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KBS가 이승만 다큐 <기적의 시작>을 구매, 8·15 광복절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할 계획이다. 내부에서 ‘몰락의 시작’이라는 반발이 불거졌다.
<기적의 시작>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일대기를 다룬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난 2월 22일 개봉했으며 누적 관객수는 2만 6천 명에 불과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기적의 시작> 구매와 편성을 결정한 편성본부장은 질적인 면보다 의미로 가는 영화라고 방점을 찍었다.

26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 '진정 몰락의 시작을 하려는가'에서 "아무리 저예산 다큐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기적의 시작>의 만듦새는 안쓰러운 수준"이라며 "양질의 콘텐츠와 고품격 다큐멘터리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한 화면들이 매 순간 전개된다"고 평가했다.
KBS본부는 '출연자들은 백선엽, 황장엽 등 극우인사 일색이며 이들이 쏟아내는 주장은 극단으로 치닫는다'면서 "8·15 부정선거나 4·19혁명은 밑에 사람들이 잘못해서 벌어진 ‘누명’이며 대통령의 하야는 ‘위대한 결단’으로 포장된다"고 전했다.
이어 "지나친 기독교적 세계관도 문제다. 한국의 독립과 건국, 발전의 밑바탕에 기독교가 아니었으면 불가하다는 식의 주장을 다수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KBS본부는 편성본부장이 역사 다큐가 아니라 '영화'라는 답변을 내놓았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KBS본부는 "이해불가다. 덕지덕지 편집을 해야 하는 콘텐츠라면 왜 기를 쓰고 방영을 고집하려 하는가, 언제부터 편성본부장의 임무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편집을 호소’하는 일이 되었는가"라고 토로했다.
KBS본부는 "실무진들의 합리적인 우려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해당 국장이 직접 기안을 하고 편성책임자인 본부장이 전결하는 기이한 형태로 구매를 결정했다고 한다"며 "누구를 위하여 <기적의 시작>은 방영되어야 하는가? 시청자들을 위해서인가, 윗선의 그 누군가를 위해서인가"라고 따져물었다.
KBS본부는 "아직 20여 일의 시간이 남았다. 결정을 철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부디 KBS <몰락의 시작>을 재촉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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