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14년 재보선에서도 동작을 선거는 ‘별들의 전쟁’으로 치러질 것인가. 여야는 공모절차와 별도로 거물급들의 전략공천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동작을 전략공천 카드로 거론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과 이계안 전 의원이 전략공천 대상으로 거명되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3일 그간 논란이 돼왔던 서울 동작구 을 재보궐선거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공천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야권 내부는 또 한 번의 격랑을 맞이하는 중이다.
한편 진보진영에서도 노원병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정의당의 노회찬 전 의원이 동작을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측과의 야권연대를 강하게 희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총선, 2012년 총선에 이어 ‘동작을 삼수’에 도전하고 나선 이가 있다. 노동당의 김종철 후보다. 두 번의 총선을 진보신당의 이름으로 치렀고, 그 당은 현재 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종철 후보가 이 선거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디어스가 그를 만나 보았다.
미디어스(이하 ‘미’): 제가 미디어스 입사 이후 두 번째로 인터뷰해 보는 사람은 김종철 후보가 최초가 아닐까 한다. 2012년 총선 당시 인터뷰를 했다. 당시 기사 제목이 <위기의 남자, ‘뉴타운 저격수’ 김종철을 만나다 - 동작을 진보신당 김종철 후보에게 들은 그 사람의 사정>이었다(링크) 그때는 뉴타운이 큰 이슈였다. 지금의 동작을에서 뉴타운 이슈는 어떤가
노동당 김종철 후보(이하 ‘김’): 지금은 이슈가 아니다. 동작을은 이미 뉴타운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된다.
: 언제부터 안 되는 상황이었나.
동작을, 당락과 상관없이 정치인이 떠나는 지역
: 사실 2008년 총선 때에도 이미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사람들이 그걸 몰랐고, 정몽준 후보가 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당선되었다. 그런데 2009년에서 2010년에 이르기까지 흑석동과 사당동에서 반발이 일어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사당동의 경우 재개발 이후 집 이외에 추가부담금이 3억에서 5억까지 나왔다. 그래서 사람들도 뉴타운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아 버렸다. 2012년 총선 때는 정몽준 후보도 뉴타운 공약을 안 걸었다.
: 그렇다면 자립형사립고는 이슈로서 어떤가.
: 동작을 지역의 경문고등학교가 자사고가 된지 3년 정도 되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여론이 어떨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 장승배기역 근처 노동당 동작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철 후보의 모습 ⓒ미디어스
: 그럼 현재 동작을에서 이슈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 정치세력마다 다른 것 같다. 새누리당은 ‘정권을 지키자’나 ‘우리가 지역개발의 적임자다’라는 걸 들고 나오는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새누리당 심판’ 같은 걸 들고 나오는 것 같다. 내 경우는 대체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정치’를 들고 나온다. 2008년에 이사와서 이제 6년이 되는데, 알아봐 주시는 분들은 많다. ‘당만 바꾸면 될 것 같은데’ 같은 소리도 많이 듣는다. 지역주민들에게 동작을은 당락에 상관없이 떠나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계안이 갔고, 정동영이 갔고, 당선된 정몽준도 가버리지 않았나.
: 6년 동안 동작을에서 꾸준히 활동했는가.
: 주로 그랬다. 다만 잠깐 중앙당의 요청으로, 2010년에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을 했던 적은 있다. 그때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노회찬 전 의원이었다. 그후 노회찬 전 의원과 심상정 의원 등은 2011년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 탈당파들이 합류하는 통합진보당으로 흘러 들어갔다. 내가 보기엔 좀 당황스러운 정당이었다.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정의당을 만드신 상황이지만 나는 계속 여기 남아 있었다.
: 후보들이 자꾸 떠나는 이유가 뭘까. 이번에도 지역위원장 허동준이 아닌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이었던 기동민의 전략공천으로 허동준 측이 반발하는 등 이슈가 되고 있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가 있는 걸까.
