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컨대, 글쓴이도 그랬다. 조은 역에 최아라라는 훤칠한 배우가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심지어 이 캐릭터가 선머슴처럼 짧은 쇼트머리에, 아래 위 다 검정색 옷을 입고 등장했을 때, 저 친구는 이 드라마에서 '레즈비언'의 캐릭터로 소모되지 않을까 상상했었다. 그리고 2회를 보고, 그 얼토당토않은 선입견에 정곡을 찌른 박연선 작가 앞에 새삼 부끄러워졌다. 바로 이 안일한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에 관한 이야기로 는 문을 열었다. 이른바 '연선내'의 징후 동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 어떤 드라마보다 실감나고 공감가게 그렸던 를 보고, 드라마 대본집대신 당시 따끈따끈했던 박연선 작가의 장편소설 를 찾아 읽었다. 드라마
‘도발’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24일 종영한 MBC 가 수목드라마 대전에서 거둔 성과 말이다. 22회 기준 12.8%(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이제 이 정도면 지상파에서는 중박이라고 치는 시청률을 전제로 하지만, 시청률 이상의 '지상파 미니시리즈'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문제제기의 기회를 '도발'했다. '근본이 없는'이 아닌, 근본이 제대로 있었던 죽사남 마지막 회, 딸을 찾고 가족을 이루어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이룬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최민수 분)은 친지들을 이끌고 전세 비행기를 동원하여 보두안티아 공화국을 향해 떠난다. 신이 나 비행기에서 원맨쇼를 벌이던 백작. 하지만 기상 변화에 흔들리던 비행기는 끝내 엔진에
1980년 8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첫 유세 장소로 선택한 곳은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알려진 미시시피주 네쇼파 카운티였다. 1964년 흑인 인권운동가 세 명이 KKK단에 의해 살해된 이래 민주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해온 이곳에서 레이건은, 복지연금 받으며 캐딜락을 모는 시카고의 여성을 언급하며 복지 문제를 인종 갈등으로 국면 전환을 시켜 남부지역에서의 지지를 끌어 모았다. 당시 대통령 후보 레이건의 연설을 통해 사람들은 복지에 무임승차한 여성을 당연히 흑인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백인이었다. 하지만 레이건의 연설을 들은 사람들은 그의 화려하고 유머러스하며 신뢰할 만한 언변에 진실의 눈을 가리고 말았다.뛰어난 배우 레이건
‘도시 농업’은 우리 사회에서도 더는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건 이 시대 삶의 대안적 담론으로 귀농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그러기에 8월 21일 EIDF의 첫째 날 EBS를 통해 방영된 은 그저 또 하나의 실용적 해외 도시농업 다큐인가 싶었다. 하지만 막상 본 는 이 영화의 원제 가 그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한다 싶게, 식물의 철학 아니 식물을 빌어 인간의 대안적 삶을 모색해보는 삶의 화두를 만나게 된다. 이 영화의 부제는 TRANSFORM(변화)이다. 우리 시대의 변화란 기존의 것을 부수고 거기에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쌓아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큐가 말하는 변화는 전혀 다르다. 실용적인 농업 다큐에 대
그랬다. 주인공은 맥베스지만, 막상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맥베스는 그냥 귀가 얇은 조절장애를 가진 남자처럼 여겨진다. 세 명의 마녀와 아내, 예언을 빌어 그를 충동하는 마녀도 마녀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남편 맥베스의 욕망에 엔진을 달고 연료를 들이 붓는 역할의 아내를 빼놓고선 이 작품의 악행이 설명될 수 없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운명에 휘말린 맥베스를 인간적으로 나약한 인간으로 여기는 반면, 그의 아내 레이디 맥베스를 최종 보스마냥 악행의 주체 세력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정작 원작의 ‘레이디 맥베스’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남편의 왕좌를 지키려하더니 결국 죄책감에 미쳐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버리는 걸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런 결말과 상관없이 '레이디 맥베스'는 욕망의 화신, 그 대명사가 되
광복 72주년이다. 그 어느 해보다 '광복'의 의미가 깊이 있게 다가오는 올해의 광복절. 하지만 그 흔한 특집 드라마 하나 없이 영화 방영으로 면피를 하고, 한류 뮤직뱅크로 축하하는 시절이 되었다. 72년이 지난 광복은 이제 그런 것일까? 세계 역사상 식민지의 기간 내내 독립운동이 멈추지 않았던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하다는데, 과연 그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역사를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걸까? 그 미완의 과제에 성실하게 답한 건 그래도 다큐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음악을 통해, 그리고 독립 운동가들이 쓰던 암호를 통해 독립운동을 살펴보고자 한 EBS의 와 KBS의 는 주목할 만하다. 노래로 조국 광복을 염원하다
올 여름 느지막이 납량특집 영화들이 찾아온 극장과 달리, TV에는 이렇다 할 공포물이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포물이 보고 싶은 시청자들이라면 굳이 멀리서 찾을 게 없다. 죽은 어머니를 빙의한 딸이 어머니의 옷을 입고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거나, 비오는 날 죽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산 사람이 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협박하는 드라마라면 이 여름의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주말 드라마는 이제 가족극의 형식을 호러와 스릴러의 영역까지 진화되기에 이른다. 바로 JTBC의 와 SBS의 가 그것이다. 재벌가 부조리극으로서의 주말 드라마 점찍고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황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화끈한 복수 방식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시간을 건너뛰는 '타임슬립'은 드라마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어 이제 단물이 더 나올 것도 없는 소재다. 하지만 그 시간의 판타지는 얼마 전 흥행에서도 보여지듯, 또 여전히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대중적 공감대를 배가시킬 마법의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시기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두 편 찾아왔다. KBS2의 과 tvN의 이 그것이다. 시작은 두 드라마 모두 미미했다. 수목지상파 3사 드라마에서 부진했던 전작 의 후속작이란 부담 때문이었을까? 첫 회 은 3.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했다.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도 화려한 의 후광은 순식간에 사라진 듯, 2
