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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만 있고 이성계가 없는데...지속 가능할까요?[6.4 지방선거] '출마 된'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진보정치를 말하다 (상)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6.02 17:18

편집자주=통합진보당은 2011년 당시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진보신당에서 빠져 나온 노회찬·심상정·조승수 등이 있었던 통합연대의 참여로 만들어졌다. 유시민 등의 국민참여당을 끌어들여 벌인 '실험'이었다. 진보정당의 이념적 외연은 더 넓어졌으나, 지지는 많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진보신당은 ‘스타 정치인’들이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도 통합을 거부했다. 2012년, 통진당은 파행 끝에 통진당과 정의당으로 다시 분화되었다. 진보신당은 2012년 총선 과정에서 등록 취소당한 후 2013년 7월 재창당 과정에서 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10년 전 그 민주노동당에서 생각 혹은 전략의 차이로 분화된 ‘계승자’가 무려 셋인 셈이다. 원내정당이 둘, 그리고 원외정당이 하나이다. 원외엔 녹색당도 있으니 진보정당으로 분류될 수 있는 정당은 넷이다. 이러한 시대에 진보정당 운동은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전혀 정치인 같지 않은 모습으로 종로구에서 노동당 서울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를 만나 물어보았다. 

 
원외정당의 지방선거 대응, 득표전략과 당선전략
 
미디어스(이하 ‘미’): 노동당 부대표이신데 출마하셨다. 먼저 이번 지방선거 노동당의 목표와 전략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장석준 부대표(이하 ‘장’): 전국위원회에서 결정한 득표전략과 당선전략이 있다. 당선전략은 실제 지역의 거점에서 지역운동 토대를 구축하려는 목적이다. 영남지역에는 지역의원도 일부 있다. 정제된 후보를 내보내 당선을 목표로 한다, 이게 당선 전략이다.
 
: 당선 가능한 의원을 몇 명 정도로 예상하시나. 
 
: 경남 같은 경우는 상당수 된다. 특히 창원이나 거제와 같은 곳에서, 후보단일화가 되어서 새누리당 후보와 1대1로 붙는 곳이 10여 군데 되기 때문에 상당수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들도 몇 있다. 가령 창원에서 경남도의원 후보로 나온 여영국 후보의 경우 오랫동안 창원에서 노동운동을 하셨고, 현직 도의원이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진주의료원 문제 등으로 각을 세운바 있다. 또 거제에서 나온 백순환 위원장은 금속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경남에선 현직 의원으로 재선을 노리는 이들이 몇 명 있다. 그 외 다른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사람으로는 화덕헌 부산 해운대구의원, 나경채 서울 관악구의원, 최김재연 경기도의원 등이 있다. 
 
   
▲ 부산 시의원에 출마한 노동당 허영관(오른쪽), 해운대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화덕헌(가운데), 노태민 후보가 지난 5월 25일 핵폐기물 모양 드럼통을 실거나 꽃장식을 한 이색 자전거를 타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득표전략은 어떠한가. 아무래도 2%를 넘어서 국고보조금을 받는 것이 목표일 것 같은데. 지방선거가 복잡하다 보니 어떻게 산정되는 것인지도 헷갈린다.  
 
: 지방선거는 레이스가 많다. 이 레이스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전국 득표율이 2%를 넘으면 국고보조금 지급대상 정당이 된다. 가령 광역시도 정당명부 비례투표에서, 설령 각각의 광역시도에서 일정한 득표를 못해서 비례 당선자를 어느 시도에서도 못 냈다고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그걸 다 합산했을 때 전국적으로 2%가 되면 국고보조금 지급대상 정당이 된다. 또 지역구 득표 합산 총합에서 2%가 넘어도 국고보조금 지급대상 정당이 된다. 
 
: 그러면 지방선거 투표율을 고려하건데 40만표에서 50만표 정도가 필요한 걸까. 
 
