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기습적 ‘윤석열 면회’를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당장 당내에서는 이재명 정권에 유효타를 날리던 와중에 당 대표가 ‘자살골’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는 점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보도에 의하면 이러한 취지의 비판을 메신저에 제기한 김재섭 의원의 글에 구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마저도 공감을 표시할 정도였다고 한다.
장동혁 대표는 이렇게 될 줄 몰랐을까? 면회를 해놓고 뒤늦게 이를 공개한 것 등을 보면 고민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윤석열 면회 사실을 공개한 것은 나름대로 정치적 계산에 기초한 판단을 거쳤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 계산이라는 것은 가령 이런 식이다. 지방선거 전까지 윤석열의 불법적 계엄 선포 여파는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특검 수사와 재판도 있다. 중도층에서의 지지 회복은 요원하다. 그렇다면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유실되는 지지층을 단속하는 모드를 유지해야 지지층의 최대 단결을 유지할 수 있다. ‘윤 어게인’ 세력에 편승하는 것은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 방편이며 이들의 지지를 통해 대표가 된 장동혁 대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당 내 온건파(?)들이 보기에 이런 계산은 지나친 우편향이다. 이들이 보기에 이재명 정권은 스스로 중도층 지지를 상실하는 길로 가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 대상 지역으로 묶은 부동산 대책, ‘실세’ 논란을 자초한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문제,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근거 없는 문제제기 등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중도층 민심을 이반시킬 수 있는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잘 살려야 하는데 장동혁 대표는 유권자들이 더 이상 떠올리지 말아야 할 ‘윤석열’이란 이름을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다시 끌고 왔다. 이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걷어 차버리는 행태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도 장동혁 대표의 행보를 이런 차원에서 비판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의 판단과 이에 기반한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그렇다면,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면회만 강행하지 않았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됐을 것인가? 이런 점에서 장동혁 대표를 비판하는 온건파(?)들이 강조하는 ‘기회’를 이들이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김현지 1부속실장의경우 국회 운영위 출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론조사상 중도로 잡히는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그렇게 여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김현지 실장이 총무비서관으로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걸로 보이는 정권 초반부의 사안에 대해 국정감사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중도 공략의 맥락을 살리고 싶다면 이 대목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운영위 출석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김현지 실장이 시민단체에서 일하던 시기에까지 걸치는 마구잡이식 문제제기는 오히려 초점을 흐리고 김현지 실장이 국회에 나가봐야 소모적 정쟁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김현지 실장의 휴대전화 교체 이력을 거론한 박정훈 의원의 문제제기는 의아하다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휴대전화 교체는 먼저 특정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서 제시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박정훈 의원의 주장에는 본편에 해당하는 ‘특정 의혹’ 대목이 사실상 비어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태도 역시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여당의 기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밀어 붙인 10.15 대책은 선거라는 지형에서 보면 분명히 집권세력의 약점이다. 이를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의 정책과 노선에 근거한 구체적 비판과 이를 통한 대안 주장이라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책임 있는 대안을 주장하기보다는 정치적 대립구도에 의존하는 방식의 공세로만 일관하고 있다. 토허구역 내에 이미 집을 가진 기득권 대 기득권에 진입하지 못한 세대 및 계층이라는 포퓰리즘적 구도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를 극우 정치의 동력으로 삼는, 상습적 행태를 여기서도 되풀이하는 모습도 보인다. 장동혁 대표가 “586 정권의 사회주의 경제실험”이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당내 정치적 포지션으로만 놓고 보면 이의 대척점에서 극우화를 비판해야 할 듯한 한동훈 전 대표도 “사실상 중국식 통제”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이런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최근 주가 상승 흐름에 대해 “불법적으로 중국 자본이 들어와 한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는 의혹”의 존재를 거론했다. 정치 이슈 전반에 대한 포퓰리즘적 접근과 그 결과로서의 극우화는 극우포퓰리즘의 특성이다. 즉, 국민의힘은 극우포퓰리즘 정당으로서의 행보를 포기하지 않고 가속화한다. 이는 장동혁 대표를 옹호하는 쪽과 비판하는 쪽 모두 공유하는 속성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의힘이 펼치는 정치는 다른 대안을 추구하지 않는 한, 한국 민주주의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장동혁 대표의 ‘윤석열 면회’를 둘러싼 당내의 논란은 오히려 이 점을 가리는 알리바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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