'베짱이', '생기가 다 빠진 죽은 생선'. 이는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퇴근 후 자신들의 모습이다. 퇴근 후 하는 가장 많은 일이 TV 시청, 인터넷 그리고 술이기 십상인, 그러다 내일을 위해 자는 삶. 문제는 없지만 답도 없는 직장 생활. 하지만, 그 직장 생활보다 어쩌면 더 답이 없는 퇴근 후의 삶. 그런 쳇바퀴 같은 대한민국 직장문화에 2017년 새로운 핫 키워드가 등장했다. 바로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가 그것이다. 60: 40? 아니 40: 60? 퇴근 후의 삶다큐는 오밤중에 거리를 달리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달리기가 좋아서 만난 사람들의 '야밤 런닝', 그들은 각자의 직업을 가졌지만 이렇게 밤을 달린다. 너무 힘들어 다음번에는 안 나가겠다 하면서도 결국은
을 보러 갔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나이 때문일까? 중장년층 여성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극장을 채운다. 자신들이 영화 속 여주인공 앤(다이안 레인 분)의 프렌치 로드를 떠나기라도 하는 듯 어딘가 설렘을 담뿍 담은 표정들. 과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원했던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였을까?공자께서는 나이 마흔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不惑), 오십에는 하늘의 뜻을 아셨다는데(知天命),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오십이란 '갱년기'라는 신체적 증상만으로는 다 품을 수 없는 막막한 시절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막막한 시절에 여주인공 앤이 서있다. 아내라는 이름표로 살아가는 앤의 뜻하지 않은 일탈 미국 나이로 쉰두 살. 앤은 영화 제
청춘스타의 요람이라 여겨지는 시리즈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런데 8회를 맞이한 의 중간 성적표는 시원찮다. 아직도 첫 회 5.9%가 최고 시청률이며, 야금야금 오른다 해도 4%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8회 4.7%).새로운 스타 탄생인가 했지만, 초반 이미 각종 예능과 광고를 통해 이미지가 소진된 라은호 역의 김세정의 연기가 극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질타를 받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논하기에 앞서 학교 시리즈인데 과연 작가가 학교를 다녀본 적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현재 학교 현실과 괴리된 해프닝으로 점철된 초반 설정들이 이 시리즈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8회를 맞이한 은 초반의 우려와
위안부와 관련된 망언으로 질타를 받았지만, 한때 그녀의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점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시오노 나나미다. 그녀의 정도는 읽어줘야 지식인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 대중적 역사가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호소력 높은' 작가였다. 그런 그녀의 책 중에, 이 있다. 1459년, 비잔틴 제국의 수도에 오스만 제국의 10만 군대가 몰아닥쳤다. 새벽 1시 시작된 총공세는 날이 밝기도 전에 마무리되었다. 인류 역사의 중세가 마무리되던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역사적 장면을 담으며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와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1세 못지않게, 그 역사의 한 획에 참여한 병사 즉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총공세 명령이 내려
아름다운 절벽으로 둘러싸인 일본 후쿠이현 시카이시 도진보 절벽, 하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목적은 두 가지로 갈린다. 그 아름다운 명소를 죽음에 이르는 지름길로 택한 사람들, 도진보 절벽은 '자살 절벽'으로 이름이 높다. 그런데 그 자살 절벽 주변에서 부지런히 순찰을 도는 사람들이 있다. 13년 째 이곳에서 순찰을 빼먹지 않는 시게 유키오 씨 등이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것. 오늘도 20대 여성의 목숨을 구한다. 이 도진보 절벽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방송을 탄 바 있다. 2013년 9월 , 2013년을 기준으로 8년째 자살률 1위인 우리의 현실을 다루었던 다큐이다. 억눌린 감정, 가짜 감정으로 당시 다큐에서
공교로웠다. 얼마 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엄지 척하는 인증 사진으로 '물의'를 빚었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8월 1일 에 출연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그 '공교로운 시기'에 출연한 손 의원과의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통해 운영의 묘를 살렸다. 출연 당사자에게는 공개 사과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력하고픈 속내를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그리고 이런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애초 '스타의 사생활을 한 권의 책으로 담는다'던 그 어정쩡한 콘셉트에서 정치예능 토크쇼로서의 새 장을 안착시켰다.손혜원 vs. 나경원 일단 8월 1일의 은 손혜원과 나경원 두 국회의원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앉힌 제작진에 가장 큰 점수를 주어야 하겠다.
