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8일 만에 국회 교섭단체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갖자 언론에서는 정치복원과 협치에 대한 기대감의 사설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720일이 소요됐다. 언론은 이 대통령과 여당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향후에도 야당과 자주 만나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언론에서 여야 현안으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검증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고위공직 후보자 검증에 있어 가족 신상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 민생 추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조선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이 불과 한 달 전 민생이 어렵다는 이유로 13조 원의 추경 편성을 했다고 짚었다. 이재명 정부 첫 추경안에 반대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관저에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송언석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사전 의제 조율 없이 105분 동안 진행됐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브리핑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검증, 추경, 국회 상임위원장 재배분 등을 테이블에 올렸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지명 재고를 요청하는 국민의힘에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재배분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요청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 상임위원장 독식이 이뤄졌다며 "결자해지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봐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여야 간 잘 협상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신속한 추경 집행을 위한 야댱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에 대해 여야의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점들은 노력해서 가능하면 신속하게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추경을 통한 민생지원에는 공감하지만 민생지원금,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탕감 등의 내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23일 중앙일보는 [단독] 기사 <李 "내가 尹에 말한 것보단 짧다"…김용태 'A4 작심발언'에 농담>에서 "기존 관례와 달리 여당보다 야당을 더 예우한 점도 특이점"이라며 "이 대통령 다음으로 야당 측 대표자인 김 위원장과 송 원내대표가 모두 발언을 이어갔고, 김 원내대표는 맨 마지막 차례였다. 오찬 직전 사진 촬영 때도 의전 상석인 대통령 오른쪽엔 야당 지도부가 나란히 섰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추가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라며 "당초 참모들은 야당과의 첫 회동 시점으로 7월 초를 제안했지만 이 대통령이 '가능하면 자주 볼 텐데 뒤로 미룰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해 회동 시기가 당겨졌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다음 만남이 이뤄질 특정 날짜를 기약하진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에 ‘최대한 자주 보자’라고 말했다"고 했다.

23일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의 관련 사설에서 정치복원을 기대하는 논조가 주를 이룬다. 

조선일보 <이 대통령 첫 여야 대표 회담, 정치 복원 첫걸음 돼야>

중앙일보 <대통령의 여야 오찬 초청, 협치의 싹 더 키워 나가야>

동아일보 <李, 취임 18일 만에 여야 지도부 회동… 자주 봐야 길이 열린다>

세계일보 <李·여야 지도부 회동, 정권 초반 이벤트에 그쳐선 안 돼>

국민일보 <이 대통령·野 지도부 관저 회동… 협치가 곧 국익>

한국일보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정치 복원' 계기 삼길>

한겨레 <이 대통령-여야 회동, 중동위기 속 외교·경제 협치부터>

경향신문 <취임 18일만에 야당지도부 오찬, 첫발 뗀 ‘이재명식 협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뒷모습)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태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뒷모습)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태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협치가 성공하려면 작은 차이를 접어 두고 같은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이 '가족 신상까지 문제를 삼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입각을 꺼린다'며 인선의 고충을 털어놓자,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도덕성 검증에 가족까지 기준을 높이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추경도 국민의힘은 불과 한 달 전 '민생이 어렵다'며 13조원 규모를 편성했다. 지금 경제 사정이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이번엔 왜 반대를 하느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면서 "여야는 작은 차이를 크게 만들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협치해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이번 회담이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여야가 추경, 이 대통령 재판 관련 입법 등의 사안을 놓고 신경전도 벌였지만 그럼에도 "대통령과 야당이 집권 초 대화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지금은 초당적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대통령이 여야의 공통 공약을 빠르게 실천하자고 제안한 만큼 여기서부터 접점을 찾아 나갈 필요도 있다"며 "그러려면 회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한 달 또는 분기별 정례화를 포함해 어떤 형식으로든 대통령과 야당이 더 자주 만나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야당이 제기한 요구들 가운데 속 시원히 받아들여진 게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첫 회동에서 야당이 할 말을 다 하고 대통령이 경청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며 "전 정권 때 야당이라면 만나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던 대통령이나 대화보다 힘자랑만 앞세우던 야당의 행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소통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만남을 정례화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자주 만나 대화하다 보면 협치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당장 가시적 합의가 없을지라도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에 나선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적잖다. 이러한 소통으로 신뢰가 쌓여야 상호 절충하고 타협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지는 법"이라며 "이 대통령과 여당은 필요에 따라선 야당에 겸손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중략)야당도 무작정 반대보다 적극적 대안 제시로 국가적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첫 만남에서부터 깊은 대화가 진전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아예 잊혔던 협치의 풍경을 되살린 것만도 의미가 크다"며 "이 대통령과 여야 모두 만남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협치의 상을 만들어가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다만 한겨레는 추경에 대한 국민의힘 비판에 대해 "힘겨운 민생을 부축하기 위한 추경인 만큼 야당도 다른 정치 사안과 연계해 흥정거리로 삼을 게 아니라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협의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전임 윤석열 정부 3년간 대통령과 야당의 대화는 완전히 끊어졌다. 대통령은 야당을 적대시했고, 그런 인식이 비상계엄으로 표출됐다"며 "윤석열 탄핵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나 협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자주 소통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평가할 만하다.(중략)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꾸준히 소통하며 공통점을 찾아 협치 기반을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