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사에서 “국민의힘 개혁 점수는 ‘빵점’”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건 윤석열 정권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등의 쓴소리를 남겼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후임 비대위원장으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TK 3선 송언석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중앙일보는 이를 두고 "변화할 때 변하지 못하면 멸종"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퇴임사에서 대선 패배 이후 당 쇄신에 반대해 온 구 친윤계를 질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기득권 구조를 혁파해 국민의 보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당의 몰락을 가져온 기득권이 근본적 변화도 가로막고 있으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윤석열 정권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동정치, 부정선거론 등 각종 음모론, 추종자의 가치판단을 마비시키는 우상화 등 새로운 독재 요인을 혁파해야 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친윤계로 분류되는 송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송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본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고 반대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송 원내대표는 오는 8월 중순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비대위원장직을 겸직한다는 계획이다.

주요일간지들은 국민의힘의 쇄신을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는 1일 사설 <국민의힘, 대선 뒤 새 가능성 보여준 것 뭐 있나>에서 “김 전 위원장의 말처럼 지금 국민은 국민의힘에 해체에 가까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대선 패배 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게 뭐가 있는지 뚜렷이 기억나는 게 없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송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에 대해 “그렇다면 새 대표가 뽑힐 때까지 국민의힘은 여전히 구체제가 지속하는 셈이다. 심지어 전대에서 친윤계가 미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갈라파고스 정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의 실책을 잘 공격하면 다시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믿는 듯하다. 하지만 정권을 겨냥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스스로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혁신을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시중에서 정권을 내줬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철저한 각성이 필요하다”며 “변해야 할 때 변하지 못하면 멸종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쇄신·국민정당” 말 공허한 김용태 퇴임사, 문제는 ‘친윤’이다>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의 퇴임사와 관련해 “쇄신은커녕 변화 자체를 거부하며 ‘박물관 정당’으로 퇴락한 국민의힘을 이보다 분명하게 보여주진 못할 것”이라며 “쇄신과 ‘보수·국민정당’을 재건하자는 김 비대위원장 고언도 당 주류를 장악한 친윤계가 건재하는 한 모두 공염불”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대선 후보 교체 파동 후 긴급투입된 김용태 비대위의 좌절은 젊은 정치인 이미지만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권한은 봉인해버리는 국민의힘 기득권 정치의 단적인 모습일 것”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이날 반성도 없이 친윤계 송언석 원내대표를 후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지금까지 내내 기득권 유지와 생존에 몰두해온 그들이 돌연 제 살을 깎는 쇄신에 나설 턱도 없고, 이들이 관리하는 전대에서 탄생할 지도부의 인물도, 구성도, 모습도 새로운 변화가 담길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친윤들의 내란 수괴 옹호 속에 힘 한번 못 써보고 대선에서 패하고도 다시 친윤 원내지도부를 꾸리는 당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하겠는가”라면서 “국민의힘은 ‘사즉생’의 쇄신만이 보수정치 활로를 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최우선 대상이 친윤이고, 고이고 고인 당내 기득권임은 물론이다. ‘바보야, 문제는 친윤’이라는 민심을 국민의힘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빈손 마감 김용태 비대위... 국민의힘 희망은 있나>에서 “국민의힘은 친윤계 지원에 힘입어 선출된 TK 3선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기로 하면서 ‘보수 쇄신’에서 한발 더 멀어지는 모양새”라고 평가헀다.

한국일보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당의 몰락을 가져온 기득권이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처절한 반성과 쇄신 없이는 지역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당 안팎 경고에도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영남·친윤계를 보수 재건의 걸림돌로 지목한 것”이라며 “전체 지역구 의석(89석)의 65%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영남(58석)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정권 실패 책임이 큰 친윤계가 보수 궤멸 위기에 아랑곳 않고 당권 사수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국민을 거듭 실망시킨다”면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과 뒤이은 총선 참패로 존립 위기에 직면했던 2004년 여의도 공터에 ‘천막당사’를 치고 육참골단 각오로 쇄신에 나섰던 그 보수 정당은 어디로 갔나”라고 물었다.  

국민일보는 사설 <김용태 비대위원장 퇴임… 혁신 없는 국힘에 미래는 없다>에서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막장 드라마 같았던 대선 후보 교체 사태의 책임을 묻지 않고서 앞으로 갈 수는 없다. 제1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향후 보수 유권자들의 대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국민의힘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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