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면피만 하고 그친 꼴이다. 오늘자(31일) 조선일보 사설 제목대로 삼성 비자금 파문은 참 ‘이상하기만’ 한데 언론은 해명되지 않은 의혹과 쟁점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파문이 불거지니 양쪽 입장 정리해서 ‘한줄 걸치고’ 그 뒤론 모르겠다는 식이다.
석연치 않은 삼성 쪽의 해명…사라진 ‘삼성 비자금’ 보도
그러니까 삼성그룹 재무담당 임원이 이른바 ‘외부인’의 재테크를 위해 자사 임원 이름까지 빌려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상식적인 선에서 납득이 가능한 대목일까. 조선일보는 오늘자(31일) 사설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할 만큼 내부 통제와 관리가 엄격하다는 삼성그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신정아 파문 당시 ‘탐사보도’ 정신은 어디에
경향신문이 오늘자(31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두 가지는 분명하다.” 즉 “김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가 개설됐고, 출처가 불분명한 거금이 이 계좌로 입·출금됐다는 사실이다.” 누차 강조했지만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 경향 사설의 일부를 인용한다.
게다가 비자금 50억원이 들어 있었다는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계좌는 이른바 ‘보안 계좌’다. 본인이 아니면 만들 수도 없고 조회할 수도 없는 특별 계좌인데, 만약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건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조직차원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조선의 사설대로 “계좌 주인조차 거래내역과 계좌번호를 조회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은행의 적극적인 공모가 있어야” 하는데, “삼성 재무팀 임원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은행으로부터 이런 협조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
결국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조짐’이 별로 안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다수 언론이 양쪽 입장을 실어주는 선에서 ‘면피’만 하고 ‘손 털고’ 일어나려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의 향배를 고려하는 검찰 입장에서 ‘큰 부담’ 없어 좋고, 삼성의 막강한 광고를 고려해야 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도 이 정도 선에서 손 털고 일어나는 게 ‘위험부담’이 없다. 삼성 비자금 관련 후속보도나 논평이 나온 곳은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한겨레 정도. 방송사에서는 KBS와 MBC가 30일 메인뉴스에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전했다.
이렇게 되면 판세와 수순은 대충 정해졌다. 김 변호사·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추가폭로’와 검찰 고발. 남은 건 ‘일부’ 언론사의 의지와 시민사회의 역량 정도. 물론 변수가 하나 남아 있긴 하다. 검찰의 적극적 수사. 하지만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