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장범 KBS 사장이 임명동의제 대상이었던 주요 국장 인사를 강행했다. 임명동의제는 노사 단체협약 사안으로 현재 KBS는 무단협 상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방송편성규약’ 사규 위반”이라며 “단협 실효 상황이지만, 주요 국장 임명 강행은 눈치 볼 것 없이 ‘마이웨이’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단체협약 쟁취’ ‘민주주의·언론자유 수호’를 목표로 일일 파업을 진행했다.
박 사장은 임기 첫날인 10일 ▲정인성 통합뉴스룸국장 ▲김철우 시사제작국장 ▲송웅달 시사교양1국장 ▲손성배 시사교양2국장 등을 임명했다. 박 사장은 후보자 시절 "임명동의제는 내용적으로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고 절차적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흠결이 있다"면서 "위법성 가능성을 검토하며 노조와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상파 3사 중 KBS만 유일하게 임명동의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주요 신문사에서도 편집국장 임명동의제가 실시되고 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현재 단협이 실효된 상황이라고 하지만, '방송편성규약'은 엄연히 사규에 해당하며 임명동의제 요건은 2019년 단체협약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임명동의제에 대해 “제작 구성원이 본인의 제작 자율성에 대한 판단을 상급자에게 위임하겠다는 절차”라면서 “그 절차가 있었기에 그동안 방송 현업자들은 상급자의 업무지시에 따랐던 것이고, 상급자는 본인의 업무지시가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임명동의제가 있었기에 KBS가 언론사라는 정체성에 걸맞은 방송을 만들 수 있었고, 방송을 놓고 토론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이미 임명동의제를 거치지 않은 국장들이 공영방송 KBS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망쳐왔는지 똑똑히 지켜봤다”면서 “공영방송 KBS의 문화를 망치고 있다. 임명동의제를 거치지 않은 인물들이 구성원들의 요구에 침묵한 결과 현업 방송인은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게시판에서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조롱을 받았다”고 말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임명동의제를 무시한 국장들이 만든 KBS 방송 때문에 지금 내란사태 취재현장에서 현업 동료들은 고초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장범 사장은 끝내 박민과 똑같은 길을 선택했다”면서 “그러고서 취임사에서 ‘신뢰와 공정, 품격, 그리고 정치적 독립’을 언급했나, 그러고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직원들의 생각을 듣고 또 듣겠다'는 말을 담았냐”고 따져 물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현충원 참배, 취임식마저 취소하면서 본관 6층에 틀어박혀 취임사를 녹화하더니 단체협약 체결 거부 의사를 이런식으로 밝힌 것인가”라면서 “파우치 박장범'은 취임 첫날부터 사규를 위반하면서 공정방송을 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증명했다.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파업에도 대놓고 임명동의제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KBS본부는 더 강고한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국민을 무시한 대통령이 탄핵을 앞두고 있듯 구성원을 무시하는 KBS 사장도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임을 똑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KBS본부 관계자는 “오늘 파업은 단체협약을 위한 것이었다. 단협의 핵심이 임명동의제와 공방위”라면서 “박장범은 총파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고 주요국장임명을 강행했다. 노조에 대한 철저한 기만행위이자, 노사 관계에 있어 박민과 다를 게 없다는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이날 오전 ‘단체협약 쟁취’ ‘민주주의·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일일 파업에 돌입했다. 박 사장은 구성원의 출근저지 투쟁을 피해 새벽 4시 10분에 출근했다. 박 사장은 구성원들이 사내에 진을 치자 ‘현충원 참배’ ‘취임식’을 모두 취소했다. 박 사장은 녹화 영상을 통해 취임사를 전했다. 이날 파업에 KBS 구성원 8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KBS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며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신뢰와 공정, 품격, 그리고 정치적 독립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9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파우치'라는 희대의 아부성 수사로 대통령 술친구 박민을 밀어내고 사장 자리를 '따낸' 자"라면서 "내란 범죄의 끄트머리에서 언론인으로서의 품격과 자존심을 내팽겨친 당신 같은 작자에게 우리는 하루도 국민의 방송 KBS의 수장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 '내란 수괴 꼭두각시' 박장범은 물러가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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