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겨레 자회사 허프포스트코리아가 경제지 비즈니스포스트로 매각이 결정된 가운데, 허프 기자 대다수가 희망퇴직 처리됐다. 허프 기자들은 유강문 사장을 상대로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진정서를 제출했다.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허프지부에 따르면, 기자 6인 중 4명이 희망퇴직 처리됐다. 허프 지부는 유강문 허프 사장을 ▲불성실 교섭 ▲교섭 결렬 일방 통보 ▲희망퇴직 강요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14일 허프 주주총회에서 허프 매각이 최종 확정된다.

지난 7일 한겨레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허프 매각 안건을 8인의 찬성과 1인의 반대로 의결했다. 허프 지부에 따르면 매각 대금은 10억 5000만 원이다. 같은 날 저녁 유강문 사장은 허프 구성원들에게 희망퇴직 의사 여부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허프 구성원들은 희망퇴직 사유에 ‘본 희망 퇴직은 회사의 압박에 따른 비자발적 퇴사’라고 적어 답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신상의 이유’로 다시 적어냈다. 매각 위로금은 1000만 원이다.
곽상아 허프지부 부지부장은 13일 미디어스에 “오늘이 마지막 근무일”이라며 “허프에 입사했던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비자발적 퇴사”라고 밝혔다. 곽 부지부장은 “한겨레 경영진이 단순 지분 매각이라 (노동환경에)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당장 (비즈니스포스트에서)현장 출입을 하게 된다더라. 근무 시스템, 형태, 글쓰기 형태 모든 것이 다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곽 부지부장은 “허프를 지켜왔던 구성원들에게 희망퇴직서를 이틀 만에 내라고 하고, 또 이틀 만에 그만두게 됐다”며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곽 부지부장은 “졸지에 백수가 됐는데 한겨레의 자정을 위해서라도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가처분을 포함한 민형사 고소 및 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허프 지부는 구성원 동의 없이 비즈니스포스트 측에 임금대장, 연봉협상서 등의 사항을 전달했다며 최우성 한겨레 사장, 유강문 허프 사장을 고소한 바 있다.

한겨레 내부에서도 허프 매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겨레 구성원 A 씨는 지난 12일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자회사 매각 과정을 보며 이 회사 경영의 협소함을 절감했다”면서 “회사는 ‘적자 자회사’ 같은 ‘손실 방어 프레임’에만 갇혀 있었다”고 비판했다.
A 씨는 경영진이 허프 노조의 ‘노동자 인수안’에 대해 “단순한 거래 제안으로 판단해서는 안 됐다. 노동자가 스스로 언론의 주인이 되어보겠다는 제안이었기 때문”이라며 “한국 언론노동 운동의 생생한 장면의 주인공이었던 한겨레의 경영자들이라면, 그 의미에 더 귀 기울였어야 했다. 몇 억 손실 장부 논리로 한겨레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덮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현장 기자들은 이미 한겨레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추락했는지 알고 있다”며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장부상의 이익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고민과 실천이다. 텍스트로만 진보를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매각 대상이 비즈니스포스트라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겨레 기자 출신이 창간한 매체다. A 씨는 “우리 회사 출신 선배들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곳으로, 최우성 사장 역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왔을 것”이라며 “이런 인맥 구조 속에서 매각 논의가 사적 자리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충돌로 해석될 수 있으며 경영의 실패 이전에 윤리의 붕괴”라고 했다.
A 씨는 “특히 최우성 사장은 사장 선거 재출마를 가볍게 떠벌리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며 “다음 3년은 잘할 거'라고 혹시 생각하고 있는가. 그건 당신 개인과 집단의 착각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최우성 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댓글에서 다른 한겨레 구성원들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 구성원은 “구성원 자존감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경영진은 생각 따위 안 하는 걸로 보인다”며 “비즈니스포스트에 매각하는 게 ‘구국의 결단’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이런 한겨레가 타기업 부도덕, 정치권 내로남불 비판 기사를 쓰는 게 낯뜨겁다. 한겨레 정신은 그 바닥을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성원은 “(최우성 사장이)재선을 한다면 허프 다음은 한겨레21일 것이고, 그 다음은 제작국일 듯하다. 무능력 기득권 세력의 모습에 치가 떨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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