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고통 불감증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참여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심지어 타인에게 가하는 고통을 즐기는 경향도 있다. 만약 역사발전의 기준을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의 정도로 생각할 경우, 현대 사회가 과거보다 더 발전되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고통 불감증은 정도가 매우 높다. 이는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가부장주의 문화와 20세기의 역사적 과정에서 형성된 우리 사회의 성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권위와 질서에 무조건 복종하도록 강조해온 가부장주의 문화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행하는 언어폭력이나, 아동학대, 성차별에 관대하게 만들며, 인권 침해라는 인식도 없게 만든다. 가부장주의 유산과 더불어 남북분단과 자본주의 산업
광주는 여전히 쓸쓸하고, ‘문화’는 위태롭다. 문화전당이 들어서는 옛 전남도청 별관 건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얼마 전 옛 전남도청 별관 건물에 대한 부분 보존안이 발표됐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고, 지금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보존안이 무겁다. 전체 54미터에 이르는 별관 건물 가운데 왼쪽 24미터를 철거한다. 남은 30미터 부분만의 보존이다. 같은 상황인데,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아시아문화도시추진단(이하 추진단)은 30미터 ‘보존’에 의미를 뒀다. 반면 오월단체들은 24미터 ‘철거’에 강한 방점을 찍었다. 아직은 눈치만 볼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폭풍 직전의 고요다. 언제 어떻게 판이 돌아갈지 알 수 없다. 24
얼마 전 한겨레 문화부 편집장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나서 자신의 트위터에 "영화담당 기자와 함께 담배 한 대를 깊숙히 빨았다"고 썼다. 방송인 김제동은 PD수첩 불방소식이 알려진 후 자신의 트위터에 "술잔이 무거운 밤입니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요즘 담배가 심하게 땡기고 술잔에 손이 절로 간다. '악마'가 스크린 밖에서 수시로 출몰하는 탓이다.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다룰 예정이었던 MBC PD수첩이 결국 불방됐다. 국토해양부가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조차 문제 없다며 기각시킨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서 조인트 얻어맞고 군기가 바짝 든 김재철 MBC 사장은 법원의 결정마저 무시한 채 방송 2시간여 전에 사전시사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방송 중단을 지시했다
‘계륵’. 그다지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의 상황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해보면 ‘계륵’ 만큼 적당한 단어가 없는 것 같다. 냉정히 말하건대, 현재 국가인권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바닥’이다. 혹자들은 ‘너희 같은 단체들이 국가인권위가 못하고 있는 것만 자꾸 비판하니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다 자업자득이다.이명박 정권에 들어서서 국가인권위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휩쓸렸다. 안 그래도 인력부족에 허덕이는데 조직이 21%나 축소되었다. 벼룩의 간을 빼간 것이다. 이에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자진 사퇴하였고, 이후 현병철이라는 인물이 새로운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현병철, 말 그대로 듣도 보도 못
PD수첩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위험 보도를 방영하고 나서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촛불 저항 운동을 하였다. 5,6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거리를 뜨겁게 달구었던 대규모 촛불시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그치지 않고 민영화 반대와 대운하 반대 운동으로 번졌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그 해 6월 19일, 대운하 포기 선언을 했다. 국민들은 일단 운하 반대 여론에 대해서만큼은 대통령이 일단은 승복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일부단체에서는 대통령의 운하 포기 선언에 대하여 환영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운하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에 국회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23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 측은 차관 인사를 진행하며 ‘업무 연속성과 소통 강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평가와 달리 23명중 11명이 영남 출신이고, 6명은 대선캠프 및 청와대 출신의 대통령 ‘측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꼽히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총리실 박영준 차장을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서 ‘오기인사’라는 야당의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날 KBS는 이런 차관인사의 문제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KBS는 13일 에서 야당의 비판 목소리를 방송3사 중 가장 적게 보도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민간인 사찰 관련 의혹의 중심에 있는
