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한동훈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방송 발언으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에 '자유형'(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을 적용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와 무관하지 않다.

검찰은 지난 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유 전 이사장이 아무런 근거 없이 파급력 있는 라디오에 출연해 허위 발언으로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신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징역형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으로 한 검사가 심각한 명예훼손 피해를 당했음에도 사과는 없었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합의도 없었다"면서 "방송 발언들은 가치판단이나 의견 표명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명예훼손과 비방의 목적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한동훈 검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2020년 4월·7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2019년 말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주장했다. 2020년 8월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이 유 전 이사장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유 전 이사장을 기소했다.

검찰이 유 전 이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라디오에 의한 '한 검사 명예훼손'이다. 2020년 7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유 전 이사장은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이전과 달리 한 검사를 명시적으로 특정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 전 이사장은 '검찰이 재단 계좌를 열람했다'는 의혹 제기를 1년여 만에 거둬들이고 사과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해 1월 22일 노무현재단 후원회원들에게 보낸 사과문에서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러나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이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해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없었지만 '명예훼손' 여부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지난해 10월 첫 재판이 열렸을 당시 유 전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기소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 검사는 "유시민 씨가 발표한 장문의 사과문은 다른 사람이 대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검찰의 징역형 구형에 대해 "이게 바로 명예훼손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명예훼손죄를 비범죄화하는 것이 전세계적 추세다. (명예훼손에 대해)어떤 경우에도 징역형, 자유형까지 규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특정 표현행위에 대해 '사실'인지 '의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로 법적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것 자체가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한 검사는 공인이고,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는 명시적인 증거가 없다 할지라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며 "유 전 이사장처럼 의혹제기를 하는 사람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의혹제기와 관련해 사실확인을 엄중히 해야한다고 하면 초기 의혹보도가 억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손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공인들이 이렇게 대응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변호사)은 "명예훼손 때문에 징역형이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정무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의 명예를 반복적으로 훼손한 사건 등에 징역형이 나오긴 했었다. 유 전 이사장 사건은 공무원과 그 직무에 관한 명예를 훼손을 했다는 것인데 징역형까지 구형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재판에서 늘 따지는 건 공익성 여부와 상당성이다. 발화자 입장에서 사실이라고 인식하고 말하는 것과 허위라고 인식하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며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보는데, 유 전 이사장이 의혹제기를 할 만한 여지가 있었느냐가 핵심"라고 말했다.

2020년 7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유 전 이사장은 최후변론에서 '국가를 중심으로 두고 볼 때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는 미국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의 말을 인용하며 "유시민과 한동훈 사이에 정의를 세우려면 국가권력이 개입해 유시민을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요구대로 하면 유시민과 한동훈 사이에 정의가 수립되냐"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한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징역 1년 살라는 것 아니냐"며 "사실 저는 (검언유착 의혹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될 뻔한 사람이다. 이철 전 대표가 이동재 기자의 편지를 받고 접촉하는 과정에 한 검사의 목소리를 듣고 저한테 뭐라도 줬다고 했다면 그 때 제 인생은 끝났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의혹제기 당시 의혹을 사실로 믿을만한 근거가 있었고, 자신의 발언은 한 검사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국가기관인 검찰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애초 계좌내역 제공 여부를 주거래 은행에 문의했지만 은행이 통보를 거부해 검찰의 열람을 의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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