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정부의 APEC 정상회의 성과를 '백지'로 규정하는 한편 사법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재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와 정반대인 국민의힘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재추진한 것은 정치적 논란을 키우고 정부 APEC 성과를 묻히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정권이 그토록 강조하는 실용외교의 정체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이것저것 다 생략된 백지 외교"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팩트 시트'(Fact Sheet)도 합의문도 공개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재명 정부가 협상 내용을 발표하고 돌아서자마자, 미국에서는 곧바로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합의 사항을 왕관에 새기고, 야구 배트에 찍힌 도장으로 서명을 끝낸 것인가. 그래서 이 대통령은 칼에 찔려 죽는 거, 총 맞아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야구 방망이는 그토록 두렵다고 한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이 대통령 재판을 당장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내일도 너무 늦다. 이재명에 대한 재판은 오늘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며 이 대통령 재판을 중지시킨 각급 법원 5개 재판부의 판사 실명을 하나하나 입에 올렸다. 사법부 좌표찍기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민생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한한령으로 인한 한국 게임·콘텐츠 중국 내 유통 문제, 무비자 입국 후 불법 체류로 남는 중국인 관리 문제 등 우리 경제·사회와 직결된 현안들이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고 했다.

4일 경향신문은 사설 <선 넘은 ‘APEC 폄훼·대통령 재판’ 정쟁, 국민의힘 멈추라>에서 "국내외에서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과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 정상회의 결과를 깎아내리고,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하라고 연일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 흠집내기에만 골몰할 뿐, 국민과 민생은 뒷전이고 건설적인 제안이나 대안도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15% 관세'와 '연간 최대 200억 달러 분할투자'에 합의한 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서 일본의 대미 관세협상 결과와 비교해도 선방했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송 원내대표가 한한령을 해제하지 못했다고 정부를 비판한 데 대해 "반중 포퓰리즘을 선동하는 정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이런 식이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의 재판 재개 주장에 대해 "민심과 멀고 되지도 않을 생떼를 쓰는 것"이라며 "법원이 헌법 해석을 돌연 바꾸지 않는 한 재판이 재개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현직 대통령 재판 중지, 더 이상 논란 벌일 일 아니다>에서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 5건은 해당 재판부들의 판단으로 이미 정지된 상태로, 헌법 취지로 보나 법원 판단으로 보나 당연한 것"이라며 "더 이상 쓸데없는 논란을 벌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이유는 대통령이란 직책이 감당해야 하는 국정의 무게와 안정적 업무 수행의 필요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헌법학자가 공유하는 헌법 해석"이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국민의힘이 재판 재개를 자꾸만 논란거리로 삼는 건 결국 국정운영을 훼방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 재판 재개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에 '조희대 사법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국정감사장에 나와 '이론적으로 재판 재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민주당이 '국정안정법'이라는 호칭을 붙여 재판중지법을 재추진한 데 대해서도 지적했다. 여당의 과잉대응으로 정치적 논란은 커지고 정부의 민생·외교 성과는 묻힌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한 법안이라며 민주당에 해당 법안을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 실장은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기를 당부드린다"며 "대통령이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입장 발표 후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 철회'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박홍근 의원은 이날 SNS에 "매우 성공적으로 치른 경주APEC의 국가적 에너지가 자칫 불필요한 정쟁으로 소진될 뻔했는데 (대통령실이) 조기에 잘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당초 ‘국정안정법’이든지 ‘재판중지법’이든지 그 명칭을 떠나 당이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는 걸 접하면서 국민에겐 타이밍도 아닐뿐더러 과유불급으로 느껴질 일이었다"면서 "특히 우리는 국정을 무한책임지는 집권여당이므로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여당이 현직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들고 나온 것도 '위인설법' 논란만 키우는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하는 것으로 '예산국회' '민생국회'의 막이 오른다. 정부·여당도, 야당도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민생을 살피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는 기사 <대통령실, 민주당에 재판중지법 ‘자제’ 당부…APEC 성과 묻힐라>에서 강 실장 브리핑에 대해 "‘당부’의 대상이 야당인 국민의힘보다는 여당인 민주당 쪽에 무게가 실린 것이 눈에 띈다"며 당연한 것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뉘앙스가 깔렸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APEC 정상화의 성과를 알려야 할 시점에, 이미 '정리'된 문제였던 이 대통령 형사재판 재개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다시 불붙은 것이 달가울 리 없다"며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여당이 엇박자로 깎아 먹는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9월 24일 한반도 비핵화 구상인 ‘엔드 이니셔티브’를 담은 이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당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여당 강경파가 주도한 ‘조희대 청문회’ 논란에 묻혔다는 비판이 여권에서도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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