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정부가 현행 ‘1주 최대 52시간 노동’을 ‘69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1980년대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노동 전문가의 비판이 나왔다.
지난 12일 윤석열 정부 노동시장 개혁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현행 주 단위인 연장근로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노동개혁 추진 권고안을 발표했다. 해당 권고안에 따르면 현재 1주 최대 52시간인 노동시간이 69시간까지 가능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권고안 발표 이튿날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주 69시간 노동’은 1980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69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은 토요일날 오전 6~7시까지 출근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는 “만약 밤 10시쯤 퇴근하면 주 6일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고, 토요일에 쉬고 싶으면 새벽 1시까지 일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정부 안대로 연장 근로를 1주가 아닌 월 단위로 하면 11.5시간이 가능하고 7일 나와서 일하면 주 80.5시간이 된다”며 “권고안대로 가면 2주, 3주 연속으로 (80.5시간 씩) 일하는 게 합법화되는 것이다. 지금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데 80시간 씩 일하라는 건 사실상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윤 정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장시간(노동)을 이야기하면서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겠다고도 했다”며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인데, 예를 들어 직장에서 ‘너의 임금에 200만 원에는 연장 근무가 포함돼 있으니 퉁 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김 소장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근무시간)에서 30분, 1시간 씩 추가된 것에 대해 연장 근무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연장 근무를) 3시간 하든 4시간 하든 계약할 때 약정금액으로 주는 것이다. 그래서 장시간 근무를 가장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가 포괄임금제이고 사실상 불법적인 제도”라고 비판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과 관련해 김 소장은 “기업이 원하는 것엔 현금을 주고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에 어음을 준 것”이라며 “어떤 대책이 나올지도 모르고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현행 주휴수당이 근로시간과 임금 산정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비판하며 ‘최저임금, 주휴수당, 평균임금 등 임금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명시적이지 않지만 업종별 차등임금, 최저임금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저임금 노동자들이 고착화되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현재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얼마 받는지 모르지만, 차등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모두가 알게 된다. ’낙인찍기‘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에 포함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에 대해 김 소장은 “임금 많이 받고 일 많이 하는 사람에게 임금을 안 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에게 주52시간 제한을 면제하는 제도로 현재 미국과 일본이 시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일정 정도 연봉 이상을 받는 자는 연장 근무 수당을 주지 않겠다는 법”이라며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추가,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임금을 깎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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