: 후보를 정하는 방식의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새누리당을 보자. 새누리당은 전형적인 엘리트정치다. 어디선가 다른 영역에서 성공한 엘리트들을 지역정치에 결합시켜 후보로 내보낸다. 그렇기에 후보들 개인경쟁력이 좋다. 그렇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 방식을 흉내낸다. 엘리트는 엘리트인데, 약간 생각이 다른 엘리트를 데려오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아류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사람을 후보로 내지 않는다. 동작을 상황을 살펴보면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이계안을 전략공천했다. 이계안은 2007년에 탈당을 했다. 2008년에 정동영을 전략공천했고 2012년엔 이계안과 허동준이 경선을 했다. (동작을에선 2000년 총선에도 유용태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 지역주민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나.
: 당연히 불만이 많다. 옆에서 보면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후보로 나오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사람,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 후보가 된다. 6년 동안 지역구의원이었던 정몽준에 대한 평가도 썩 좋지 않다. 동작을은 원래 야성이 강한 동네인데 2008년엔 정몽준을 많이 찍었다. 득표율이 56%쯤 나왔다. 그런데 2012년엔 이계안 후보와 내가 나와 표를 갈랐음에도 51%를 채 득표하지 못했다.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자원에 비해 지역에 헌신한 것이 없다. 지역주민들도 그걸 안다. 지역에서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이런 걸 예측만 잘 하는데, 저번 총선 끝나고 두 가지를 예측했다. 첫째, 정몽준 후보가 다음 총선에도 동작을에도 출마한다면 패배할 것이다. 둘째, 그렇기에 정몽준 후보는 도중에 다른 곳으로 뜰 것이다. 둘다 맞추지 않았나. 그저 맞추기만 해서 문제지만(웃음).
: 페이스북을 보니 “서울시장 후보 출신들끼리 붙을 수도 있겠네”라고 농을 하셨더라.
노회찬 출마, 노회찬을 위해서도 바라지 않아
: 만약에 새누리당 공천을 오세훈 전 시장이 받고, 정의당에서 노회찬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그렇다는 얘기였다.
: 그러고보니 김종철 후보가 2006년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였고, 노회찬 전 의원이 2010년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후보였다. 노회찬 전 의원의 출마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당연히, 갑갑하다. 진보정치인은 지역에서 활동해야 하고, 지역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회찬이나 심상정과 같은 이들은 전국구 스타다. 그런 사람들은 전략공천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였다가 지역을 정하는 것과, 지역구에서 다른 지역구로 옮기는 일은 전혀 다르다. 조직이 사라진 상태에서 선거를 해야 한다.
: 노회찬 전 의원의 경우도 노원에서 마들연구소 같은 것들을 조직하기도 했었는데.
: 그렇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 해야 하는 것이다. 또 진보정당 후보들끼리의 도의라는 것도 있다. 나는 2008년에 지역구를 용산에서 동작으로 옮겼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당했는데, 2008년 당시 용산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있었다. 같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봐서 동작으로 옮겨왔다. 동작으로 옮길 때 나는 이제부터는 이곳에서 계속해서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내가 이사를 하니 아이에게 친구가 다 사라졌다. 그때 ‘다시는 아이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노회찬 전 의원과는 연락이 되었나.
: 최근에 만난 적이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이 동작을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설’이 흘러나올 무렵이었다. 사실이냐고 물어봤는데 고민 중이라고만 했다.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내가 생각하는 진보정당 재편의 방향에 관한 얘기를 하였다.
▲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노회찬 전 의원이 지난 6월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이 2014년 지방선거에 심하게 몰입했다면 정의당은 이번 재보선에 후보를 많이 내는 등 역량을 투입하는 상황인 것 같다.
: 정의당의 내부사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 후 진보정당 재편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면 이래서는 곤란하다. 미래에 정당을 같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나치게 무모한 도전이다. 천호선 대표도 수원에 출마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8명을 내보낸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들이 모두 완주하지는 않을 것이고, 사실상 나머지 사람들을 지렛대로 삼아 노회찬 전 의원이 야권연대 단일후보가 되어 동작을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일 것 같다. 그런데 당 대표를 지렛대로 삼는 정당이 어디 있나.
