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겨레가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 결정으로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수사 불응이 출발점”이라며 “이젠 약속대로 수사에 제대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0일 사설 <이진숙 체포영장 기각, 면죄부 준 게 아니다>에서 “이 전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마치 무죄를 선고받거나 모든 의혹이 해소된 양 의기양양한 모습”이라면서 “그러나 법원의 체포영장 기각이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4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 전 위원장의 체포적부심을 인용했다. 그러나 남부지법은 ▲체포 적법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수사 필요성이 전면 부정된다 보기 어렵다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어 신속히 소환조사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전 위원장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재판부는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 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고, 이미 상당한 정도로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도 크지 않고,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성실한 출석을 약속해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석방 직후 “응원하고 격려해 준 애국시민께 감사하다”면서 “‘이재명 주권 국가’, ‘대통령 주권 국가’에선 대통령 뜻과 비위를 거스르면 당신들도 법정, 구치소, 유치장에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튿날 SNS에 “(경찰의 체포가) 대통령실과 민주당, 검찰, 경찰의 합작품이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썼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27일 소환조사를 받기로 협의했지만 경찰이 9월 9일과 12일 두 차례나 출석요구를 보냈다면서 “제가 6차례나 출석요구에 불응했다고 밝힌 경찰 주장의 실체”라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9월 27일 경찰 소환 불응에 대해서는 국회 본회의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이 상정돼 자리를 지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이 전 위원장 측은 경찰이 이 전 위원장의 체포 사유로 든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주장에 대해 “6개월이 아닌 10년으로, 따라서 적어도 9년 6개월 이상의 여유가 있다. 시기적 긴급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수사 불응이 출발점"

한겨레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과 맞서는 ‘보수 전사’로 자리매김하려는 정치적 행동으로 보인다”면서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유튜브 등을 통해 ‘좌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을 계속 발언해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왔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소환 조사 불응에 이 전 위원장은 ‘국회 출석’을 이유로 댔는데, 법원은 ‘국회 출석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면서 “(중략)이 전 위원장이 출석한 9월27일은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안’ 표결이 있는 날이었다. 본회의 표결에 해당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그날 그가 국회에서 한 일은 자리에 앉아 언론사 카메라와 사진에 찍히는 것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 전 위원장 측의 ‘공소시효 10년’ 주장에 대해 “체포 시급성이 없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겠으나, ‘직위를 이용했음’을 실토라도 하는 것인가”라면서 “또 공소시효 판단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하는 것이지, 피의자가 제멋대로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한겨레는 “경찰이 이 전 위원장을 굳이 체포까지 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 전 위원장의 수사 불응이 출발점이다. 이젠 약속대로 수사에 제대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같은 날 이충재 전 한국일보 주필은 '이충재의 인사이트' 칼럼 <이진숙의 착각>에서 “고발된 지 5개월 동안 손놓고 있다 하필 경찰이 이 시점에 체포영장을 집행한다고 난리쳤는지는 논외로 치자. 정작 궁금한 건 이 전 위원장의 석연치 않은 태도”라면서 “무려 6차례나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윤석열조차 3차례 출석에 불응한 대가로 공수처와 특검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이 전 주필은 “체포와 석방, 그리고 이후에 이 전 위원장이 던진 말은 의구심을 돋운다”면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거론한 건 자신의 위법 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엮은 것이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를 자신과 동격으로 놓는 말 재간도 놀랍다”고 말했다.

이 전 주필은 “그가 뻔한 속내를 감추지 않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임에 틀림없다”면서 “하지만 '보수 여전사' 이미지를 각인시켜 당선되겠다는 계산이 적중할지는 의문이다. 이 전 위원장이 체포는 면했어도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기소는 불가피하다.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전에 출마 자격 제한이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수개월 내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주필은 “이 전 위원장의 얕은 꾀는 상당수 국민이 이미 간파했다”며 “그런 어설픈 셈법이 통하리라고 생각했다면 국민을 너무나 우습게 여긴 것이다. 이진숙은 자신이 여러 혐의를 받고 있는 수사대상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빨리 깨닫는 게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