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류희림 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위원장이 위원들의 발언시간을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90개 언론·시민·사회 단체들이 "독재를 넘어서 방통심의위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들은 임기를 두 달여 남긴 류 위원장을 향해 “퇴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고, 운 좋게 임기를 마친다 해도 반드시 사법적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90개 언론·시민·사회·노동단체 연대체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28일 서울 목동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입틀막 규칙 개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전국 90개 언론·시민·사회·노동단체 연대체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28일 서울 목동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입틀막 규칙 개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방통심의위가 추진 중인 ‘방통심의위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이 오는 6월 공포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전체회의 당일 자정까지 폐회되지 않을 시 자동 종료 ▲위원장이 위원 발언시간 규정 ▲위원장이 회의장 소란 시 경고·제재·회의 중지·폐회 선포 가능 ▲3인 이하로 구성된 소위원회 재적위원 2/3 이상 출석 시 개의 ▲상임위원회 구성을 위원 3인에서 ‘상임위원’으로 변경 등이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반발하자 류희림 위원장은 ‘상임위원회 보고를 거친 사항’이라고 말했다. 상임위원회는 현재 류희림 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2인으로 구성·운영되고 있다. 

전국 90개 언론·시민·사회·노동 단체 연대체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28일 서울 목동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심의위 입틀막 기본규칙 개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개악되면 위원장은 다른 위원들의 발언시간을 마음대로 제한할 수 있고, 나아가 회의를 중지하거나 폐회할 수 있다”며 “그동안 류 위원장은 청부민원 의혹이 언급될 때마다 경찰 수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핑계로 관련 발언을 제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공동행동은 ▲인터넷 언론 심의 시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설치 ▲신속심의 상시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편향 구성 등을 거론하며 “류 위원장은 민간독립기구 방통심의위를 사유화하고 일방적으로 운영해 왔다. 무법적 독재를 하겠다는 공식 선언이 바로 ‘입틀막’ 규칙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주범인 류 위원장의 임기는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침해하는 위법적 행태는 멈출 줄 오른다. 퇴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고, 운 좋게 임기를 마친다고 해도 사법적,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지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 정부는 효율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한다. 공공기관의 경영을 효율화하겠다고 YTN을 무자격 자본에 팔아넘겨 언론 장악의 외주화를 실현했고 ‘돌발영상 삭제’ ‘김건희 여사 삭제’ 등 온갖 검열이 횡행하고 있다"면서 "이번엔 방심위가 ‘회의 효율적 진행’을 이유로 규칙 개정에 나선다고 하는데 그들이 내세우는 효율이 결국 방심위가 윤석열 정권의 독재적 행보 도구로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게 막가파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선언 아니냐”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여당 총선 참패 1등 공신 류희림이 날뛸수록 윤 정권의 정치적 위기는 가속화될 것”이라며 “스스로 방통심의위 왕이라고 생각하는 류희림의 꼴같지 않은 행태를 끝끝내 박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규칙 개정은 류 위원장 체제의 절차적 문제점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고, 비정상적 운영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면서 “합의제 기구인 방통심의위의 민주적 의사진행을 저해할 우려가 큰 개악이다. 합의제 기구를 무력화하는 ‘입틀막 규칙 개정’ 시도를 당장 철회하고, 류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청부 민원에 대해 낱낱이 실토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28일 서울 목동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열린 '입틀막' 규칙 개악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28일 서울 목동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열린 '입틀막' 규칙 개악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이동규 민변 변호사는 ‘위원의 발언을 제지하는 조항’이 방통심의위의 설립 취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방통위법 21조에서 규정한 성격으로 볼 때 위원들의 충분한 발언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며 “국회법에서도 발언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나 무제한 토론 등 발언권 보장 조항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이번 규칙 개정안은 법률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고, 위원장이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류 위원장은 임기가 두 달 남았으면 자신이 취임해서 1년도 안 된 사이에 방통심의위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말살한 것에 대해 사죄의 시간을 가질 것도 모자란데, 끝까지 방송사들의 입을 틀어 막고 이제는 위원들의 입까지 틀어막겠다고 나섰다”라고 규탄했다.

이 MBC본부장은 “여권 우위 일방적 구조에서 상식적 논의 하나 없이 답정너식으로 표적심의를 일삼아 왔던 방통심의위가 어떻게 합의제 정신을 운운하냐. 총선을 통해 입틀막 정권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내려졌음에도 아직까지 국민을 대놓고 무시할 수 있냐. 국민, 방송사, 위원들의 입을 틀어막으면 어떤 말로를 보내게 되는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규정을 자기 멋대로 고치는 것은 독재를 넘어 전제 왕조나 마찬가지”라며 “방통심의위를 자기 왕국으로 만들겠다는 류희림 위원장의 속셈이 있는 것”이라면서 “방통심의위 규칙 개정을 막아내는 것을 넘어 국정조사를 통해 그 죄상을 낱낱이 물어야 한다. 역사의 법정에 세워 처벌을 받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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