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가 간부들의 비합리적인 아이템 묵살 등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를 폭로한 이영백 PD를 26일부터 2개월간 대기발령 조치했다.

앞서 지난 21일 이 PD를 포함한 <PD수첩> 소속 PD 10명은 비합리적인 아이템 묵살을 이유로 제작거부를 시작했고, 24일 오전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적인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 등을 폭로했다. 이에 따라 25일 예정된 <PD수첩>은 결방이 결정됐다. 이에 MBC시사제작국은 성명을 내고 “제작거부에 따른 결방 등의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며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MBC 소속 PD들이 24일 오전 10시 30분 상암 MBC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야기를 고리로, 한국사회의 노동 문제를 다루려고 했으나, 해당 아이템이 MBC 제작간부에 의해 가로막히자 지난 21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했다.

이 PD는 지난 15일 다음달 1일 방송 아이템으로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기획안을 제출했으나 시사제작국 간부들은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해당 아이템을 다루는 것은 이해상층에 따른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며 제작을 가로막았다. 이에 이 PD가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으로 기획안을 바꿔 제출했지만 이 또한 묵살됐다.

<PD수첩> PD들은 24일 기자회견에서 “PD들은 노동조합원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PD로서 양심과 상식에 맞게, 사실에 근거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한다”면서 “지금이라도 회사 쪽이 아이템 제작에 대한 논의를 원한다면 ‘제작거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MBC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회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사실성이 담보되는 중립적인 시사 프로그램은 언제든지 보장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 정파나 집단에 경도되거나 이념적 편향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방송 법령 위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제작거부라는 불법적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피디수첩 일부 제작진은 즉각 업무에 복귀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잘 조명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프로그램 제작에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MBC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은 이날 오후 6시 총회를 열고 그동안 사내에서 벌어진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를 공유하고, 이번 <PD수첩> ‘제작 거부’ 사태 등에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PD수첩> 관계자는 “기자들끼리 자체적으로 <PD수첩> PD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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