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기미가요 방송’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KBS 경영진이 ‘제작 자율성’을 탓하고 있다며 “사태를 빌미로 공영방송 내 양심적인 언론인들을 탄압하겠다는 것은 망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20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권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민 체제 KBS 수뇌부가 이 사태(기미가요 방송)를 현업방송인들의 편집권과 제작 자율성을 더 강하게 옥죌 빌미로 삼으려 들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KBS는 부사장·통합뉴스룸국장·시사교양1국장·기술관리국장·인적자원실장 등으로 구성된 ‘공사 프로그램 제작·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었다. 해당 TF는 KBS가 지난 15일 광복절 첫 방송으로 <KBS 중계석>에서 일본의 기모노와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한 것을 계기로 구성됐다.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제작 자율성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사장 주재 임원회의에서도 이와 동일한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KBS는 ‘기미가요’가 방송된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자들이 ‘제작 자율성’ 탓을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노조는 “임원, 국장씩이나 된다는 자들이 자신의 관리 감독 하에 방영되어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두고 실무자 책임을 운운하며, 오히려 현업 언론인들의 제작 자율성을 제한해야 한다고 핏대를 높인 것"이라며 "공영방송 수뇌부들이 광복절에 기미가요를 틀어 국민을 능멸하고, 나아가 그 사태를 빌미로 양심적인 언론인들을 탄압하겠다는 것은 책임전가의 도를 넘은 언어도단이자, 망동”이라고 규정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태는 극우 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는 윤석열의 술친구 박민 취임 이래 벌어진 KBS 내부의 극단적 편향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그 궁극적 책임은 방송장악으로 KBS를 극우 확성기로 만들려는 윤석열 정권과 박민을 위시한 부역자들에게 있음을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또 방통심의위가 KBS ‘기미가요’ 방송을 신속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을 거론하며 “정권의 극우 친일 편향에 대한 윤석열 정권과 언론부역자들의 책임을 희석하고 방통심의위를 동원한 위헌적 국가검열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번 사태를 악용하려는 의도가 너무 투명하다"면서 "나아가 박민 체제 KBS가, 류희림 방심위가 내릴 졸속 심의 결정을 양심적 방송인들을 탄압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언론노조는 “광복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고, 공영방송을 통해 친일 역사관을 실어 나르며,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을 공영방송 내부의 양심적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검열하는 빌미로 악용하려는 행태에 ‘사악하다’라는 말 외에 형용할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일제에 대한 저항의 정당성과 언론 자유·검열 금지를 명기한 헌법, 그리고 이를 존중하는 국민들과 대결하려는 당신들 악행의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KBS와 방통심의위 수장의 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박민과 류희림은 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헌법과 국민을 거역하려던 윤석열 정권이 패퇴하는 날, 당신들의 죄에 대한 책임도 아주 무겁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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