또 노회찬이나 천호선 정도 되는 이들, 한쪽은 그 지역구에서 당선된 경험이 있고, 한쪽은 은평에서 당선권에 올라 이재오에게 아슬아슬하게 패한 이가 함부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얼마나 경솔한 일인가. 야권연대를 하면 될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반드시 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지역에는 ‘낙하산은 싫다’라는 정서도 있다. 이를 어찌 돌파하려고 하는가. 잘못하면 부초처럼 떠다니는 정치인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동작을을 떠난 사람들, 정동영이나 이계안을 보면서 교훈을 얻어 볼 수 있다. 내 생각에 둘 다 동작을에 주욱 도전했으면 이곳에서 의원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앞서 얘기했듯 정몽준의 인기는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자리를 옮겨 잘 되었는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김종철은 동작을에서 어떤 ‘생활정치’를 했나
: 그에 비하면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셨다. 명함을 보면 “삶을 바꿔가는 생활정치”, “동작구에는 생활정치인 김종철이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생활정치의 구체적인 활동이 궁금하다.
: 이를테면 철거민 노점삼 지원 투쟁이나, 중앙대 청소노동자 투쟁 지원 같은 것들은 기존의 진보정당에서 평소에 하던 것들이다. 그 외에 생활인으로서 한 것들이 있다. 먼저 맥커리가 9호선 요금 인상을 하려고 할 때 반대운동을 했다. 하루 2000명 서명을 받은 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4000명 이상의 서명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주민여론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 몇 년 동안 동작구 의회 의정 감시단 활동을 했다. 친환경 급식 조례 활동을 했고 학교와 유치원에 공급되는 급식을 위한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활동을 했다. 그리고 어린이 도서관 활동을 했다. 얼마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말로 풀어보니 많은 것 같다.
: 안 그래도, 명함에 쓰여진 직함 목록을 보니 현 직함은 “사당동 어린이도서관 추진모임 회원” 밖에 없더라. 너무 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웃음)
: ‘노동당 동작위원장’도 적어넣을 걸 그랬나 보다. (웃음)
: ‘어린이도서관 추진모임’이란 것은 무엇인가.
: 동작을은 서민지역이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그래서 동별로 하나 정도씩,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만들자는 사업이다. 이미 몇 군데는 개관을 하고 있다.
▲ 김종철 후보의 명함 앞면 (김종철 후보 제공)
▲ 김종철 후보의 명함 뒷면 (김종철 후보 제공)
: 앞서 노회찬 전 의원 앞에서 진보정당 재편에 관한 얘기를 했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진보정당 재편안이 무엇인지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
: 큰 목표를 가지고, 진보정당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무작정 합칠 게 아니라 다시 깨지지 않을 정도의 결합력을 가지고 합쳐야 한다. 상호 간에 가지고 있는 큰 틀에서의 이견을 좁혀 나가고, 이견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것을 확인 후에 합쳐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를 해야 한다. 노동당이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에게 요구할 것이 있고, 다른 정당들이 노동당에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에 관한 요구를 하면 이 역시 수용할 수 있다.
진보정당 재편을 위해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에게 요구한다
: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 통합진보당에겐 물론 북한 문제다. 북한을 이해하는 것은 좋은데, 비판할 것에 대해선 비판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다. 예를 들어 삼대세습 문제에 관해선 비판해야 한다. 다만 이 비판이 ‘북한은 삼대세습을 했기에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수준까지 나아갈 필요는 없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볼 때엔, 물론 미국의 압박이 심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북핵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걸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정의당에 대해선, 정의당은 노동당에 비해 온건진보 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온건진보 노선을 가진 이들과 당을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정의당은 진보정당을 독자적으로 오래하겠다는 다짐을 해줘야 한다. 최소한 오년 십년은 진보정당의 독자노선을 밟겠다고 얘기해야 받아들일 수 있다. 노동당 입장으로는 두 정당이 이 정도만 해주면 큰 이견이 해소되고 민주노총과 함께 3당을 합당하는 진보정당 재편을 추구할 수 있다.
