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겨레 구성원들이 “노동 약자를 대변하는 한겨레 정신은 어디 갔냐”며 자회사 허핑턴포스트(이하 허프) 매각 반대에 나섰다. 한겨레는 자회사 허프를 노조와 공식 협상 없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허프 노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겨레 구성원들의 연대 메시지를 공개했다. 허프 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한겨레 구성원을 대상으로 연대 서명운동에 나섰다. 평일 기준으로 3일 만에 31명의 한겨레 구성원이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겨레 구성원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한 한겨레 구성원은 최우성 한겨레 사장에 대해 “한겨레 브랜드 신뢰도 깎아먹고 구성원 명예훼손 하는 사람이 누군지 돌아봐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최우성 사장이 이메일을 통해 “(허프 노조가)일방적 주장을 담은 기사를 배포하고 있다. 이제는 한겨레 브랜드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는 지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한겨레 구성원은 “당장은 기존의 근로계약이 유지되겠지만, 허프 구성원의 고용은 새 대주주가 생기면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한겨레는 ‘새롭게 선임될 허프 경영진이 노사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 등을 변경하는 것은 지분 매도 기업인 본사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한다. 허프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그 무책임을 우리는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프의 육아휴직자와 신규 입사자의 고용 보장 등을 언급한 것은 비공식적 미팅 자리였다는 설명도 답답함을 자아낸다”며 “공식적인 매각 협상 과정에서든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흐리기 위해 지분 매각이지 영업 양수도가 아니라는 설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한겨레에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구성원들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저희에게 닥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연대한다” “구성원의 권리와 존엄을 외면한 매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의로운 길로 돌아서라” “노동 약자를 대변한다며 기업 비판 기사를 쓰는 한겨레의 정신은 어디 갔나” “노동자와 회사가 공존하는 세상을 향하여” “자회사 노동자를 대하는 한겨레 사장의 태도 아주 잘 보고 있다” “허프 매각 반대 목소리에 연대한다” ”양쪽이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등의 의견을 남겼다.
허프 노조는 “허프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고, 짧은 시간 안에 연대 서명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허프 노조는 “한겨레 정신’을 만든 것도, 지금 지키고 있는 것도 최우성 경영진이 아닌 여러분”이라며 “현장을 지키며 원칙과 신념을 삶으로 실천하는 구성원들의 합의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허프 노조는 “최 사장은 허프 노조와 단 차례의 협의도 없이, 노동자의 삶과 회사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러분의 연대는 한겨레 정신은 그런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우리가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이유, 그리고 끝내 지켜낼 수 있는 힘은 바로 한겨레 구성원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앞서 한겨레의 또다른 자회사 씨네21이 허프 노조와 연대를 선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씨네21지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어 “한겨레 자회사인 허프의 일방적인 매각 추진은 해당 구성원들의 고용안정과 생존권을 철저히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면서 “고용안정을 외면하고 자회사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이번 매각 시도가 다른 자회사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씨네21지부는 “자회사 노동자 전체를 위협하는 일방적 구조조정 시도에 함께 맞설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도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비공개로 강행하는 매각은 절차 위반이며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그간 ‘진보언론’ 한겨레가 중시해온 노동권의 무게와 민주적이고 평등한 조직문화의 가치를 경영진이 스스로 허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겨레는 허프 지분 100%를 온라인 경제지 ‘비즈니스포스트’로 매각을 추진 중이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한겨레는 이 과정에서 허프 노조와 단 한 차례의 공식 교섭을 진행하지 않아 허프 구성원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한겨레 사측은 단순한 지분 매각은 노조와 협상 대상이 아니며 매각 과정에서 허프 노조와 여러 차례 만나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지배주주만 바뀌는 지분 매각이기 때문에 ‘영업 양수도’ 주장은 허위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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