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고용노동부가 한겨레의 자회사 허핑턴포스트(이하 허프) 매각 과정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한겨레 경영진은 매각 관련해 허프 노조와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한겨레 구성원들은 경영진을 향해 “당사자도 납득하지 못하는 논의 절차를 ‘선의’라는 말로 포장하여 한겨레 정신을 왜곡하지 말고, 교섭 자리에 나서 성실하게 협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한겨레 ⓒ허프포스트코리아,한겨레
허프포스트코리아, 한겨레 ⓒ허프포스트코리아,한겨레

6일 허핑턴포스트 노조는 최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한겨레 경영진의 교섭 회피 사안에 대해 직권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허프 지분 100%를 온라인 경제지 ‘비즈니스포스트’로 매각을 추진 중이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한겨레는 이 과정에서 허프 노조와 단 한 차례의 공식 교섭을 진행하지 않아 허프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허프 노동자들을 만나 현장 실태조사에 나섰다. 근로감독관은 ‘지분 매각은 단순히 주주 변경인데, 왜 고용승계가 언급되나’라고 의문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감독관은 조만간 한겨레 경영진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강나연 허프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사측이 교섭을 회피하는 것에 대해 노동부가 교섭창구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 외에 서부지청에 개인정보 유출, 신규입사자 채용 변경,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프 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매각 과정이 부당하다고 신고했으며, 지난 1일에는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또 허프 노조는 국민신문고 갑질피해 신고센터에 경영진을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정규직 채용 지원자가 3개월 계약직으로 변경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경영진은 단순한 지분 매각은 노조와 협상 대상이 아니며 매각 과정에서 허프 노조와 여러 차례 만나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지배주주만 바뀌는 지분매각이기 때문에 교섭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인수의향사에 허프 직원들의 연봉계약서, 임금대장 등의 자료가 제공한 것과 관련해 허프 간부들로부터 ‘포괄적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

허핑턴포스트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가 '허프 매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허프 노조)
허핑턴포스트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가 '허프 매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허프 노조)

곽상아 허프 노조 부위원장은 5일 열린 ‘허프 매각 반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사안을 민주당 을지로위에 제보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박홍배 민주당 의원실에서 연락이 왔고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들여다봐주고 계신다”며 “최근엔 서부지청 근로감독관이 사무실에 나와 실태조사를 했다. 유강문 전 허프 대표도 (근로감독관과) 면담을 나눴는데, 본인은 사임했기에 아무 지위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같은 날 성명에서 “한겨레 경영진이 허프 노조와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교섭’ 형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면서 “거래는 '영업양도'가 아닌 ‘지분매각’이기 때문에 교섭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도 변함없었다. 본질을 외면하는 처사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경영진은 허프 노조에 ‘교섭’이 아닌 비공식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지부는 “회사는 '공식 협상은 아니었다'는 말로 덮으려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조차 의아함을 표했다고 하는데,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으로 의심과 반발을 부른 것은 허프 구성원도, 한겨레 노조도 아닌 바로 경영진“이라고 했다. 

한겨레지부는 “오랫동안 진보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익을 중시해온 한겨레가, 막상 자회사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나서자 '형식적으로 문제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지향과 가장 동떨어진 모습이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신다은 한겨레 기자는 연대 발언에서 “노동자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게 한겨레가 계속해서 써왔던 기사 정신”이라며 “‘대화를 형식적으로 했으니까 됐지 않나’ 그런 정신으로 저희가 기사를 써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양진 기자는 “허프 매각에 반대한다. 우리가 함께하는 것만이 경영진이 만들어 놓은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장민수 한겨레지부장은 “대표이사에게 이미 이 상황은 법률적 다툼을 넘어섰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거고 매각도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상황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한겨레 노조도 어떻게 대응할지 다시 한번 지혜를 모아 허프 노조원과 함께 같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의 또다른 자회사 씨네21노조도 성명을 통해 “고용안정을 외면하고 자회사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이번 매각 시도가 다른 자회사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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