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 차기 사장 후보자 3인이 시민들을 상대로 정책발표에 나섰다. 박성제 후보는 사장 임기 중 성과를 강조했다. 안형준·허태정 후보는 현 경영진의 콘텐츠 전략과 보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18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사장 후보자 시민평가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시민평가를 통해 후보자 3인 중 1인은 탈락하게 된다. 정책발표는 안형준 후보, 박성제 후보, 허태정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안형준 "공영방송은 반쪽이 아닌 국민 모두의 사랑 받아야"
안 후보는 1994년 YTN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2001년 MBC로 이직, 통일외교부·사회부·국제부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메가MBC추진단 부장으로 지역 네트워크 강화 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장 역임 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안 후보는 "국민 절반은 MBC를 신뢰하지만 다른 절반은 비판한다. MBC는 어떤 조사에서 신뢰도 1위지만 또 다른 조사에서 불신도 3위"라며 "공영방송은 반쪽이 아닌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MBC 내부는 분열과 갈등이 심하다. 여당은 MBC 사장을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구성원 상당수는 현 사장의 사법리스크를 걱정한다"며 "MBC는 중간지대가 없다. 이러다간 침몰할 것이란 우려가 커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피지컬 100'에 제작역량이 투여됐다"면서 "MBC에서는 볼 수 없고 돈을 내야만 시청이 가능하다. MBC 구성원의 능력이 입증됐지만 MBC 시청자들에게는 혜택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후보는 보도 문제를 지적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유죄 판결,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등을 다른 방송사들이 톱뉴스로 배치를 한 반면 MBC는 15번째, 6번째 뉴스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편집이었다는 오해를 살 보도 배치였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콘텐츠 전략으로 무료 시청 가능한 공익 콘텐츠를 늘리고, 지역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MBC 콘텐츠가 TV와 OTT에서 모두 방송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공영방송은 공공재, 국민의 방송"이라며 "국민들은 돈을 잘 버는 방송보다 의견대립을 중재하고 소통하는 공영방송을 원한다. 무료공익 콘텐츠를 늘리고 KBS와 힘을 합쳐 공영방송 콘텐츠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팩트체크 저널리즘 강화로 보도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가짜뉴스와 딥페이크가 난무하고 세대 간, 진영 간 단절이 심화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곳은 이해충돌이 없는 공영방송뿐"이라며 "보도국에 팩트체크 119팀을 신설하고, 공정성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매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안 후보는 ▲드라마·예능 기획 집중 투자 ▲지역MBC 광고료 배분 합리화 등을 약속했다.
박성제 "국민의 방송을 지키고, 국민의 사랑을 갈구하는 철학과 신념"
박 후보는 1993년 MBC 기자로 입사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취재센터장, 보도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장을 맡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영방송 파업을 주도하고 회사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가 2017년 복직했다.
박 후보는 "MBC 사장이 참 생각할 게 많은 자리다. 외풍을 막기 위한 배짱, 약자들 편에 서는 공감능력, 사원들과의 소통능력, 글로벌 콘텐츠 전략을 위한 판단력, 미래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철학과 신념을 가진 언론인이어야 한다. 저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철학,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잃으면 우리는 죽는다는 신념을 가진 진짜 언론인"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사장으로서 임기 중 성과를 강조했다. "사장이 됐을 때 적자가 많았고, '지상파는 끝났다' 'MBC는 더 힘들다'는 말이 많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방송 MBC를 '사랑하는 MBC'로 재건하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열심히 한 결과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한국갤럽 조사에서 가장 즐겨보는 뉴스가 MBC 뉴스라는 결과가 나왔고, KBS 조사에서 MBC가 미디어 신뢰도 전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제가 사장 괜찮게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박 후보는 "MBC의 숨겨진 힘, 사원들의 잠재력을 믿었다. 