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리고 퇴임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0% 진실을 말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평소 언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문 전 대행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 저널리즘에 대해서 감히 말씀드리면 저는 언론의 정치적 중립을 너무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미국의 언론처럼, 우리 언론사는 가령 ‘누구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근거를 이거다(라고 말하고). 비판이 들어오면 비판에 대해서 답을 해 주고 지적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생중계 방송화면 갈무리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생중계 방송화면 갈무리

문 전 대행은 “언론은 100% 진실을 말할 수가 없다. 100% 진실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더욱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다”라며 “언론은 경고하는 역할을 하는 거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 문제를 너무 일찍 제한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행은 가짜뉴스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법 절차가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가짜뉴스라는 건 허위인 줄 알고 보도하는 거다. 그건 당연히 규제 대상”이라면서 “‘후보자 비방죄’를 헌재가 위헌 결정을 했지 않느냐. 그 저변에 깔린 사상은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이 문제제기를 하고) 상대방이 반박을 하면 그 과정을 유권자한테 제공해서 유권자가 선택하는 게 옳다. 다만 허위사실임이 명백할 때는 사법 절차가 개입해야 한다. 그렇지만 참인지 거짓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법 절차가 개입하는 데는 신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언론의 ‘쓴소리’를 귀담아 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행은 “지난 정부 때 언론이 얼마나 쓴소리를 했느냐. 엄청나게 쓴소리를 했다. 그런데 지난 정부가 그 쓴소리를 경청을 했다면 저는 이런 식으로 결론이 안 났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언론의 쓴소리는 정부가 잘되라고 하는 거다. 그 말을 들었으면 정부는 저는 성공했을 거라고 본다”며 “쓴소리를 하지 않는 언론이 문제지, 쓴소리하는 언론이 왜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문 전 대행은 탄핵 선고 후 한동안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이유도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제가 탄핵 결정을 하고 나서 여러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6월 18일까지 제가 (언론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며 “탄핵 결정은 났지만 탄핵에 반대한 국민들이 있지 않나. 그분들이 그걸(탄핵을) 받아들여야 될 거 아닌가.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이유는 탄핵이 됐으므로 대선이 열렸다. 대선은 우리가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대화하고 수렴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 정도는 제가 언론의 노출을 좀 덜 해서 방해하지 않아야 되겠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라며 “지금은 이제 대선도 끝났고 (파면 선고) 한 80일 정도 지나지 않았느냐. 그래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행은 지난 18일 MBC경남과 퇴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전 대행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 작성 과정에 대해 “탄핵 결정문은 재판관 8명의 영혼과 땀이 서려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며 “주심 재판관이 제일 많이 쓰셨고, 논거에 대해서도 충분히 다 토론했지만 문구 하나하나에 대해서 토론하고 문구를 확정지었다”고 했다.

결정문 속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수행 덕분’이라는 대목을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군경이 적극적으로 임무수행을 했더라면 비상계엄 해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으로 썼고 이 표현에 대해서는 재판관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며 “이 문장은 처음 확정되었다. 아마 주심(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쓰셨던 거 아닌가(싶다). 왜냐하면 처음에 확정된다는 건 주심이 썼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행은 지난달 28일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헌법과 민주주의' 특강에서도 언론에 대한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언론의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를 묻는 질문에 문 전 대행은 “언론은 100% 진실을 보도할 수 없다. 그건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모든 게 명백해졌을 때 언론이 보도한다면 그게 무슨 뉴스 가치가 있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진실한 사실이 증명되고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는 (언론의) 명예훼손 자체가 성립해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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