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겨레 구성원들이 자회사 허핑턴포스트(이하 허프) 매각을 강행하는 사측에 대해 “‘진보언론’ 한겨레가 중시해온 노동권의 무게와 민주적이고 평등한 조직문화의 가치를 경영진이 스스로 허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30일 성명을 내어 “최우성 대표이사 및 경영진에 위법적이고 강압적인 허프 매각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허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겨레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허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한겨레는 이 과정에서 허프 노조와 단 한 차례의 공식 교섭을 진행하지 않았다. 한겨레 경영진은 영업 양도가 아닌, 지분 매각으로 노조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경영상의 행위라는 입장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겨레 기자 출신이 창간한 인터넷 경제매체다.

한겨레지부는 “한겨레의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일원을 정당한 소통 없이 내쫓는 비민주적 양태와 아울러 법리적으로도 위법성이 다분한 주장이다. 이번 매각이 단순한 주식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겨레지부는 유강문 전 허프 대표·정연욱 경영관리본부장 등이 허프 등기이사로서 허프 구성원에게 ▲육아휴직자 및 신규채용자의 고용이 승계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기존 직원들의 경우 근로계약서 재작성하며 취업 장소가 변경될 것이라고 통보했으며 ▲허프 노조와 무교섭 등의 행보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지부는 “이 거래가 ‘지분 매각’이라면, 위에 논의된 사안들이 언급될 이유가 없다”며 “단순히 허프 지분을 100% 매수하는 경우라면, 인수자는 허프 경영권뿐 아니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상호와 인수 기업의 모든 권리관계를 승계·보유하게 된다. 모회사(한겨레)와 자회사(허프) 경영진이 허프 노동자의 고용승계 여부나 근로계약서 재작성 등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지부는 “만약 경영진의 위와 같은 언행을 근거로 이번 매각이 실질적인 ‘영업 양도’로 판단된다면, 회사는 근로기준법, 상법, 단체협약 등에 따라 노동조합과의 협의, 자회사 이사회 결의 등 의무를 지게 된다. 이를 누락한 채 비공개로 강행하는 매각은 절차 위반이며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그간 ‘진보언론’ 한겨레가 중시해온 노동권의 무게와 민주적이고 평등한 조직문화의 가치를 경영진이 스스로 허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지부는 이번 매각 과정이 한겨레 단협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했다. 허프 매각이 영업 양도에 해당하면 한겨레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한겨레지부는 사측이 허프 매각 논란이 벌어진 이후에야 비공식 면담을 통해 입장을 밝혔을 뿐 공식적인 협의를 요청한 적 없다고 전했다.
한겨레지부는 “회사는 ‘매각 절차의 영업 양도적 성격에 관한 법률 자문을 사전에 충실히 받았느냐’는 노조의 질의에 ‘그렇다’고 대답하였는데, 막상 로펌 자문을 받은 시기를 살펴보니 지난 25일, 29일 등 극히 최근이었던 사실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지부는 “지난 수년간 언론 매체 허프의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경영 조치는 일절 취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허프 매각에 나서는 것은 애초 자회사 발전을 위한 계획도 전략도 없었음을 인정하는 꼴”이라면서 “‘한겨레 미디어 그룹’의 비전 부재를 졸속 매각을 통한 수익화로 무마하려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지부는 “노동권을 묵살하는 진보언론에 어떤 미래가 있겠는가. 한겨레의 존재 이유는 실천으로 증명될 뿐”이라면서 “한겨레는 자회사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외면하며 우리의 창간 정신과 정체성을 내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허프 노조와 한겨레지부는 오는 31일 한겨레 사옥 앞에서 ‘허프 매각 중단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허프 노조는 매각 완료 시 ‘무효’를 주장하는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허프 노조는 30일 인수의향사에 허프 직원들의 연봉계약서, 임금대장 등의 자료가 제공된 것과 관련해 최 사장, 유강문 대표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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