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69시간제 논란과 관련해 언론 탓을 하고 나섰다. 이 장관은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까지 싸잡아 '언론이 극단적인 보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 장관에게 "국민의힘은 주69시간제가 '가짜뉴스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왜 가짜뉴스를 살포했나. 69시간제는 장관이 말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아니다. 이건 언론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극단적인 가정을 하면 주69시간까지 갈 수 있다는 건데, 주52시간에서 69시간이 되면 17시간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주에는 17시간을 줄여서 35시간(을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전 의원은 "그러니까 그 주에 69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정부에서 앞뒤 자르고 붙여서 한 주에는 69시간 일하고 한 주에는 좀 짧게 일한다는 얘기한 것"이라며 "결국 주69시간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장관은 "극단적인 경우에 그럴 수 있다는 거다. 정확하게는 주 평균 12시간 잔업시간"이라며 "핵심은 현재 주 상한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글로벌 스탠다드' 발언에 전 의원은 "CNN에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높인다는데 최소한 한 국가는 모른다'고 보도가 났다. CNN도 틀린 거냐"라며 "'한국정부가 MZ세대로부터 역풍 맞았다' 미국(언론)에서도 비판하는데 이거 어떻게 된 건가"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저희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얘기했는데, 그때 정확히 알고 기사를 쓴 분들이 있는 반면에 (간담회에)오지 않았던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얘기하듯 그런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지금 저희가 잘못된 것(외신보도)들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 의원은 "극단적인 것을 허용해주려고 하니까 (언론이)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이 지난 6일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52시간제(법정근로시간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서 1주일 12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연장근로시간 총량을 분배할 수 있도록 해 '주 12시간'이라는 한도를 없애는 것이다. 1주일 최대 80.5시간(7일 근무 기준, 6일 기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해 과로를 강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장관은 몰아서 일하게 되면 '제주 한 달 살기'가 가능해지고, '요즘 MZ세대는 회장 나와라 부회장 나와라 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뛰어'나기 때문에 휴식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직장갑질 119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80.6%가 법정 연차휴가인 15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직장인의 경우 55.1%가 최근 1년간 연차휴가를 '6일 미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신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주69시간제를 소개하면서 '과로사'를 발음 그대로 'kwarosa' 'gwarosa'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CNN은 19일 한국 정부의 주69시간제를 별도로 소개하면서 "노동자의 정신건강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추세가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최소한 한 국가는 이 추세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CNN은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긴 수준의 노동시간에 직면해 있고 과로사(gwarosa)로 인해 매년 수십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CNN는 한국정부가 MZ세대 노동자들의 반발에 주 최대 노동시간 상한을 늘리는 계획을 재고해야 했다고 전했다.
호주ABC는 지난 14일 주69시간제 관련 보도에서 "한국인들은 지금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오래 일한다"며 이런 문화 때문에 한국에는 'Kwarosa'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호주ABC는 "극심한 노동으로 인한 심부전이나 뇌졸중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언론에서 주 최대 노동시간과 관련한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를 비판하는 사설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한국일보는 사설 <자고 나면 바뀌는 69시간 메시지, 이젠 결과로 말하길>에서 "윤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바로 전날 대통령실이 '의견 수렴 결과 주60시간이 넘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과 다른 발언"이라며 "갈피를 잡기 어려운 발언이 몇 번째인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엇갈린 메시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건 정부의 조급증으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중략)그 와중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주60시간은 윤 대통령 개인 의견'이라고 언급한 것도 매우 부적절했다"며 "대통령의 말이, 그것도 사회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발언이 어떻게 개인 의견일 수 있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週 근로시간’ 2주 새 5차례나 오락가락… 어찌 하자는 건지>에서 "정부가 공식 발표하고 입법예고까지 한 정책을 놓고 짧은 기간에 이처럼 여러 차례 오락가락한 적이 있나"라며 "대통령실과 부처의 정책 조율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정책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혼선 거듭하는 노동시간 개편, 정부안 완전 폐기가 답이다>에서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간 개편을 물건값 흥정하듯 하는 경솔함에 분노가 치민다. 이런 역대급 혼선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기존 주 52시간 체제에서도 매년 500명 넘는 노동자가 과로사하고 있는데, 노동시간을 연장하면서 ‘건강권’이니 ‘선택권’이니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잘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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