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플러그 홈페이지 캡처
얼마 전 독립영화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인디플러그’에서 합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독립영화를 업로드하는 웹하드나 P2P업체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디플러그는 주류 상업영화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 동참하고 있다. (소위)‘배드’ 다운로더를 양산하는 웹하드나 P2P 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법적인 조치란 저작권법 위반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인디플러그의 선언 이후 여러 언론들을 통해 “독립영화계가 불법다운로드에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든지, 독립영화가 “불법 다운로드와 전쟁선포”를 했다는 등의 기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말인가? 정말 굿 다운로더가 아닌 이들은 모두 나쁜 다운로더들이고, 이들이 저작권법을 위반해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저작권법 1조)을 가로막았으며, 이 때문에 ‘독립영화계’ 전체가 불법 다운로드와 “전쟁”을 선포했는가?

독립영화계에서 저작권 문제가 거론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이미 <워낭소리>를 둘러싼 논란이 독립영화계를 한바탕 휩쓸었었다. <워낭소리>의 제작자였던 고영재는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의 통로가 막혔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저작권법을 위반한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고, 이를 계기로 독립영화 진영에서 저작권과 관련된 논의가 일었었다.

그런데 그 때 MB의 <워낭소리> 관람과 독립 영화 진흥 정책에 관련된 것으로 주제가 확산되며, 저작권과 관련된 논의는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 채 묻혀버렸다. 그러다 다시 고영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인디플러그의 굿 다운로더 캠페인 동참과 불법 업로드 업체에 대한 법적 대응 선언으로 저작권 관련 문제가 독립영화계에 제기 되었다.

당연하지만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인디플러그가 독립영화계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갖가지 언론들에서는 인디플러그의 사업 정책을 독립영화계로 환원해 보도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문제적인 것은 언론의 보도형태가 아니라, 독립영화계의 반응이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침묵을 통해 인디플러그의 입장에 암묵적으로 공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때로 동의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독립영화계를 하나의 실체를 가진 것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상업 영화계의 외부를 이루는 공간으로, 단일하거나 획일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획정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독특한 상황 속에서 정치적 저항성을 가진 이들이 영상을 무기로 활동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자이든, 후자이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독립영화계가 상업영화계, 즉 완전히 상품화된 방식의 생산, 유통, 소비가 이루어지는 곳과는 다른 지점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다양성이라 불러도 좋고, 저항이라 불러도 좋다. 독립영화가 상업영화와 구분된다는 점은 독립영화가 무엇으로부터 독립해 있는지를 지시하고 있다. 독립영화가 독립해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정치적 권력과 자본의 횡포이다.

완전히 상업화된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영화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생산, 유통, 소비 방식을 만들어 왔으며, 그 방식의 다양화를 이루어 왔다. 다시 말해, 독립영화는 획일화된 상업영화의 그것들과는 다른, 대안적인 방식들을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지고, 도입된 것이 퍼블릭 액세스이고 공동체 상영 등이다. 그것들이 성공적이었든 아니든, 그러한 기본적 취지와 의도만은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은 상업영화가 가장 전형적으로 이익을 창출해 내는 통로이다. 게다가 그것은 직접적인 생산자나 창작자에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보다는 그것의 투자자들이나 거대 유통 기업들에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장치이다. 물론 몇몇 이름난 생산자들이 저작권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긴하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들에게 그것은 신화적인 것을 뿐이다. 상업영화계에서도 그들은 대부분 영화사에서, 방송국에서 창작 노동을 하며 착취당하는 노동자일뿐이다. 게다가 그것은 문화의 향상발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그 반대로 기능하고 있다. 저작권은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문화적 생산물들을 확산시키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막고 있으며, (때문에) 풍부한 2차 창작물(소위 패러디나 키치 등)들이 산출될 수 있는 통로를 차단시키고 있다. 파생 창작물의 생산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문화(심지어는 산업)를 향상발전 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저작권이 가로 막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디플러그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독립영화계가 침묵하고 있는 저작권 단속은 독립영화의 기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 된다. 그것은 상업 영화의 틀에 독립영화 스스로를 구속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만약 이 상태가 더욱 진행되어 독립영화가 저작권 산업에 기대어 생명을 유지해 나가게 된다면, 독립영화는 발명되어야할 미래의 가능성들(퍼블릭 액세스를 포함한 대안적인 영상의 생산, 유통, 소비 방식들)을 미리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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