*스포일러 있음우리는 상상력이 거세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니 통제된 사회라고 해야 더 적확하겠다. 직업을 가진 이들은 매일 명확하게 정해진 시간이 되면 출근해야 한다. 이메일과 포털에 실린 연예뉴스를 살피다 눈치를 보며 업무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일제히 밥을 먹으러 간다. 유일하게 정해지지 않은 건 퇴근 시간밖에 없다. 일상에서 나를 해방시킬 퇴근 시간은, 이번에는 불명확성으로 내 삶을 옥죈다. 시간의 속박에 길들여진 삶은, 일상을 언제 마무리해야할 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면 아노미의 불안에 빠지고, 그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은 어두운 그 어느 시간이 되면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한 채 까무룩 마무리되고 만다.그나마 정해진 일상의 시간이 있는 사람은 나은 편이다. 일상에 구속조차 될
2010년 8월4일 수요일, 전북 문단의 원로 문인들을 모시고 일본 센다이 지역 문화탐방에 나섰다. 몇 명 직장이 있는 분들의 일정을 조절하여 야마가타 하나가사 축제와 센다이 타나바타 축제를 체험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일본의 여름은 마쯔리(축제)의 계절이라나. 야마가타 지역의 하나가사(花笠) 축제는 꽃 삿갓을 소재로 한 축제이고 센다이 타나바타(七夕) 축제는 칠석을 전후해 상가에서 직접 만들어 쇼핑몰 앞에 내건 장식물이 장관이다. 둘 다 동북 4대 축제로 꼽힌다. 우리 일행의 평균연령은 60후반 정도로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어른들의 건강이 다소 염려가 되었지만 문화를 체험하고 느끼고 싶다는 한결같은 바람에 따라 자유여행으로 진행되었다. 센다이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얼마 전 독립영화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인디플러그’에서 합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독립영화를 업로드하는 웹하드나 P2P업체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디플러그는 주류 상업영화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 동참하고 있다. (소위)‘배드’ 다운로더를 양산하는 웹하드나 P2P 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법적인 조치란 저작권법 위반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인디플러그의 선언 이후 여러 언론들을 통해 “독립영화계가 불법다운로드에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든지, 독립영화가 “불법 다운로드와 전쟁선포”를 했다는 등의 기사가 흘러나오고 있다.정말인가? 정말 굿 다운로더가 아닌 이들은 모두 나쁜 다운로더들이고,
'대한민국 일등신문'이라 자임하는 조선일보가 상습적으로 우려먹는 대표적인 '구라'가 두 개 있다. 서해교전(2차 연평해전)의 진실과 심현섭 사건이 그것이다. 서해에서의 남북 충돌이 거론될 때마다 조선일보는 "1차 연평해전(1999년)은 우리가 승리했지만, 2차 연평해전(2002년)에선 우리가 패배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였다.또한, 이명박 정권 들어 '반MB 연예인 퇴출' 건이 불거질 때마다 조선일보는 그를 변명 내지는 '물타기' 하기 위해서 "노무현 정권에 밉보인 심현섭도 비슷하게 당한 적 있다"는 말을 자주 입에 담았다. 그러나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대한민국 해군은 김대중 정부 이래 서해상에서 빚어진 남북 간의 여러차례 군사적 충돌에서 단 한 차례도 진 적이 없다. "북한군에게
지난 두 번의 칼럼을 통해 나는 한국에서 ‘중국의 충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리고 ‘문명중국’의 부활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썼다. 중국의 충격과 문명중국의 부활, 그 근간에는 유학이 있다.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함께 부흥한 것이 바로 유학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지금의 이러한 현상을 직시하고 잘 독해하기 위해서는 유학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간단하게나마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을 객관적으로 관찰,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은 그래서 중국에서 유학과 관련하여 어떤 움직임이 일고 있는지, 우리는 이것을 인문(人文)의 관점에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부에서는 20세기 유학의 부(浮)와 침(沈)을, 2부에서는 최근 유학의 담론 지형과 그것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말은 이제 ‘정보화’라는 말과 함께 우리에게 일상용어가 되었다. 가 정식 출범한 1995년은 ‘세계화의 원년’이었다. ‘세계화’라는 말을 모르면 세련되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이다. 그런데 정작 세계화의 본질을 명쾌히 밝히는 말이나 글은 별로 세계화되지 않은 것 같다.”옮긴이 서문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이 글귀는 두 가지 현실, 즉 하나는 세계화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이념이 되어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마치 남의 일인 양 세계화라는 압도적인 흐름에 우리가 한없이 무관심하고 무지하다는 것이 13년이란 꽤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놀랍도록 유효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꼼수”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일컫는다. “쩨쩨하다.”란 단어의 의미는 “1. 너무 적거나 하찮아서 시시하거나 신통치 않다. 2. 사람이 잘고 인색하다.”라고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현 정권을 두고 “꼼수를 부린다.”라고 묘사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08년 촛불정국에서는 정부가 귀를 열고 국민과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얕은 수로 불리한 국면을 모면하려는 일이 잦아서 그것을 비꼬느라 꼼수란 단어가 많이 쓰였다. 그런데 최근에 정부와 여당은 꼼수 부리기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짤막한 코멘트로 구사되었다. 지난 4일 민주당은 와 공사 중단을 핵심으로 하는 “4대강 대안”을 발표하였다. 그러자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
