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 소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국회의장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제안한 3가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정리한 것으로 국회 전원위원회에 회부돼 논의될 예정이다. 

국회 정개특위의 선거제도 개편 3개안이 논의의 출발점임을 감안하더라도 좋지 않은 평가가 제기된다는 점은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정수 증원을 문제삼으며 논의 자체에 제동을 걸었다. 김기현 대표는 20일 "국회의원 정수는 절대 증원 시키지 않겠다"며 "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안은 아예 안건으로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선거제 개편을 정쟁으로 몰고 간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특정 부분만 부각시켜 찬물을 끼얹고, 정치개혁에 대해 정면으로 거부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1안 소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현행 선거제보다 도태" "개혁하지 말자는 안"

국회 정개특위 첫 번째 안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선출하고 비례대표는 권역별로 나눠 병립형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의원 정수를 350명으로 늘리고 지역구 의원은 253명, 비례대표 의원은 97명을 둔다. 소선거구제 기반 선거제도에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나눠 선출하는 방식이다.

지난 20대 국회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뤄졌던 이유는 사표를 방지해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당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로 인해 상당수가 사표가 되고, 비례대표 의석도 거대양당이 양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정개특위가 제시한 첫 번째 안이 퇴행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의석만 늘리고 과거로 회귀하는 안"이라며 "선거제도의 기본 틀에서 봤을 때는 현행 제도보다도 도태된 안"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첫 번째 안은 선거제 개혁을 하지 말자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비례대표 의원을 별도로 선출하는 병립형 선거제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비례대표 선거구는 10~30명 단위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정당 득표율로 선출되는 비례대표 특성상 소수정당이 의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김수민 평론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이 떨어진다. 병립형으로 효과를 보려면 의석을 상당히 많이 올려야 한다"며 "비례 의석수도 적은 상황에서 그걸 권역별로 쪼개는 것은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2안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방지조항 있어야"

두 번째 안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비례대표 선출시 권역별로 선출하는 방식을 더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안과 같이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 비례대표 97명 등 총 350명을 선출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대 국회 논의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제도다. 당시 논의됐던 원안은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르되 정당투표를 기초로 의석수를 나눠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방식, 일명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이럴 경우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하더라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입하고 국민의힘·민주당 거대양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국민의힘(현 미래통합당)의 반대가 거셌다. 당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선거제 개편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 연동률 적용 대상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축소하고 연동률을 50%로 축소시키는 등 퇴행을 거듭했고,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세계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누더기 법안이 만들어지게 됐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차지하기 위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입당시켰다. 이에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치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편 추진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퇴보하고, 거대양당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위성정당을 출현시키며 선거제 개편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김수민 평론가는 "두 번째 안은 위성정당 방지조항과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개특위가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에는 '위성정당 방지'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개특위는 "위성정당 문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시한 선거제도가 기형적으로 운영되는 부작용을 시정해야 한다는 시급한 해결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도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고하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정치개혁을 위한 폭넓은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안 중대선거구제 + 도농복합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프랑켄슈타인 선거제도" "풀뿌리 민주주의 존중 안 해"

세 번째 안은 도시에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3~10인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 지역에서는 소선거구제로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안이다. 비례대표는 병립형으로 권역별로 선출한다. 국회의원 의원정수는 현행과 같이 300명으로 한다.

이 경우 농어촌 지역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만 나오게 된다. 군수들의 공천권을 국회의원 한 명이 사실상 갖게 되면서 농어촌 지역의 국회의원 패권주의가 해소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의석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중대선거구 지역구가 적용될 도시 의석 수를 정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하승수 변호사는 "이 안은 어떻게 선거구 획정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3~10명을 중대선거구제로 뽑으면서 다수대표제로 한다는 건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프랑켄슈타인 선거제도"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도농복합선거구제에서 농촌의 경우 소선거구제를 해도 3~4개 군에서 국회의원이 1명 나오는 구조"라며 "차라리 중대선거구제를 하려면 도시와 농촌을 가르지 말고 권역을 크게 나눠 선거를 치르는 것이 농촌 주민들에게 이로운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농어촌에서만 소선거구제를 한다는 것은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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