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를 찾았지만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5.18의 아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광주에 불법적 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정당의 대표가 미사여구를 늘어 놓으며 나타난 것이니 좋은 말이 나올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일을 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장동혁 대표가 광주행을 고집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보수언론은 장동혁 대표가 중도층 공략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구치소의 윤석열을 면회하는 등 ‘우클릭’ 행보로 ‘집토끼’를 다져놓고, 이제 본격적으로 ‘산토끼’를 잡는 중도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시도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시도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호의적(?) 해석은 장동혁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를 거머쥔 직후부터 계속 나왔다. 전당대회 승리를 위해 ‘극우코인’에 올라탔을 뿐, 대표가 된 이후에는 지방선거 대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곧 중도 행보로 전환하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가 무색하게 장동혁 대표는 오히려 극단적 우클릭 행보로 일관했다. 그 정점이 윤석열 면회 사건이다. 심지어 당내 구 친윤계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나서야 장동혁 대표가 다른 행보에 시동을 거는 게 현실이다. 즉, 장동혁 대표는 국민의힘 내 정치 지형상 여전히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인사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른쪽으로 열 발자국 간 다음에 왼쪽으로 한 발자국 움직인 것을 중도 공략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도 있지만 ‘내용’도 문제다. 광주를 보여주기식으로 이용한 것은 윤석열도 마찬가지였다. 5.18 정신 전문을 헌법에 넣겠다고 했으나 실제 추진한 일은 없다는 데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또 윤석열은 후보 시절 광주가 민주화 세력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만 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번영’이라고 주장하였는데, 더 이상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은 필요없고 경제적 이익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드러낸 것 자체가 문제였지만 그마저도 실제 된 게 없다는 사실 또한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장동혁 대표는 ‘복합쇼핑몰’ 등을 거론하였는데, 이게 윤석열식 접근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중도공략설은 기만적인 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란에 대한 반성도, 5.18에 대한 획기적 인식 전환도 없는 별로 상태에서 광주에 대한 이런 식의 접근은 “왜 중도공략을 하지 않느냐”란 비판에 답하기 위한 알리바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버릴 수가 없다.

윤석열식 해법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전당대회 당시 장외에서 극우와 결별해야 한다며 장동혁 대표 등과 대립했던 한동훈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전 대표는 최근 재판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윤석열이 한동훈 등 정치인들을 데려오면 총으로 쏴죽이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음에도 ‘안타깝다’는 취지 외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동훈 전 대표가 주력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악마화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판이 재개되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2024년 1월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월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한동훈 전 대표의 발언은 얼핏 보면 막 던지는 것 같지만 나름의 전략적 고려가 습관화 된 자극적 어법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략적 고려란 첫째로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적 처지에서 비롯된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 어게인’에 쏠려 있는 ‘집토끼’와 대립하는 것을 포기한 상태다. 그들의 미움을 사서는 보수세력 내에서 기회를 잡기 어렵고 ‘제2의 유승민’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한동훈 전 대표가 직접 ‘윤 어게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산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잃게 될 것인데다가 정치적 맥락이 지지자들에게 수용되지도 않는다. 여기서 최선은 ‘우리 편’ 얘기는 그만하고 ‘상대 편’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악마화 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을 향한 극단적 주장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다.

그런데 왜 하필 ‘계엄령’일까? 이게 두 번째 지점이다. 보수세력은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당일 계엄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던 한동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고개 숙이고 사과하며 반성을 외치는 것은 ‘집토끼’들이 볼 때에는 상대방에 굴복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러니 남은 답은 ‘우리만 더러운 게 아니라, 너희도 더럽다’고 주장하는 피장파장 전술뿐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치부인 ‘비선실세’와 ‘계엄령’을 이재명 정권에 들이대는 것이다.

피장파장 논리는 곧 ‘너희는 안 그런 척 하면서 나쁜 짓을 꾸미고 있으므로 우리보다 더 나쁘다’라는 위선자-내로남불 프레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어느새 보수정치가 저지른 잘못은 없어지고 ‘겉으로 정의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악당인 자들’이라는 상대방에 대한 평가만 남게 된다.

이러한 여론 형성을 가장 열심히 한 이 또한 윤석열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방식은 비록 정파적 포지션에서는 대척점에 서있을지 몰라도 윤석열과 닮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의 후계자이다.

‘윤 어게인’의 대안이 윤석열의 방법론적 후계자인 세력에 희망이 있을까? 그런 세력이 말하는 중도 공략이라는 게 잘 될 리가 없다. 근본적 반성이 없으면 어떤 전략도 무용하다는 것을 국민의힘이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청구를 빌미로 더 극단화 되고 있다.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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