녹색당과 관련해선, 상황이 조금 다르다. 녹색당 구성원들과 얘기해보면 일단은 녹색당이 독자적으로 존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계신다. 그렇다면 우리가 녹색당에 대해서까지 통합을 하자고 요구하는 것도 결례일 수 있다. 당분간은 별도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정의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통합 이전의 안철수 세력과 함께 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 이해하기 어렵다. 안철수가 민주당에서 좌파에 해당한다면 몰라도… 안철수는 기존 민주당보다도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 제3정치세력을 고민하다고 해서 함께 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건… 정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 뿌리에 가치와 노선이 있는 행위 아닌가. 나치와 공산당이 머리를 빡빡 밀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함께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해할 수 없었던 발상이다.
: 통합진보당이 말씀하신 그런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있을까.
: 통합진보당 사람들과 만나 보면 그들에게도 좌절감이 있다. 어떤 구성원이 “차라리 해산됐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욕을 많이 먹는 상황이 당황스럽고 차라리 헌재가 해산하는 쪽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다.
: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생각이 과연 북한 문제에 관한 견해를 약간 틀면 된다는 정도일까. 가령 ‘이석기 사건’ 녹취록을 보면, 이게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도저히 당을 같이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 이석기 의원의 발언은 엄청난 흥분상태에서 나온 오류라고 본다. 그들의 기본적인 인식은, 여기엔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세력은 미국 밖에 없다는 거다. 그리고 당시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거라 생각했던 거고, 자신들의 입장에선 그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봤던 거다. 그런 기본적인 인식의 틀 위에서 엄청난 일탈, 돌출행위를 한 것이 이석기 발언이었다고 본다.
: 하지만 사람들이 볼 때에, 그들은 단지 미국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북한과 남한이 전쟁을 할 경우 북한 편을 드는 집단으로 인지된 것이 아닌가. 녹취록 내용만 본다면 그 판단은 틀리지도 않다고 봐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 그래서 엄청난 오류라고 평가한 거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전쟁을 막겠다고 무기를 들자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우리 국군과 싸워야 한다. 우리 국군과 서로 총부리를 겨누자고 선동하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현재의 NL운동권들이 현재의 북한 체제에 대해 여전히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설령 1940년대 실정에서 북한이 남한보다 정통성이 있다고 본다고 해도, 그 후로 70년이란 세월이 흐르지 않았나. 그러면 1940년대의 북한 체제는 긍정하되 지금의 북한 체제는 긍정하지는 않지만 다만 통일의 대상이므로 관용해야 한다는 정도의 입장을 표명하면 된다. 그 정도 입장은 우리 사회나 진보진영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이제 정의당 쪽은 아직 내부에 인천연합이라는 NL정파가 남아 있음에도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도 제대로 비판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있는 경기동부연합과 울산연합의 동지들도 그 정도만 할 수 있으면 된다.
▲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지난 4월 29일 오후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렇게 설명한다면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이 입을 닫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북한과 남한이 전쟁을 하면 북한을 편들 집단’으로 평가하거나 의심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석기와 같은 생각이 그들의 주류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대중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 그건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세력으로 남겠다면서 이 문제에 관해 묵비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우리 사상이 뭔지 묻지 말라, 는 얘기는 인권의 차원에서는 합당하다. 하지만 유권자에게 지지를 요구하는 정치세력의 입장에서 도의가 아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의심하는 부분이 있다면 풀어줘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인권을 내세우며 입장 표명을 거부한다면 유권자가 그 이유 때문에 지지를 할 수 없다고 말해도 할 말이 없다. 이 부분에 관해서 입장을 표명해줘야 이석기의 발언을 돌출 내지 일탈로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고, 진보정당 재편의 틀 안에 들어올 수 있다. 반면 발언을 할 수 없다면 (노동당 등과) 함께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 비록 녹취록에 오탈자는 있을지라도 내용 자체는 큰 틀에서 사실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진보진영 일각에서 ‘국정원을 어찌 믿느냐, 조작이다’라고 주장하고, 이런 주장을 정부에 대해 쉽게 음모론의 잣대를 들이미는 10%~20% 정도만 믿어주는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 녹취록이 조작이라고 대응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
: 100% 단정할 수는 없는 얘기지만, 경험적으로 판단해 보건대 사실일 거라고 본다. 아마 내가 그 녹취록 내용이 기본적으로 사실이라고 보는 사람 중에서 가장 그들의 입장을 선의적으로 판단해주는 사람일 것이다.
