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허성권 KBS 노동조합 위원장이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언론특위) 공청회에서 수신료 납부 주체인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허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시민참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반대하면서 “위험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 회사의 운명을 정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에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노조위원장을 하고 있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6일 열린 언론특위 공청회의 주요 주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이날 진술자로 참여한 허성권 위원장은 “KBS 사장은 중립적인 사람이 와야 한다”면서 특별다수제를 주장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사장 선임 조건을 ‘이사회 2/3 이상 찬성’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 허 위원장은 정치권의 KBS 이사추천 관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7대 4 구조를 혁파해 여야 비슷한 구조를 만들고, 야당 범위를 넓힌다면 중립적 사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6일 국회 언론특위에서 발언 중인 진술자들. 왼쪽부터 김동원 정책위원, 천영식 대표,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허성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허성권 위원장은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시민추천제에 대해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민이 참여단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추천제는 무작위로 추천된 100인의 시민참여단이 공영방송 이사·사장을 추천·선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허성권 위원장은 “무작위 추천은 부정적”이라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장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허 위원장은 “공정하고 비전 있는 시민이 사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능력 있는 시민이 능력 있는 사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허성권 KBS 노조위원장이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준호 의원은 “KBS 재원은 국민들이 낸다”며 “무작위 추첨으로 뽑히는 국민을 부적격하다고 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KBS는 능력 있는 시민들에게만 수신료를 받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노조위원장을 하고 있다”며 “허 위원장이 KBS 전체를 대표할 순 없지만, 이런 자리에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필모 의원은 “한국 시민단체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시민추천제”라면서 “허성권 위원장은 무작위로 시민추천을 할 때 사상적으로 위험한 인물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근거가 있는가.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도 무작위로 뽑지만 관련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허 위원장은 “확률은 있다”고 말했다.

천영식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시민추천제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영식 대표는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KBS 이사직을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천 대표는 “11명 이사를 구성할 때도 잡음이 나오는데, 100명을 뽑을 때는 괜찮겠는가”라면서 “모든 공기업 사장도 그런 방식으로 뽑을 것인가. 시민추천제는 인기 투표로 능력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천 대표는 KBS 사장 시민평가단 운영에 문제가 있었고, KBS 시청자위원회가 편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천영식 대표는 “KBS 시민평가단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가”라는 정필모 의원 질문에 “점수가 공개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평가점수 공개여부는 개선하면 될 일”이라며 “절차·과정의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집단지성의 숙의과정 자체를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영방송 3사

"신뢰받는 지배구조 필요…시민평가 숙의, 2주면 충분"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KBS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추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은 “KBS에 대한 항의권은 국회에 쏠려 있었다”며 “시민들이 항의할 수 있는 통로는 없었다. 이제는 신뢰받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동원 위원은 “우선 공영방송의 책무, 이념 등을 정의해야 한다”며 “또한 이사회 구성 과정에 시민참여를 강화하고 사장 선출 과정에 시민평가 결과를 반영한다는 법적 조항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편향성 우려에 대해 “무작위 추천은 편견이 개입되지 않는 방식”이라면서 “무작위로 뽑힌 시민들이 충분한 평가를 내리면 된다. 사장 후보들이 충분한 설명을 한다면, 충분한 토의를 거쳐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시민평가 숙의는 2주면 충분하다”며 “교육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방송사는 폐쇄적 구조 속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외부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민추천제를 전면 반대하고 나섰다. 윤두현 의원은 “일반인들에게 관심 없는 분야를 교육하려면 1년 내내 해도 안 된다”며 “전문성이 없으면 4년 내내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시민들의) 전문성에 대해선 고민이 있다”, 정희용 의원은 “국민 전문성에 대해 다들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원 정책위원은 “전문성보단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질문을 던지면 된다”고 반박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시민추천제를 통해 공영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보다 차라리 (사장·이사) 제비뽑기가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독일의 방송평의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단체, 노동계, 경영계, 지역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를 사장·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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