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겨레가 자회사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이하 허핑턴)를 구성원과 협의 없이 졸속 매각에 나섰다는 반발이 불거졌다. 한겨레는 “실사 단계 수준”이라며 “구성원과 충분히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허핑턴 노동조합은 16일 성명을 내어 “한겨레 최우성 사장이 자회사를 졸속 매각하려고 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허핑턴의 발전을 위해’라고 하지만, 고작 5명 남짓의 직원들이 번 돈인 현금 자산 약 10억 원을 챙겨 본인 임기 내 적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가 허핑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허핑턴 노조는 지난달 18일 사측으로부터 ‘인수 의향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23일 유강문 허핑턴 사장이 "허프라는 브랜드는 이제 잊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허핑턴 노조는 지난 1일 유 사장으로부터 “대주주 사이에 조율된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희망퇴직 하라” “7월 둘째 주까지 실무협상이 끝나면, 셋째 주부터 희망퇴직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허핑턴 구성원들이 ‘근로조건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발하자 유 사장은 “협상 속도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희망퇴직 하라고 할 것”이라면서 자신은 한겨레 경영관리본부장의 발언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허핑턴 노조는 이 같은 매각 추진이 ‘매각 시 회사는 사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 ‘조합원 근로조건 변경 사안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는 명백한 단협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허핑턴 노조는 “얼마나 급했으면 개인정보가 기록된 연봉계약서와 임금대장 등 각종 인비 사항까지 모두 인수 의향자에게 넘겨버렸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 동의는 일절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핑턴 노조는 편집국 간부가 노조 집행부를 맡자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며 “노동 권익에 앞장서야 할 진보 언론으로서 해서는 안 될 심각한 부당노동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핑턴 노조는 “현재 한겨레 경영진은 노조의 문제 제기에 잠시 주춤하고 있을 뿐 여전히 속도전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최 사장이 4분기에 재출마 움직임에 나서기 이전에 적자를 보전해야 할 마지노선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주요 언론사 중 유일하게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최우성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허핑턴 노조는 “졸속 매각 시도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및 위법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면서 “만약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곧바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 부당 노동 행위와 단협 위반으로 제소 등 법적 싸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핑턴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한겨레 경영진이 7월 셋째 주부터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했다”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편집국 간부들이 노조 집행부로 나선 것인데, ‘간부가 왜 노조에 가입하냐’는 소리를 들었다. 한겨레는 실·국장도 다 노조에 가입한다. 정당한 노조활동을 흔들려고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겨레가 이런 행동을 해도 되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겨레 측이 굉장히 철두철미하게 매각을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관련 증거자료를 모두 확보했다”며 “법률 검토를 마친 상태다. 오늘 한겨레 측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경영진은 공식 매각 협상에 돌입한 것은 아니고, 관련 내용은 허핑턴 구성원과 충분히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한겨레 경영관리본부장은 미디어스에 “공식적으로 (허핑턴)매각 협상을 개시한 것은 아니고, 실사 단계”라고 해명했다. 그는 “(허핑턴 노조와) 충분히 협의했다"며 "실사 전, (허핑턴 노조에) 인수 의향사 측에서 받은 ‘매체 소개서’ ‘인수 의향서’ 등을 다 전달했고, 인수 의향사를 만나는 것에 대한 이견이 없었다. 이후 과정이나 내용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경영관리본부장은 “실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협상 개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전에 구성원들의 처후나 단협, 요구사항 등을 정리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막연히 기다릴 수 없으니 2주 안에 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경영관리본부장은 “희망퇴직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표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매각이 성사가 되면 고용승계를 바라는 직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 매각이 되는 것도 아닌데, 희망퇴직을 받겠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경영관리본부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주장에 대해 “LOI(투자의향서) 안에 비밀유지조항이 있다”며 “사전에 LOI 내용을 허핑턴 편집장과 관리자들에게 전달해 양해를 구했고 동의를 받았다. 사전에 얘기조차 안하고 자료를 넘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영관리본부장은 ‘노조 탈퇴 종용' 주장과 관련해 “모르는 내용”이라면서 “다만 편집장이 이사 대우인데, 직책으로만 보면 사용자다. 혹시라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면 안 되니까 살펴보시라는 얘기는 한 적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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