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대멸종을 ‘대멸망’이라고 읽는다. 예언자가 아니어도 인류의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 인류는 곧 멸망할 것처럼 보인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간이 지구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장난감처럼 쓰고 있다.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고, 버리고, 망가뜨린다. 이미 지구 곳곳에서 대멸종의 징조를 보인다.

대멸종은 대멸망과 끝이 맞닿아 있다. 대멸종이 시작되면 인류의 시계가 멈추게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대멸종과 대멸망을 앞두고 있는 인류치고는 너무도 태연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일상을 영유한다. 아무도 대멸종과 대멸망과는 상관없다는 듯,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듯, 일어나도 아주 먼 미래인 것처럼 살고 있다. 이미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고, 여섯 번째 대멸종이 우리가 사는 지금, 가까운 미래에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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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첫 번째 대멸종은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생물의 85%가 멸종했다. 대륙이 지질변화로 이동하던 중 남극에 닿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대륙과 바다가 얼음으로 뒤덮이고 대기와 바다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식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생태계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두 번째는 화산 폭발로 바닷속 산소량이 줄어들면서 생물이 대멸종했다. 세 번째 대멸종은 해양생물 96% 육지생물 70%가 멸종한, 멸종 중 가장 큰 사건으로 대규모 지질변화 시기에 일어난 화산 폭발이 기후 변화를 일으켰다. 네 번째 대멸종은 대륙이 분열되면서 거대 규모의 마그마가 형성되고 폭발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대멸종이 발생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은 당시 파충류, 익룡, 공룡이 지구를 차지하고 살던 시대로 모든 공룡이 사라지는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 다섯 번째 대멸종은 소행성의 충돌로 지구가 빙하기에 들어갔고, 분진이 대기에 가득 차게 되면서 식물이 햇빛을 보지 못해 죽게 되면서 식물을 먹지 못한 공룡이 죽게 되는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지구에서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은 모두 지질변화, 소행성 충돌에 따른 기후 변화로 일어났다.

앞으로 있을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지질변화나 소행성 충돌이 아닌 인간에 의한, 인간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다. 인간이 추구한 삶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인류는 1800년대 이후부터 발전만을 최고의 미덕으로 믿고 살아왔다. 산업 발전이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가져다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발전에 심취해 그에 따른 문제를 묻어두었다. 그 결과 인간이 누리고 있는 이 모든 풍요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닌 기후로 인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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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 먹는 육류와 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입고 타고 즐기기 위해 쉼 없이 돌아가는 세계 곳곳 공장에서 방출하는 오염 물질 때문에, 인간의 이기심이 부른 산림 훼손 때문에 기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빙하기에서 간빙기, 1만 년 동안 4도가 상승하였다. 1만 년 동안 4도가 상승한 것도 지구에 유례없는 아주 빠른 변화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인간은 지구 온도 1도를 올리는 데 고작 10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순전히 인간의 활동으로만 온도가 0.2도씩 상승하고 있다. 지구 온도 1도 상승이 인류에게 되돌려주는 선물은 끔찍하다.

지구 온도 1도가 오르면 지속된 가뭄으로 사막화가 가속되고 심화한다.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식물은 멸종이라는 절차를 밟게 된다. 다시 1도가 오르게 되면 기후 변화가 심화되며 급기야 기후체계는 붕괴한다. 지구 한쪽에서 감당할 수 없는 폭우와 대홍수가 일어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뭄이 발생하며 북극 빙하가 녹기 시작해 북극의 동식물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 해수면이 상승해 근해의 육지는 잠기게 된다.

다시 1도가 오르게 되면 세계 곳곳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하고 건조한 산림에 화재가 발생해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지구에 사는 동식물은 고통 속에 살게 된다. 다시 1도가 오르면 남극 빙하가 붕괴되고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발생한다. 기근은 일상이 된다. 이미 우리는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근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이 있고, 해수면이 상승해 이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구 곳곳에 이상 기후 변화가 발생하고,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기후 재난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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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몸만 올라갈 수 있는 빙하 조각에 올라앉아 슬프게 울고 있는 북극곰을 보고 있으면 슬픔을 넘어서 괴롭다. 북극곰의 삶이 곧 인류에게 닥칠 미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북극곰이 먹을 것이 없어 새끼를 잡아먹었다는 끔찍한 뉴스, 앙상한 뼈만 남은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헤매다 결국 죽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덜컥 겁이 난다.

인간의 활동으로만 지구의 온도를 올렸다면, 인간의 노력으로 인간 때문에 있을지도 모를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류의 대멸망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5년 파리에서 세계 정상이 결의한 ‘지구 온도 상승을 2도가 아닌 1.5도로 억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탄소중립을 지킨다면 인류의 자멸은 막을 수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다. 창밖은 검은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처럼 검다. 검은 밤이다. 생각한다. 밤을 지나면 새벽이 올까? 정말 새벽이 올까. 밤을 지나도 다시 밤, 밤, 밤으로 이어지는 세계가 되지 않을까. 여전히 태양은 하늘에 있지만, 오염된 짙은 먼지와 모래 때문에 더는 태양을 볼 수 없는 날이 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주 작은 빙하 조각에 앉아 울고 있는 북극곰의 비명을 듣는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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