다큐가 시작되자 등장한 것은 한 마리의 병아리, 아니 달걀. 이제 막 그 속에서 검은 병아리 한 마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고 애쓴다. 정지된 화면 안에서 달걀 한 알이 갓 태어난 병아리로 변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고투다. 이렇게 는 정말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로 시작됐다. 그리고 그 병아리는 마흔까지의 직장인의 삶에서 벗어나 이제 철부지 50대에 도달한 미즈노 마사유키의 삶을 상징한다. 새는 알을 깨기 위해 발버둥 친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헤르만 헤세, 中미즈노 마사유키, 그 인생의 황금기 오십 줄에 든 사람들에게 당신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였냐고 질문하면 꽃다운 20대
15회, 비로소 박무성의 살해사건으로부터 시작된 이 거대한 음모의 ‘배후’가 드러났다. 하지만 드디어 배후가 밝혀졌다는 통쾌함도 잠시, 그 배후는 16회가 시작하자마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선배라는 말이 좋다는 이창준은 마치 그것마저도 '결자해지'라는 듯, ‘밥 한 끼'로 시작되었던 그 적폐의 대가를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그 해결의 젯밥으로 던지며 생을 마무리했다. 괴물이 되어버린 그와, 그런 그가 만든 토양 속에서 자라 그가 남긴 것들을 법대로 처리할 황시목이 그 방식을 두고 설전조차 제대로 벌이지 못한 채, 당혹감과 후일담 속에서 깊은 여운과 물음을 남긴 채 드라마는 마무리되었다. 법 앞에 선 사람들 이창준(유재명 분)이 시작하고 스스로 마무리한 듯이 보인 비밀에 쌓였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다니엘 헤니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시즌 13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장기 시리즈 라면 더더욱. 그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제작발표회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한국적 정서'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제 1~2회를 마무리한 는 과연 미드의 한국적 토착화에 성공했을까?친숙해진 프로파일링 평가에 앞서, 최근 범죄 수사 드라마라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등장하는 '프로파일링'에 대해 짚어보아야 한다. 범죄심리 분석 혹은 범죄자 프로파일링(offender profiling, criminal profiling)은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등의 인문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 및 행동을
2026년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 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인류의 염원이던 100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코앞으로 다가온 이 '장수의 시대'는 마냥 오래 살아 행복할까? 마치 준비되지 않은 채 우리의 삶을 좌초시킬지도 모를 '장수의 시대'를 이 발 빠르게 살펴봤다. 100세를 쇼크라 진단하기 전에 다큐는 나이듦, 즉 노화에 대해 정의내리고자 한다. 일찍이 공자께서 50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고(지천명 知天命), 60이 되면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알아들으며(이순 耳順), 70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도덕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경지에 오른다(종심 從心)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노인'은 이런 공자님 말씀과는 전
매회 호평을 받고 있는 tvN 이 종결을 앞두고 있다. 화제성 높았던 과의 흐뭇한 비교 속에, 은 오래도록 회자될 신선한 장르물로 평가받을 듯하다. 이렇게 성황리에 방영되고 있는 장르물이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또 한편의 장르물이 도전장을 내민다는 건 부담이 크다. 장르물은 극의 진행상 타 드라마에 비해 '집중도'를 더 요구하는 드라마이다. 그러기에 동일한 장르물의 연속 시청은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다. 게다가 익숙한 검찰과 재벌 커넥션에 근거한 이야기라면 더더욱. 컴퍼니 VS. 조작 어벤져스 하지만 1,2회를 방영한 은 그 난감한 상황을 '기레기'라 야유 받는 언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면을 부각시켰다. 또한
새 수목드라마 대전이 시작되었다. KBS2의 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SBS 와 MBC의 가 동시에 방영을 시작했다. SBS의 는 , , 를 통해 신선하고 대중적인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희명 작가의 작품이다. 이미 , 로 호흡을 맞춘 백수찬 피디와의 작품이니, 당연히 '기대작'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가 무색하다. 당연히 1위라 예상됐던 이희명 작가의 작품을 가뿐히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작품은 그 이름조차도 생경한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한국명 장달구, 최민수 분)이 주인공으로 나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