저는 아직 배가 고프고, 더 잘하고 싶고, 더 사랑받고 신뢰받고 싶다"며 보도·콘텐츠 전략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권력을 감시하고 억울한 일 당한 분들,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게 뉴스다. 이게 진짜 공정하고 올바른 뉴스다. 저는 하던 대로 할 것"이라며 "가장 튼튼한 방파제가 되겠다. 기자·PD들에게 어떤 외풍도 막아줄 테니 양심껏 취재해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들 편에 서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후보는 사후 검증과 내부비판을 위해 '메타버스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하고, 외부 전문가들로 '저널리즘위원회'를 구성해 매년 'MBC 신뢰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는 콘텐츠·경영 전략으로 ▲드라마 스튜디오 출범 ▲K콘텐츠 아시아통합시장 구축 등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좋은 드라마를 만드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고 좋은 제작사와 같이 만들어야 한다"며 "올해 안에 적당한 제작사를 인수하고, 내후년에는 독립된 드라마 스튜디오를 출범시킬 것이다. 국내에서 만든 드라마는 MBC에서 틀고, 세계적인 유형의 콘텐츠는 OTT에서 틀어 드라마 왕국을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박 후보는 동남아시아 핵심 방송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대형 TV쇼를 공동제작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 외에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사적 캠페인(지역소멸·인구절벽 등) ▲MBC 세종 건설을 비롯한 권역별 통합 'ONE MBC' 전략 ▲MBC 통일방송·영문서비스 시작 ▲MBC 아카이빙 영상자료 개방 ▲사내벤처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허태정 "박성제 연임을 위한 들러리? 정권 친화적 방송 바꿀 것"
허 후보는 1991년 MBC PD로 입사해 정책기획팀 콘텐츠정책 담당, 시사교양국 CP, 정상화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MBC 콘텐츠협력센터 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북극의 눈물' 연출, '아마존의 눈물' 프로듀서를 맡았다.
허 후보는 자신이 이명박 정부 시절 중간간부로서 파업에 참여했다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좌천됐다면서도 "최승호·박성제, 파업동기들이 사장 됐으니 저도 잘나갔을까"라며 "그들은 이너서클을 중심으로 일을 해나갔고 이전 경영진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허 후보는 "제가 왜 들러리인가. 박성제 사장이 출마한 순간 연임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하는데, 여러분도 이미 사장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시나"라며 "공영방송은 편파적이지 않은 공정한 방송으로 신뢰받아야 한다. 지난 10년간 MBC는 정권 친화적 방송으로 반대편 국민들로부터 돌을 맞았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박 후보가 제시한 성과는 부풀려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후보는 "박성제 사장이 업적으로 말한 '신뢰도 1위' 조사를 보면, 작년 2분기까지는 KBS에 10% 뒤지고 있었는데 3~4분기 급상승해 역전했다. 이 시기 대통령 순방 민간인 동행, '바이든·날리면',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도어스테핑 중단과 슬리퍼가 있었다"며 "결국 윤석열 정부와 사사건건 각을 세워 반대편을 끌어모아 만든 신뢰로 인기도와 다름없다. 지금 MBC는 친민주당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했다.

허 후보는 "박성제 사장은 적자구조를 탈피하고 경영의 귀재라고 자랑한다. 코로나19로 인해 TV시청이 늘어나고 중간광고가 도입된 영향이 크다"면서 "SBS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 시청률은 10위권이고 예능 프로그램은 10년 이상된 장수프로그램으로 화제성 지수가 떨어지는 중인데 킬러콘텐츠는 없다"고 했다.
허 후보는 보도부문에서 '사전공정성위원회' '사후공정성위원회'를 구성해 불공정·편파 방송을 방지하고, 문제 발생 시 파면·징계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다. 허 후보는 중간평가를 도입해 보도 책임자가 부당한 지시를 했을 경우 해임하겠다고 말했다.
콘텐츠 전략으로는 '사내 멀티스튜디오 체제' 방안을 제시했다. 드라마·예능·교양 등 부서구분 없이 콘텐츠 성격에 맞게 사내에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허 후보는 "예를 들어 '나혼자 산다 스튜디오'가 있다면, 혼자 사는 라이프 스타일의 모든 내용을 콘텐츠로 다룰 수 있다. 스핀오프 드라마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다"며 "영역파괴, 플랫폼 파괴다. 콘텐츠 중심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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