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언론노조 민실위)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몰염치'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조선일보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독립기관장인 방통위원장을 여야가 뒤바뀌었다고 흔드는 것은 '몰염치'한 주장이라고 되돌려줬다.

14일 언론노조 민실위는 <'몰염치'는 누구 몫인가> 논평에서 "지난 10일 조선일보가 권 원내대표 입을 빌려 한 위원장을 '몰염치'한 사람으로 몰았다"며 "11일 TV조선도 한 위원장 같은 '기관장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더 괴로운데 '새 정부 기조에 맞는 정책 보고서를 쓴 뒤 소속 기관장에겐 결재받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방통위 간부에게 '결재받을 엄두도 못 내는 일이 잦냐'고 확인에 나섰다. 방통위 간부는 민실위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답했다. 방통위 간부는 "정책 기조가 많이 바뀌지 않았다"며 "일부 우선 순위가 바뀌기는 하지만 정부가 바뀌었다고 정책이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하면 나라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선일보 6월 10일 <與 “버티는 한상혁·전현희 몰염치” 野 “임기 보장돼야”> 갈무리

또 방통위 간부는 "업무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내부는 조용하다"고 전했다. 민실위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매체가 한 위원장을 잇따라 흔들었되 방통위는 흔들리지 않는 셈"이라며 "이러쿵저러쿵할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도 들렸다"고 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방통위는 '독립적 운영을 보장' 받은 게 15년째다. 독립 운영을 보장하려고 위원장 임기도 3년으로 정했다"며 "길은 갈 탓이요 말은 할 탓이라 했다. 같은 말이라도 '3년 동안 독립한 합의제 행정기관장'에게 염치가 없다 하면 곤란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민실위는 "여야가 바뀌었다고 옛 합의를 잊은 채 길을 허투루 가면 안 될 일이다. 오로지 '방통위 독립 운영을 보장하는 힘'만 쓰라"고 당부했다.

이어 언론노조 민실위는 "오해할까 싶어 짚는다. 한 위원장이 지난 2년간 펼친 방송통신 규제 행정에 비판받을 대목이 적지 않다고 본다"며 "하지만 그를 흔드는 건 갈 길이 아니요 할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와 산자부 산하 기관장들의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퇴출시킨 블랙리스트 파문이 일었을 때 길길이 뛰며 '법을 지키라' 목청 돋운 정당과 매체는 대체 어디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한 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력을 거론하며 '정치 편향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 위원장이 공동대표로 취임한 이후 민언련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비판 기사 등을 '나쁜 보도'로 선정하고, 친정부·좌파 성향 매체를 '좋은 보도'로 선정했다는 근거를 달았다. 전현희 위원장에 대해서는 '정권권익위'라는 국민의힘 비판을 전하며 '공정성'을 문제삼았다.

이어 조선일보는 10일 기사 <與 “버티는 한상혁·전현희 몰염치” 野 “임기 보장돼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알박기 인사'가 논란이라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조선일보에 한 위원장과 전 위원장을 언급하며 "이들은 전임 정부 기조를 하나부터 열까지 수행했던 분들인데, 새 정부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라고 말했다.

TV조선은 11일 '뉴스7'에서 한 위원장과 전 위원장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다며 "철학이 다른 대통령 밑에서 기관장을 계속하는 분들도 그리 맘이 좋지만은 않을 텐데, 그보다 더 괴로운 건 그 기관장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라며 "정부 기조에 맞는 정책 보고서를 쓴 뒤 소속 기관장에겐 결재받을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한다. 이런 미스매치 현상은 행정 서비스의 비효율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갈 거란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삼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출범했다. 방통위 설치법은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방통위원장은 임기 3년이 보장된다. 독임제 부처의 장관과 달리 언론기관인 방송을 규제하는 합의제 기구의 장으로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취지다.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공공기관장 임기 보장에 힘을 싣고 정부가 범죄를 저질렀다며 규탄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설을 통해 현행법상 공공기관 임원 임기가 2~3년으로 보장되어 있다며 '정치적 이유'로 이들을 중도사퇴시키는 것은 위법성 소지가 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조선일보는 "정권 교체란 사람의 교체"라며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을 비난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전임 대통령에게 정치적 하수인으로 기용돼 국민은 쳐다보지도 않고 일편단심 권력자에게만 봉사했던 이들이 새삼스레 기관의 독립성을 들먹이고 임기를 거론하는 일은 참으로 몰염치한 짓"이라고 썼다. (관련기사▶조선일보 버전 블랙리스트, 한상혁·전현희·홍장표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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