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산하 KTV(한국정책방송원, 원장 이은우)가 ‘12.3 내란사태’ 특보 당시 ‘계엄은 불법·위헌’라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임명된 이은우 원장은 MBC 출신이다. 

앞서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사태’를 정당화하는 대국민 담화 내용을 그대로 실어 ‘내란에 동조한다’는 야당의 비판이 불거졌다. 

19일 SBS 단독 보도 <"한동훈·이재명 빼라"…KTV 계엄 미화 보도 의혹>에 따르면 KTV 뉴스 자막 담당 직원 A 씨는 ‘계엄이 불법이다, 위헌이다’ 등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의 발언과 국회 상황 등을 뉴스 자막으로 제작해 내보냈다.

19일 SBS '8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19일 SBS '8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그러자 담당 PD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님 또 전화 왔는데, 행정부 얘기만 하고 오세훈 시장이라든지 한동훈이라든지 다 빼라고 한다”고 말했다. A 씨가 “다 빼고 그러면 대통령 얘기만 넣으라는 얘기냐”고 말하자 담당 PD는 “대통령 얘기하고, 포고령 내린 거 이런 사실적인 것만 얘기하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A 씨는 PD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지만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에도 정치인 발언 자막을 넣지 말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PD는 A 씨에게 “한동훈하고 이재명 내용은 빼야 되는데, 정치적 발언이니까 지금 이거 빼야 한다”고 지시했고, 일부 자막은 송출 단계에서 삭제됐다고 한다. 

KTV는 '12.3 내란' 사태 당시 3시간 동안 진행한 특보에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장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장면 등 국화 관련 모습은 내보내지 않았으며 대통령 담화만 10여 차례 반복 송출했다. 

19일 SBS '8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19일 SBS '8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이튿날 KTV는 뉴스 자막 제작자를 새로 공고하겠다며 A 씨에게 사실상 해고 통보를 했다. PD는 A 씨에게 “1월 2일 날짜로 개편을 할 것”이라며 “지금 공고를 낼 테니, 계속 (일을) 하고 싶으면 공고(지원서)를 내라”고 말했다. A 씨는 SBS에 “(KTV에서) 한 16년 정도 일했는데, 비루하게 살고 싶지 않다. 언론인이라면 당연히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KTV 측은 SBS에 “정당, 정치 뉴스를 다루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또 KTV 측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상황을 전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인력 문제로 추가 뉴스 전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임명된 이은우 원장은 1987년 MBC에 입사했고 SBS PD, 서울시 교통방송본부 텔레비전 국장, MBC플러스 편성제작본부장, MBC 기획국장 등을 지냈다. 

이 원장이 지난 10월 ‘전시 생방송’ 준비를 지시해 12.3 비상계엄을 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19일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KTV가 이 원장 지시로 지난 10월 16일 ’북한 기습 도발 시 생방송 제작안‘을 제작했다”며 “이 원장은 10월 10일 정례 제작 회의에서 지난 7월 지시한 북한 도발 대응 매뉴얼을 보완했는지를 확인하고, 전시 상황 출연자 풀을 확보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10월 10일은 북한이 남한 무인기 침투 주장을 공식 발표하기 하루 전이다. 최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 무인기 도발‘로 소요사태를 유발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이 지난 10월 11일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발표하며 공개한 사진(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월 11일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발표하며 공개한 사진(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KTV가 사전에 평양 무인기 침투로 인한 국지전 발발 가능성이나, 계엄 준비 상황을 전달받은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KTV가 비상계엄 선포 생중계도 했던 만큼 계엄 관여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KTV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위한 생방송을 준비했다. 민주당 강유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6시 10분께 대통령실 대외협력실 소속 행정관은 KTV 대통령실 중계 담당 PD에게 연락해 방송 시간 내용, 발표자 등은 알리지 않은 채 ‘대통령실 전속 카메라 팀이 찍고 KTV는 망을 체크해서 필요시 각 사에 전송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KTV는 오후 6시 20분부터 생중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특보 체제를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약 4시간 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편 국방일보는 지난 13일 1, "2면에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그대로 실어 ‘내란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18일 “확인해 보니 윤석열 캠프 출신 채모 국방홍보원장이 12월 12일 윤석열 담화를 비중있게 다루라는 지시를 강하게 했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이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국방홍보원장의 파면과 수사를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이 지칭한 채모 원장은 지난해 5월 임명된 채일 국방홍보원장이다. 그는 KBS 기자 출신으로 과거 후배 기자를 폭행해 보직 사퇴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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