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안철수가 또 ‘철수’한 것일까?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에서 물러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아한 점이 많다. 이렇게 될 줄 몰랐는가? 이럴 거면 애초에 왜 혁신위원장을 맡겠다고 했는가?
안철수 의원이 밝힌 바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혁신위의 인선 문제다. 안철수 의원이 원하는 인사가 혁신위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송언석 비대위가 혁신위 인사를 강행 결정하였다는 것이다. 비대위가 거부한 인사는 당 혁신에 적극적이고 이른바 친윤 기득권에 적대적인 주장을 해온 인사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애초에 안철수 의원이 인사에 대한 전권을 보장받지 않은 상태로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본인은 전권을 보장받았다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정치 초보 같은 주장이다. 애초에 송언석 비대위가 혁신위를 설치하려고 했던 것은 이전의 김용태 비대위가 주장한 혁신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에 대해 ‘면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이 험난할 거라는 건 예상된 바다. 그 정도의 확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위원장직을 받은 거라면 정치적 미숙이거나 다른 계산이 있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쟁점의 두 번째는 이른바 ‘쌍권’으로 불리는 상징적 인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을 요구했는데 비대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쌍권’은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로 혁신을 위해서라면 일정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일이 당연히 필요하다. 이 두 사람은 훨씬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청산됐어야 할 인사이다.
그런데 의문인 것은 왜 이 시점에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서 지도부에 이를 요구했느냐는 거다. 인적청산은 혁신위의 논의 결과로서 지도부에 제시됐어야 하는 내용이다. 혁신안을 수용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줄다리기 끝에 지도부가 혁신안을 거부했고, 이 결과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그만두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의원의 행보를 쉽게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위를 시작하면서 안철수 의원이 먼저 결론을 제시하는 그림이라면, 그러한 내용에는 힘이 실리지 않을 뿐더러 상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 역시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미숙이거나 다른 의도라는 얘기로 귀결되는 것이다.
다른 의도를 말하자면, 전당대회 출마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 아니냐는 추론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혁신위를 둘러싼 이번 소동이 안철수 의원의 전당대회 도전에 도움이 되었느냐를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데에서 의아함이 더 커진다.
애초 ‘안철수 재평가론’이 전당대회 도전 가능성을 높여왔던 것은 사실이다. 이 ‘안철수 재평가론’에는 두 가지 축이 작용한다. 첫째는 안철수 의원이 탄핵 찬성파였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안철수 의원이 그럼에도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을 통해 안철수 의원은 탄핵 찬반 양쪽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카드로 당내 일각에서 평가받게 되었다.

그러나 당내 기득권이 주도하는 혁신 거부 움직임을 혁신으로 포장하기 위한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그리고 그걸 다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걷어 차면서 ‘안철수 재평가론’의 양대 축은 모두 무너지게 되었다. 탄핵 찬성파의 입장에서 보면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혁신위원장을 덜컥 받은 바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친윤에 가까운 쪽에서 보면 혁신위원장을 맡겠다고 해놓고 이런 방식으로 ‘철수’ 해버리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의 처신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 상황은 국민의힘이 당분간 도저히 고쳐쓸 수 없는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신문이 이 점을 사설에서 지적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보도나 신문 지상의 칼럼 내용을 보면, 이런 구제불능의 상태에 대해 결국 기대할 수 있는 건 외부의 충격 정도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외부의 충격이란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해병대원 특검과 같은 요인을 말한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에서는 구체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인사의 이름이 거론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 해병대원 특검의 경우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로비 대상이 누구였느냐에 따라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특검의 칼이 본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상륙하기 전에 진정한 혁신의 방향을 잡는 것이 방법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혁신의 타이밍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다. 수사의 칼을 붙들고 ‘야당 탄압’을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분위기 그대로 그런 구호를 외치게 되면 이재명 정권 내내 죽 밀리며 문재인 정권 때 일어난 내부 분열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 일어난 일이 또 일어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그런 길을 가고야 말 것인가? ‘안철수 사태’는 그러리라는 예감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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