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기자협회가 박장범 사장이 취임 직후 임명동의제 대상이었던 주요 국장 인사를 강행한 데에 “박민에 이어 똑같이 용산만 바라볼 거라는 우려가 취임 첫날부터 현실이 됐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박 사장은 임기 첫날인 10일 ▲정인성 통합뉴스룸국장 ▲김철우 시사제작국장 ▲송웅달 시사교양1국장 ▲손성배 시사교양2국장 등을 임명했다. 박 사장은 후보자 시절 임명동의제와 관련해 “위법성 가능성을 검토하며 노조와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지상파 3사 중 KBS만 유일하게 임명동의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주요 신문사에서도 편집국장 임명동의제가 실시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가 사옥에 부착한 현수막 (사진=KBS본부 쟁의대책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가 사옥에 부착한 현수막 (사진=KBS본부 쟁의대책위)

KBS 기자협회는 11일 밤 성명을 내어 ”‘말하지 못한 취임사’에 담긴, 직원들의 생각을 듣고 또 듣겠다던 박장범 사장 임명자의 약속은 임명동의제를 무시한 국장 인사로 그저 가식일 뿐이었음이 참으로 빨리도 증명됐다“고 꼬집었다.

취임 첫날 박 사장은 구성원들을 피해 새벽 4시 10분에 출근했다. 구성원들이 사내에 진을 치자 박 사장은 예정됐던 현충원 참배, 취임식도 취소하고 녹화 영상을 통해 취임사를 전했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방송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직원들의 생각을 듣고 또 듣겠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용산만 바라보던 전임자 박민에 이어, 똑같이 용산만 바라볼 거라는 우려는 취임 첫날부터 현실이 됐다“며 ”상업방송조차 실시하는 임명동의제를 공영방송 KBS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현실을, 기자협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임명동의제 없이 들어온 국장 발령자가 보도국과 KBS 뉴스를 얼마나 망가뜨렸는지는 지난 1년이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 또다시 이런 추락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는 “권력을 향한 '조그마한 파우치'라는 말로 KBS 뉴스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큰 타격을 준 사람이 바로 박장범”이라며 “기자들 495명의 사퇴 요구에도 꿋꿋이 버티면서 후배들 눈을 피해 사장실로 올라간 사람이 박장범이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정작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임명동의제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사람이 박장범”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는 “취재 경험도, 능력이 입증되지도 않은 사람이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능력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인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10월에도, 지금도 이런 박장범을 KBS의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장범 앵커가 KBS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 된 후 구성원의 반대성명 (출처=언론노조 KBS본부)
박장범 앵커가 KBS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 된 후 구성원의 반대성명 (출처=언론노조 KBS본부)

KBS 같이(가치) 노동조합도 지난 10일 성명을 내어 “박 사장은 기어이 취임은 했지만 취임식을 포기하고 ‘골방’에 틀어박히는 쪽을 택했다”며 “불과 5시간 뒤 사장은 취임사를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KBS 같이노조는 "‘현장의 목소리’를 피해 숨어든 사장이 일방통행을 시작한 것이다. 억지스럽지만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형식적으로나마 협조를 구했던 박민 전 사장 때보다 더 졸렬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KBS 같이노조는 “임명동의는 구성원이 국장에 대해 판단할 기회이기 이전에, 국장들이 자신의 비전을 구성원과 공유할 기회”라며 “이런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건 본인의 능력과 의지에 확신이 없다는 걸 드러내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임명동의를 패싱하고 자리에 앉은 국장들이 무슨 생각인지, 어떤 콘텐츠를 중요시하는지, 어떤 보도에 중점을 두는지 전혀 알 수 없이 깜깜이로 조직을 이끌었고, KBS의 신뢰만 모래성처럼 무너뜨렸다”고 토로했다.

KBS 같이노조는 “사장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발령을 유보하고 임명동의제를 포함한 단체협약부터 다시 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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