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부모찬스로 대입 스펙을 쌓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에게 광고성 인터뷰 기사, 약탈적 학술지 논문 투고 논란 등이 추가로 제기됐다. 한 후보자는 의혹이 제기된 광고성 인터뷰 기사를 삭제하고, 한겨레 기자들을 고소했다.

5일 한겨레는 한 후보자 딸 쪽이 미국 매체에 돈을 주고 광고성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한 후보자 딸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미국 '뉴욕헤드라인' '로스엔젤레스 트리뷴' 등이 돈을 받고 인터뷰 기사를 실어준다는 광고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서 한 후보자의 딸은 '교육 격차를 좁히며 한국의 소외된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인재' 등으로 소개됐다.

지난달 15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힙뉴스)

해당 매체가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인터뷰 기사에 한 후보자 딸이 봉사활동을 한 복지관의 관계자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는데, 이 관계자는 외국 매체와 인터뷰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한 후보자 딸 쪽이나 입시컨설팅 업체 등이 기사를 자작해 해당 매체에 실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한 후보자 쪽은 "해당 매체는 정규 언론 기사가 아니고 지역민을 상대로 저렴한 비용에 전달하는 일종의 지역 인터넷 블로그"라며 "딸이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미국 블로그 홍보 에이전시에 약 4만원(건당) 정도를 지불하고 인터뷰 형식의 글 게재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겨레는 한 후보자 딸이 엄마 친구가 임원인 모 기업에서 노트북 50대를 후원받아 복지관에 기부한 정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한 후보자 딸의 미국 지역 언론 인터뷰 기사였다. 한 후보자 딸은 미 언론에 "(복지관에서)가장 시급한 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였다. 기업 사회공헌부서에 메일을 보내고, (우리가)하는 일을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했다"며 "답장은 적었지만, 마침내 한 기업에서 연락이 와 중고 노트북을 처분하겠다고 했다. 그 회사의 도움으로 50여대의 노트북을 복지관에 기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미국 복수 국적자인 한 후보자의 딸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 전자책 발행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며 국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은 시험 성적뿐만 아니라 수상 실적, 봉사, 대외활동 등 사회적 활동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한 후보자 딸의 '스펙 쌓기'에 어머니 인맥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겨레 최초 보도 이후 한 후보자 딸의 미 언론 인터뷰 기사가 삭제됐다. 한 후보자 쪽은 자녀의 신상 보호를 위해 기사를 삭제했고, 노트북 기부는 공정한 심사를 통해 기업 명의로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자는 한겨레 기자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국무위원 후보자의 언론에 대한 법적대응은 이례적이다.

한겨레 5월 6일 종합2면 갈무리

또 한겨레는 한 후보자 딸이 2020~2021년 사이 논문 6편과 영어 전자책 10개를 출판하는 등 전문적인 입시 컨설팅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논문의 주제는 '반독점법' '국가채무' '코로나19' '분쟁지역 교육 및 의료개혁' 등으로 다양했다. 한 후보자 딸은 '독립 연구원'이라는 칭호를 사용한 단독 저자로 기재됐으며 해당 논문들은 투고 문턱이 낮은 '오픈 엑세스'에 실렸다.

해당 의혹에 대해 한 후보자 쪽은 논문이 아니라 고등학교 과제에 불과하다며 "의도적인 프레임 씌우기용 왜곡과장이자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 쪽은 "기사에서 ‘논문’이라고 언급한 글들은 2019년부터 3년간 학교 리서치 과제, 고교 대상 에세이대회를 통해 작성한 에세이, 보고서, 리뷰 페이퍼를 모아 2021년 11월쯤 ‘오픈액세스저널’이 요구한 형식에 맞게 각주, 폰트를 정리해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일 뉴스타파는 한 후보자 딸이 쓴 논문이 게재된 해외 학술지가 학계에서 투고가 금지된 '약탈적 학술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약탈적 학술지'란 돈만 내면 별다른 심사 없이 논문을 게재해 주는 학술지를 말한다. 뉴스타파는 미국 데이터베이스 제공 업체 카벨의 블랙리스트(Cabell’s Blacklist)를 통해 한 후보자 딸이 논문을 투고한 학술지 두 곳이 모두 약탈적 학술지였고, 카벨의 블랙리스트는 한국연구재단이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자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한 후보자의 장녀가 쓴 이 논문들은 A4 용지로 4~5쪽 분량이었다. 또 초록 요약본, 서론, 본론, 결론 그리고 참고문헌까지 논문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고, 학술지를 자처하는 해외 저널에 실렸다"면서 "하지만 내용과 형식은 학술지 논문이라고 보기에는 함량 미달이었다. 한 후보자의 장녀가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논문 투고의 목적이 미국 등 해외 대학의 진학을 위한 ‘이력서 꾸미기’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는 "그동안 약탈적 학술지가 학계에서 '업적 부풀리기'로 악용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한 후보자의 장녀도 해외 대학 입학을 위한 스펙 쌓기로 이들 엉터리 학술지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편당 5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장녀의 논문 투고가 '학교 숙제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는 한 후보자의 해명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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