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주요 방송사에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수 패널'을 출연시키지 말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명의로 각 주요 방송사에 '패널 구성 시 공정성 준수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국민의힘은 12개 방송사에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MBC·SBS·YTN·연합뉴스TV·TV조선·채널A·JTBC·MBN·CBS·BBS·CPBC 등이다.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해당 공문을 어느 방송사에 발송했는지에 대해 함구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주요 방송사에 보낸 공문 전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주요 방송사에 보낸 공문 전문 

국민의힘은 공문에서 "시사제작 프로그램에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수 패널'과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진보 패널'을 출연시키는 경우 시청자들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시각만을 접하게 된다"며 "이 경우 방송의 공정성과 균형성,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 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시 구성의 공정성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특히 패널 구성 시 '진보·보수의 균형'이 아니라 '여야의 균형'을 맞춰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일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보수 몫으로 정부여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가진 보수 패널을 출연시키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방송패널 불균형의 시정을 요청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을 비아냥거리고 집권여당을 공격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를 대변하는 패널인가"라며 "오늘 각 방송사에 시사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을 구성할 때 균형을 맞춰달라는 공문을 보내려고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우리 당의 최소한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보수 패널이라는 정치 평론가들이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을 매섭게 공격하고, 진보 패널이라는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풍경이 방송사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래놓고 방송사들은 진보·보수 패널의 균형을 맞췄다고 강변합니다만, 저는 이런 상황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법상 편성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공문이다. 이 조항 위반으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유죄를 받았다"며 "당론에 맞는 말만하는 패널이 필요하다면 당의 TV를 만들면 되는 것이지 방송사 보고 그렇게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방송편성의 독립과 자유를 보장한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집권 여당 비대위원장의 수준 낮은 언론관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라며 "방송 패널의 불균형으로 정부와 집권여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지만, 대통령을 비판하면 보수가 아니라는 주장은 더욱 가관이다. '윤비어천가' 방송 만들라는 주문으로 방송 내용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노골적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패널로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온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향해 "보수패널 감별사"라고 꼬집었다. 장성철 소장은 "그래도 '보수패널 호소인'의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월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윤핵관 호소인'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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