 않은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 당 원로들도 최근 공정한 공천을 촉구하고 나선 형국"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총선 후보를 결정하는 여론조사에서 특정 업체가 논란 끝에 배제된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당장 이 업체가 지금까지 개입한 경선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부터 의심받을 수 있다"며 "민주당은 이제라도 경선 과정과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국민의힘은 '경선 결과와 집계 전 과정을 후보 측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혁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혁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25일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84곳의 공천 심사를 마무리했다. 컷오프된 현역 지역구 의원은 한 명도 없고, 윤핵관·용핵관 대부분이 단수공천을 받거나 경선에 부쳐졌다. 

경향신문은 26일 사설 <현역 탈락 ‘제로’, 무감동·무개혁이 한동훈식 공천인가>에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 잘했고, 대통령실 참모들도 윤 대통령 보좌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의 눈높이와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도 여당은 제 역할을 못하고 윤 대통령 눈치만 살피며 ‘용산 출장소’로 지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대해 '무늬만 시스템 공천'이라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 출신의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이 단수공천을 받은 점 ▲정진석·윤한홍·박대출 의원 등 친윤 중진들이 단수공천을 받은 점 ▲윤석열 대통령 '홍위병'으로 비판받는 박수영·유상범·강민국 등 초선 의원들이 대부분 단수공천을 받은 점을 짚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1월 당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지도부, 중진, 친윤 의원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중략)정작 공천이 시작되니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도 없고, 당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의 교훈을 4개월 만에 완전히 망각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대표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현역의원 교체가 한 명도 없는 신공을 보이고 있다"며 "한동훈 위원장이 자랑하는 시스템 공천에는 김건희 방탄 칩이 장착되어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잡음 최소화 공천은 현역의원 교체 최소화 공천이며, 김건희 방탄 공천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심 원내대표는 "특히 돈봉투 의혹의 정우택,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의 중심인물이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김선교,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이해충돌 논란의 박덕흠 등 대표적인 부패 혐의 정치인들을 또다시 국민들 앞에 내놨다"며 "국민을 상대로 누가 이기나 보자는 오만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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