: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레드콤플렉스’는 어떤가. 예전에 어딘가에서 지역의 노인들이 북한 문제만 나오면 대동단결한다고 설명하신 적이 있었다.
아주 다른 것은 없다… 기존 방식으로도 잘 못해왔단 게 핵심
: 그렇다. 노인정에 가서 우리 정책 설명드리면 노인들끼리 의견이 다르다. 세금 더 내서 노인 부양하게 하면 좋지 않냐는 분도 있고, 세금을 어떻게 더 내냐는 분들도 있고, 자기들끼리 논쟁을 한다. 그런데 북한 문제만 나오면 대동단결을 한다. 우리가 뚫고 들어갈 여지가 사라진다. 사실 북한에 대한 막중한 경계의식은 현실적으로는 90년대를 기점으로 사라졌어야 하는 낡은 의식이다. 그 시기부터 북한은 국지적 도발은 가능할지 몰라도 엄청난 경제력 격차 때문에 남한을 붕괴시키거나 점령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그 시기부터 핵개발 문제가 나오면서 지체된 의식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우리가 대중에게 설명하고 넘어서야 하는 부분이다.
: 정치인이 자신이 갈고 닦은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은 기본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재보선은 그저 지나칠 수도 있는 선거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출마하게 된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
: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하나는 지역적이고 개인적인 것인데, 이 지역에서 진보정치인으로서 활동한 것에 대해 지지나 인정을 구하고 싶은 목적이 있었다. 다른 하나는 동작을이 언론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노동당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진보의 지반을 닦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동작을이 언론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떠오른다는 건 유명인들이 나오려고 해서 그렇다는 얘기이니, 최종적으로 누가 출마하느냐에 따라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얘기이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진보정당 재편에 기여하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이를테면 평택에서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득중 후보를 중심으로 가고, 동작을에선 김종철을 중심으로 간다는 식의 판을 만들어내면 선거 이후 진보정당 재편의 흐름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동작을에 출마한다면 세 번째 목표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평균적인 시민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본다. 진보정당 운동도 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할 때 지금까지 활동과 다른 전략·전술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는데, 생각해본 것이 있을지.
: 기존의 방식으로도 잘 못해왔던 것이 핵심이다. 아주 다른 것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들었던 것 중 우리가 안 해봤는데 의미가 있다고 느낀 건 김윤철 박사가 (<한겨레> 시론에서) 말한 기성 정당 정치인과의 네트워크 구성 정도였다. 그런데 이것도 현실적으로 잘 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노력한다 하더라도, 기성 정당 정치인들이 우리와 네트워킹해서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외의 대안들은 우리도 한 번씩 해봤거나 적어도 고민은 했던 것들이다.
▲ 6월 13일자 한겨레 31면 김윤철 교수의 칼럼
무상교육과 같은 태제를 던지고, 기초노령연금 얘기하고, 더 나아가 노인기본소득을 말해보고, 공공부문 민영화 및 규제완화 반대하고, 파격적 증세를 말하고, 지역정치하면서 신진 육성하는 기본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앞서 말했던 진보정당 재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 여러 번 선거에 나오셨는데, 이번 선거를 위해 준비할 슬로건이 있을지.
: 고민하는 중이다. “진보의 미래”, “진보의 대표주자” 같은 말을 쓰면 어떻겠느냐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뭐 ‘진보’란 말이 워낙 하한가를 쳐서 이젠 저런 말을 쓰면 ‘4부리그 주장’ 티내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라… 좀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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