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와 함께 공영방송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공안검사 출신의 고영주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 선임 전부터 ‘극우’ 인사로 꼽혔다. 자신이 검사로 담당했던 부림사건이 대법원을 통해 무죄선고를 받자 “사법부가 좌경화됐다”고 발언에 빈축을 샀으며, 방문진 감사직을 수행하면서는 세월호 참사의 MBC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옹호했다. 이런 사람이 방문진 이사에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이커졌지만 새누리당의 추천 속에 방문진 이사장 임명은 강행됐다. 이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등의 극우적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가 예상됐던 바였다.

지난 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고영주 이사장이 출석함에 따라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갖춰야할 방송 전문성과 조직운영 능력, 편향적인 정치·역사관에 대한 검증 자리가 마련됐다. 고영주 이사장으로서는 해명의 기회를 갖는 자리가 됐어야 하지만 사퇴 요구는 더욱 커졌다. 공영방송을 관리감독 이사장으로서 △방송 전문성은 물론 △정치적 편향, △태도에서 모두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국정교과서 관련한 편향적 발언도 그야말로 쏟아졌다.

▲ 10월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미디어스
고영주 이사장, 방송문외한 그대로 드러내다…“KBS와 EBS1 의무재송신 채널인지 몰라”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방송문외한’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났다. 고영주 이사장은 MBC본사와 지역MBC간 전파료 배분에 있어서 “본사가 20%를 가지고 나머지를 17개 지역MBC가 나눈다”며 “현재 정율제로 배분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진위여부 논란이 벌어졌다.

고영주 이사장은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의 ‘전파료 배분제가 뭐라고 했느냐’는 재질문에서 “MBC에서 보고받기로는 본사와 지역사가 20%대 80%로 배분한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지역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역사들끼리는 정액제라고 한다. 본사와 지역사로 나눌 때에는 정율제인데, 지역사 간에는 정액제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사)지역방송협의회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틀린 얘기”라며 “공영주 이사장이 기본적으로 전파료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체 광고 총량에서 대략 70%를 방송프로그램 자제 제작비라고 해서 본사에서 떼어간다”며 “그 후, 평균적으로 나머지 30% 중에서 본사는 송출료라는 이름으로 또 가져가고 그 나머지를 17개 지역MBC에서 나눠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M순서지정제나 간접광고를 포함하면 사실상 100%가 아닌 110%에서 나누는 것이 맞지만 배분이 안 되면서 왜곡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본사와 지역MBC가 정율제로 나눈다면 왜 전파료에 대한 비율이 달라질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실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MBC와 지역MBC의 광고점유율은 63.8% 대 36.2%였지만 2014년에는 67.1% 대 32.9%로 MBC 본사 비율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이에 홍의락 의원은 고영주 이사장에 “제가 알기로는 다르다. 다시 잘 알아보라”고 질타했다.(▷관련기사 : 여야 의원들, “지역MBC 독립경영 보장방안 마련해야”)

고영주 이사장은 KBS와 EBS가 의무재전송 채널인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질의를 통해 드러났다. 최민희 의원은 “지금 지상파가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재전송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얼마이고 얼마나 올려달라는 것인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고영주 이사장은 “현재 280원이고 두 배로 올려달라는 것 같다”며 “지상파 방송 경영이 어려워지는데, 재전송 업체에서는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고, 제작비는 점점 비싸지고 그런 사정이 감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민희 의원은 “왜 하필 43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인지 그 근거를 물은 것인데…”라며 서면답변을 요청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어 “KBS1과 EBS가 의무재전송 채널인 것은 아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모른다”라고 답했다. <방송법> 제78조(재송신) 및 고시에 따라 KBS1과 EBS는 의무재송신 채널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논쟁으로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면서 의무재송신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해당 이슈는 언론업계에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공영방송 MBC 관리감독 기관장이 기초적인 사실조차 “모른다”라고 답할 사안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최민희 의원은 “그걸 모르면서 어떻게 방문진 이사장을 하시느냐”며 “그래서 방송문외한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고영주 이사장은 “MBC와 SBS 또한 의무재송신 채널로 지정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좋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검토해보지 못했다”는 부실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방송문외한’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최민희 의원은 ‘모바일 IPTV에 지상파 콘텐츠가 들어가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고영주 이사장은 “전송료 협상이 안 되고 있어서 아직 안 들어가고 있다”라고 답했다가 “아니다. 그래서 (방송정책 관련)질의를 할 수가 없는 것”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최민희 의원은 “유료방송사업자와 갈등이 심해서 본때를 보이겠다고 안 넣은 것이고, 그 의도가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고영주 이사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의 ‘본인이 방송이나 문화와 관련한 직접적 연관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나’는 물음에 “글쎄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스스로 방송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서도 고영주 이사장은 “MBC 보도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흠잡을 데가 없다”며 “왜 문제를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민 1000여명이 박원순 시장 아들을 고발했는데, 당연히 뉴스가 되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해당 사안의 보도가치 여부만 따졌다. 공정성의 개념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 대목이다. 고영주 이사장은 서울시 측에서 MBC 보도 이전에 담당 기자 측에 반론권을 요구했다는 시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 MBC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고영주 이사장 “흠잡을 데 없다”)

