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인턴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정책 주간지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계엄 발언을 삭제·편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 공식 기자회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에게 “‘K-공감’ 784호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다뤘고 노벨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도 다뤘다. (한강 작가는)탄핵과 계엄과 관련해 하나하나 말했다. 그런데 이 단어를 뺐다”며 “이건 제가 볼 땐 편집이 있었다는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K-공감’은 문체부 장관을 발행인으로 하는 정부 정책주간지다. ‘위클리 공감’, ‘공감’을 거쳐 2023년부터 ‘K-공감’이라는 제호로 발행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었다.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다만 2024년 겨울과 그때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열흘 뒤 발행된 ‘K-공감’(784호)은 기사 <“내 소설의 모든 질문은 사랑을 향하고 있었다”>를 통해 ▲12월 6일 기자회견 ▲12월 7일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 수상 소감 등을 다뤘다. 그러나 한 작가의 계엄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
강유정 의원은 “다룰 거면 공정하게 정직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K-공감’은 발행인에 ‘유인촌’이 찍혀 있다”며 “나중에 역사적 평가 받을 때 탄핵이나 계엄이란 말을 쏙 뺐다는 책임을 지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작가가 한 말을 뺴고 편집한 것인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여러 차례 다뤘던 것과 다르게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안 가결’ 등을 보도하지 않았다. 강 의원은 “‘K-공감’(787호, 1월 6일 발행) 국정 브리핑 12페이지에 최상목 권한대행이 새해인사를 하고 있는데 왜 ‘탄핵 가결’이나 ‘계엄령 선포’ 같은 중대사안을 안 다뤘느냐”고 질문했다. 유 장관은 “정책지니까 그런 문제를 다루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강 의원은 “과거 ‘위클리 공감’에서 탄핵 단어들을 캡처했더니 이렇게 많다. 총 12번 언급하고 있다”며 “지금은 ‘K-공감’으로 바뀌었지만 기능은 똑같고 유인촌 장관이 발행하는 정책 소개집에는 왜 탄핵이 언급 안 되냐”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저는 편집과 관련해서 의견을 낸 적 없고 똑같이 받아보는 입장으로만 봤다”며 “그 과거가 언제인가”라고 질문했다.
강 의원은 ‘위클리 공감’ ▲384호(2016년 12월 19일 발행) ▲392호(2017년 2월 20일 발행) ▲396호(2017년 3월 20일 발행)를 가리키며 “각각 12번, 2번, 11번씩 탄핵이라는 단어가 언급됐다, 시기도 모두 탄핵 인용 전”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나오다보니 읽는 분을 위한 안내를 위해서라도 탄핵이라는 사실을 명기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옳다 그르다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다. (읽는이를 위해) 당연히 써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위클리 공감’ 384호는 <황교안 권한대행 안정적 국정관리 행보> 기사에서 “정부는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연 데 이어 10일 ‘현안 국무위원 간담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공감' 제작업무는 종합일간지가 도맡아왔다. 2013년~2014년 중앙일보, 2015~2016년 동아일보, 2017~2018년 조선일보가 외주제작자로 선정됐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한겨레가 제작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조선뉴스프레스가 2023년부터 지금까지 제작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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