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경향신문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일 사설 <이진숙·김형석,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지막 도리>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 위원장이 임기 내내 비정상적인 ‘2인 체제 방통위’의 심의·의결 강행으로 물의를 빚어온 사실은 잊은 것인가. 이쯤 되면 이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위원장에 대해 직권면직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달 30일 <전국 민방(민영방송) 특별 대담>에서 “아무리 봐도 이분(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을 하는 목적이 정치적인 것 같다”며 “과거 방통위원장은 방송 정책에 대해 견해가 다른 것을 이야기한 적은 있어도, 정치적 발언은 안 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지난 7월 20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장관 인선 관련 브리핑 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상호 정무수석이 지난 7월 20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장관 인선 관련 브리핑 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 수석은 “국무회의장에서 보면 시키지 않는데 꼭 준비해온 발언을 해서 뉴스를 만든다. 우리가 브리핑하지 않아도 본인이 나가서 SNS에, 혹은 기자실에 가서 본인이 한 얘기를 밝힌다”면서 “지금 대구시장 출마설도 있는데, 만약 출마를 할 생각이 있으면 (방통위원장직을) 그만 두고, (대구 시장에) 나가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앞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위원장은)공무원으로서 지켜야 될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음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며 “직권면직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의 경우 상당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SNS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말에 대한 답변>이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리고 “2026 지방선거 일정은 현재 6월 3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제가 임기를 채우면 지방선거 출마는 불가능하다”며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이 위원장은 “법으로 정해진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데서 법치가 시작된다”며 “목적을 위해 법을 바꾼다면 법을 지배하는 것이고, 법을 지배하는 것은 독재”라고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중이라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지난해 9~10월 보수 유튜브 방송에 출현해 ‘보수 여전사’를 자임했을 정도니 우 수석 비판이 과하지 않다”며 “감사원은 지난달 초 이런 발언들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판단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은 국가공무원법상 ‘면직’ 사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에서 여러 차례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 “좌파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노영방송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노영민국이 된다” “다수 독재” “국회 폭력” “반대한민국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 등의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감사원은 지난 7월 감사 보고서를 통해 이 위원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주의’를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경향신문은 “무엇보다 이 위원장은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 설립 정신을 파괴한 행태로 비판받아왔다”며 “기관장으로서 기관 신뢰를 파괴하곤 무슨 염치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8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8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들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최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하면서 “전체적인 이사 선임 과정, 경위, 시기, 선임 의결의 결과 등을 종합했을 때 피고가 재량을 남용해 이사를 임명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 지원자들의 이 위원장 기피 신청을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위원장과 김태규 당시 부위원장은 임명 당일인 지난해 7월 31일 2시간여 만에 83명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를 심사하고,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해 졸속 심사 논란이 일었다. 지원자 서류만 총 1,600장에 달했으나 지원자 1인당 심사 시간이 평균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진숙 체제 방통위는‘방문진·EBS 이사 효력 정지’ ‘방송통신심의위위원회 제재 취소’ 등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독립기념관을 개신교 예배 장소로, ROCT 동기 모임 장소로 대여해 물의를 일으킨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해서도 “거취를 결단하길 바란다”면서 “취임 당시부터 뉴라이트 역사관 옹호로 논란을 빚은 것은 물론 공직자로서 공사 구분도 못한 것이다. 애초 친일파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과거 언행을 감안하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인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여야가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두고 공방 중이고, 국민의힘은 ‘전 정부 인사 밀어내기’라고 비판하지만 이 위원장과 김 관장에 대해선 타당하지 않다”며 “공직자로서 처신이 반듯했다면 거취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이 위원장과 김 관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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