고영주 이사장은 ‘방송문외한’임을 지적받자 “방송문화전문가는 MBC에 있으면 되지 방문진 이사장이 관련 전문가일 필요는 없이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며 “국민 대다수는 제가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이 과정에서 임명권자가 맡긴 목적에 따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실제 고영주 이사장의 추천사유에는 ‘좌경노조’를 낙엽에 비유해 쓸어버리지 못한 방문진 이사들과 MBC 사장의 문제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방송과 관련한 삶이었는지 물었더니 ‘글쎄요’라고 답했다”며 “정치·역사에 대한 편향적 시각 뿐 아니라, 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전문적인 내용도 인지하지 못해 방문진 이사로서 부적절한 분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고영주 이사장, 극단적 정치편향 드러내다…“국사학자 90%가 좌편향”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컸던 고영주 이사장의 극우적 성향은 국감을 통해 더욱더 과감히 드러났다.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과거 발언을 두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사정이 변경된 건 없다”며 “하지만 (제가) 솔직히 이야기하면 국정감사장이 뜨거워지고,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면 법정에서 제가 불리해지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국감장을 달궜다. ‘사정이 변한 건 없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국감장이 뜨거워진다’라는 등의 표현은 사실상 지금도 그 때와 생각이 다르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부림사건’에 대해 고영주 이사장은 “여전히 사법부가 일부 좌경화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법원에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해서 (무죄)판결을 한 것이지, (사건)실체에 대한 판단이 아니었다. 담당검사로서 직접 그들로부터 ‘공산주의사회가 되면 저를 심판하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제 신념은 변할 수가 없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친일인명사전’에 대해서는 “현재는 한국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는데,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던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을 발간한 것에 대해 “(사회분열이 아닌)대한민국이 좌경화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모순된 견해를 밝혔다. 또한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에 올라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영식, 우상호, 이인영 의원들에 대해 “과거 행적이 그런(친북)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고도 답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남로당 군사총책 간부로 여수·순천사건에 연루돼 체포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산주의자다. 하지만 그 후, 전향을 했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했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국사학자의 90%가 좌편향됐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발행에 힘을 싣는 주장이다. 고영주 이사장은 6일 확인감사에서도 “노무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이재오·김문수는 전향한 공산주의자”라는 등의 낙인찍기를 멈추지 않았다.

고영주 이사장의 ‘친북’, ‘공산주의자’ 등의 색깔론 기준은 상당히 편향적이다. 그는 문재인 대표와 관련해 “이념이 다르면 평생동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공산주의운동이었던 부림사건을 무료 변호 맡았기 때문”이라는 기준을 내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이에 “살인자를 변호한 사람은 살인자인가. 변호한 사람과 범죄자를 동일선상의 인물로 단정하는 것은 민주적 사법 질서를 가진 국가에서는 상식이 없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친북인사’로 낙인찍힌 우상호 간사는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영주 이사장, 태도 논란으로 2차례 정회 사태 빚다…“지금 교과서 논란은 알고 계신가요?”

방문진에 대한 미방위 국정감사에서는 고영주 이사장의 답변 태도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일 2차례의 정회라는 파행을 빚은 이유 또한 고영주 이사장의 답변 때문이었다.

고영주 이사장은 야당 의원들의 ‘사법부가 일부 좌경화됐다’는 과거발언에 대해 집요하게 비판하자 “문재인 대표와 한명숙 전 의원 이런 분들은 (한명숙 전 의원의)대법원 판결을 놓고 사법부 전체를 부정하지 않았느냐”며 “(그에 비하면)저는 사법부의 일부를 부정한 것”이라고 답변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퇴장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공영방송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적절한 사고인지를 캐묻는 질문에 사실상 ‘니들보다는 낫다’라고 답변한 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게 아니라,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둘 간의 차이가 있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발언이 기록된 동영상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분명히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이고’라고 서술했지만 이를 끝까지 부인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의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에 수록돼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영식, 우상호, 이인영 의원들도 친북인사인가”라는 물음에 “사전에 수록돼 있다면 친북 행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발단을 만들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불쾌감을 표시하며 정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우상호 의원은 여야 합의로 미방위 야당 ‘간사’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상임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쏟아지기도 했다.

국정감사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도 다시 불거졌다. 박창명 병무청장이 직접 국장감사장에 나와 “박원순 아들의 4급 판정은 적법하다”라고 발언하면서 의혹이 잦아드는 듯 했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그건)병무청의 입장이겠죠”라고 답해 논란을 자초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병무청은 국가기관이다. 국가기관의 결정인데, 지금 뭐하시는 거냐”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날 고영주 이사장의 답변 태도는 큰 문제로 지적됐다. 야당 의원들이 각종 지표에서 드러난 MBC 신뢰도 하락을 지적하자 “국회의원들도 신뢰도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MBC자체 조사)QI지수는 MBC가 1위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 건(신뢰도) 좀 안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훈계했다. 회의를 주재하던 새누리당 소속 홍문종 미방위원장 마저 “그렇다고(질문이 불편하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의 신뢰도를 이야기하느냐”라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일도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의 “우리나라 국사학자 90%가 좌편향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비판에는 “그러면 90%가 좌편향인데 10%만 좌편향이라고 이야기하느냐”라면서 오히려 반대로 “지금 교과서 논쟁을 알고나 계신가요?”라고 질문을 던져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영주 이사장은 야당 의원들의 편향 논란에 “의원들이 저에게 심문하듯이 피의자에게 큰 소리를 치던지 했다면 제가 고문검사가 아니라 살인검사라는 소문이 났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야당 의원들이 ‘심문하듯 큰 소리를 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이 같은 고영주 이사장의 답변 태도에 야당 의원들은 “국감석에 앉아있는 증인의 태도와 논리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박민식 간사 또한 “우상호 의원이 친북용공이라고 한다면 제가 무료로 변론을 할 생각”이라며 “고영주 이사장의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 다만, 여야를 떠나 국감 증인으로 나온 사람으로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박민식 간사의 발언을 끊고 답변하려하자,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라면서 회의를 주재하는 홍문종 위원장에 주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과연, 고영주 이사장이 공영방송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을 균형 있게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쏟아진 국정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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