오는 16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할 한 토론회의 발제를 맡았다. 주제는 ‘종편채널 도입과 지역방송’이다. 그동안 종편채널 관련 토론회는 무수히 많았다. 지난달엔 하루가 멀다 하고 세미나가 열렸고 종편채널을 준비 중인 부자신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토론회 발제를 위해 관련 자료를 모으고 읽으면서 새삼 놀랐다. 여러 쟁점이 다루어졌으나 지역성에 주목한 경우는 눈을 씻고도 찾기 어려웠다. 사실 방송정책에서 지역성이 사고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유령 취급당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건 심했다. 종편채널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방송에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파괴력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 못지않을지도 모른다.게다가 종편은 유료방송 채널이기에 지역 지상파방송과 비대칭규제가 적용돼 특혜에
문제 하나 내겠다. 다음 5개 기사의 공통점은? (아는대로 답해 보라.)1.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전패를 기록한 북한 축구 대표팀의 김정훈 감독이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믿음을 저버린 행위'를 저지른 죄로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영국 대중지 '더선'이 1일 보도했다... 운운.2. 줘따페이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연구원과 허칭 저장대 예술대학 교수 등 80여명은 20일 '유토피아'란 웹사이트에 발표한 글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한국인들의 분노가 중국으로 쏟아지고 있다'며 '중국이 책임을 다하는 대국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운운.3. 지난 4월 5일 경기도 과천 지식경제부 6층 대회의실. 최경환 장관을 비롯한 국장급 이상 간부 전원과 정보통신 관련 업무를 담당하
“근데... 우리도 땅을 파면서 이걸 왜 파야되는지, 아무도 몰라...”건설업에 종사하는 한 회원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넋두리를 한다. 그는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헤치고,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4대강 사업의 진정한 목표를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강의 생태계가 망가져 있고, 그걸 회복하기 위한 ‘살리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아무리 최고의 광고업체에서 디자인을 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전국방방곳곳에 알린다 한들 너무 속보이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하지 않은데 자꾸만 부족하다고 우기고, 홍수는 지천에서 나는데 자꾸만 본류에 댐을 만들어서 물그릇
공교육 강화는 현재 교육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현재 대한민국에서 교육과 관련한 커다란 두 개의 문제는 사교육비의 엄청난 증가(이것은 공교육의 위기로 일컬어지곤 한다)와 이에 맞선 공교육의 강화라고 본다. 이 두 문제는 다음과 같은 위치를 점한다.사교육비의 엄청난 증가의 반대는 공교육의 강화이다. 그런데 정말 이 둘은 동시에 양립할 수 없는 모순적인 것인가?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둘은 딜레마를 구성하는 쌍생아일 뿐이다. 어느 한 쪽을 택해도 교육문제는 점점 더 심화된다는 것이다. 즉 적대적인 무한 경쟁 이데올로기에 저당 잡힌 세대들을 계속해서 길러낸다는 것이다. 먼저 공교육과 관련해서 이야기해 보자. 공교육의 대표적인 기관은 일선 학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인터넷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노벨상이 가진 갖가지 추문은 제쳐둔다면 이런 흐름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지금까지 어떤 매체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적이 없다. 텔레비전도, 영화도, 라디오도 나름 여러학자들에 의해 (물론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혁명적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인터넷만한 명성을 누리지는 못했다. 인터넷은 말 그대로 인터 네트워크(inter + network)의 준말로 상호적인 관계망을 일컫는 것이다. 노벨 평화상은 그것이 수상자든 후보자든 모두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은 그런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그것들을 상호 연결시키는 관계망 자체이다. 인터넷에 노벨 평화상을 주려고 하는 것은 특정한 주체가 아니라 주체들 사이의 공간, 즉 그것들을 연결시
야당의 압승을 ‘예측’하신 분들도 있겠으나, 4대강 전도사 이재오가 은평에서 여유롭게 당선되는 것은 물론, 7·28 재보궐에서 5대3 스코어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선거 당일 막판에 투표율이 상승하면서 혹시 나의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했지만, 대세는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아주 간단하게, 선거에서 필요한 것은 구호, 인물, 조직, 재원 등이 될 터인데,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궐에서 이 조건들을 충족했던 반면 민주당은 제대로 충족한 바가 없었다.한편, 이 과정에서 발생한 한 편의 코메디는 이재오가 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뛰겠다고 선언했고 선전했다는 것. 반대로 민주당의 총력지원은 물론 국참당과 민노당의 도움까지 받았던 장상은 고배를 마셨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측’과 달리 한나라당이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 지방선거와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서울 은평 을에서 이재오 후부가, 충북 천안 을에서도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가 각각 당선됨으로써 ‘정권심판’이라는 민주당의 노선은 퇴색하게 됐다. 이런 결과를 낳은 책임의 상당 부분은 민주당이 져야만 할 처지이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을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방선거보다 더 ‘끼리끼리주의’가 작용할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들은 안이한 후보공천과 선거 전략으로 일관했다. 낡은 정치인을 귀환시키고, 구태의연한 ‘후보단일화’를 재탕함으로써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강용석 의원이나 유명환 장관의 실언들이 더해져서 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