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인턴기자] 생전 공영방송을 국민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고 외쳤던 고 이용마 MBC 기자의 2주기가 돌아왔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하지 못하는 공영방송 제도는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는 고 이용마 기자 2주기 추모 성명을 통해 "이용마 기자가 그토록 염원했던 MBC 지배구조 개선의 시간표는 2년 전 그날 이후 단 1초도 흐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전광판에 내걸린 고 이용마 기자 2주기 추모 화면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고 이용마 기자는 생전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뽑게 해야한다는 소신을 펼쳤다. 정치권 여야가 법이 아닌 관행에 따라 7대4, 6대3 등의 비율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하는 탓에 정권에 따라 공영방송이 휘둘리는 상황을 국민 손으로 근절해야 한다는 외침이었다.

지난 2016년 12월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투병 중이던 이용마 기자를 만나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확실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약속한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입법을 통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언론개혁'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고, 국회 상임위 논의도 국민의힘 반대 등으로 멈춰섰다. 그 사이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정치적 후견주의 논란을 되풀이하며 최근 출범했다. KBS·EBS 이사회 구성 절차가 진행 중이다.

MBC본부는 “불과 한 달여 전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민주당은 최소한의 신의마저 저버린 채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방문진 이사로 밀어 넣었다”며 “정권 말기 여권의 공영방송 장악 야욕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올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그렇게 현 정권과 여당에 의해 또다시 정치적 입김으로 병들고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12기 방문진 이사 중 김석환 이사는 19대 대선 문재인 캠프 미디어특보 출신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김기중 이사는 민주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으며 강중묵 이사는 19대 대선 문재인 캠프 미디어특보였다. 박선아 이사는 2016년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2018년 민주당 경기도당 공직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 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 2020년 민주당 재보궐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국민의힘 추천이 의심되는 인물들도 있다. MBC 제3노조(노동조합)는 국민의힘이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추천한 3명 중 2명만 방문진 이사로 선임됐으며 이는 정치적 후견주의 관행을 어긴 인사라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고 이용마 기자를 추모하고 있다. (왼쪽부터)전국언론노동조합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윤창현 위원장, 최성혁 MBC본부장, 박상준 MBC본부 사무처장.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MBC 본부는 “엄혹했던 시절에도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이용마 기자의 강철 같은 신념과 의지를 우리는 오늘 절망 속에 다시 떠올려 본다”며 “그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언론을 도구화하려는 권력과 그 앞에 무기력한 언론이었다”고 했다. 이어 MBC 본부는 “야윈 얼굴에도 놀랍도록 단단했던 목소리와 빛나던 눈빛, 냉철하게 불의를 꾸짖던 이용마는 사라지지 않았다”며 “참언론을 향한 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투쟁, 남아있는 우리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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