: 지난 지방선거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해봤을 때는 45만표 정도였다. 그런데 이건 절대적으로 투표율이 좌우하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 심판 여론이 많이 작용해서 투표율이 지난번과 비슷한 수준이 되거나, 아니면 투표율이 더 높아지거나, 혹은 기권층이 더 많아져서 투표율이 낮아지거나, 등등 각각의 상황에 따라 절대치가 바뀐다.
 
: 지난번 지방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내려갈 거란 예상이 더 많은 것 같은데.
 
: 그렇게 되면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절대치는 내려가게 된다. 40만표, 혹은 30만표대 후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2%를 노리는 것은, 물론 국고보조금 지급을 노린다는 실리적인 목표도 있지만, 당명이 바뀐 지 일 년도 안 되는 상황에서 당의 인지도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지점도 있다.
 
: 그런 상황에서 노동당으로서는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당 이름을 노동당으로 하니 여전히 시민들은 ‘조선 노동당’을 먼저 떠올리고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실제로 활동을 해보면 이런 부분들을 느끼나. 
 
이름 바꾼 노동당, 인지도 낮고 ‘갑툭튀’ 정당인 줄 알아
 
: ‘노동당’이 돼서 힘든 것은 오히려 인지도가 절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거다. 바뀐 지 얼마 안 됐고, 전국 단위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른다. 노동당이라는 정당이 있는지, 계보는 어떻게 되는지,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를 잘 모르는 것이다. 사실 ‘노동당’이란 말을 듣고 ‘조선 노동당’이 아니냐고 반응하시는 분들은 민주노동당 시절이나 통합진보당 때부터 그리 반응했던 분들이다. 물론 우리가 그분들을 버리고 간다는 건 아니지만 일차적으로 지지를 호소해야 할 층은 아닌 상황이다. 일차적으로 지지를 호소해야 할 층에선 당명의 거리감보다는 인지도가 문제가 된다.
 
: 말하자면 갑자기 툭 튀어나온(갑툭튀) 정당처럼 보인다는 걸까.
 
: 양극단적인 반응 두 가지가 있다. 계보를 모르고 갑자기 튀어나온 정당처럼 보시기도 하고, 통진당이 예전에 민주노동당이었으니까 통진당과 같은 세력으로 보기도 한다. 
 
: 득표 전략에 따르면 현재 당 역량과 무관하게 되도록 많은 사람이 출마해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밖에서 보기에는 정치인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출마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본인도 그간 정치인과는 거리가 먼, 진보정당 내에서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이론가라든가 지식인으로 활동하지 않았나. 이런 괴리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을까. 
 
: 사실은... 힘들다. 정의당 경우 비례공보물 보시면 알겠지만 유시민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이 알만한 정치인들을 다 깔았다. 노동당 같은 경우는 지금 그런 자원이 없다. 그 부분에 있어선 절대적인 열세다. 그런데 이건 동전의 양면인 측면이 있다. 정의당 역시 그분들 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이 2004년에 배출한 (유시민은 아니지만) 그분들 이외에 그 뒷 세대가 등장하지 못했다. 1.5세대 정도가 2008년 총선에서 의원이 되어 활동한 이정희 의원 정도겠는데 최근 이미지를 완전히 버렸고, 그러고 나서는 정체상태다. 
 
단순히 현상적으로 본다면 진보정당이 여러 개로 나뉜 것도 문제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본다면, 마치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이 혁신이 안 되거나, 혹은 386세대 이후 진보적인 세대의 동력이 약해지는 것에 대한 정확한 반영으로서, 진보정당 운동도 계속해서 후속세대의 활력이 올라와야 하는데 그 점에서 정체된 측면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당장은 힘들고,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지금부터 다음 세대들을 계속해서 정치적인 장에 끌어 올리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방선거야말로 전까지는 정치의 중심이 아니었던 후속세대가 정치에 진출하여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적합한 장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노동당 입장에서는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서 이러한 정치적인 선택을 하긴 했지만, 이러한 전략은 또 다른 측면에서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 재생산을 위해 필요했다는 걸까.
 
: 그렇다. 만약에 노심조(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중심의 당에서였다면 지금 출마한 이들 중 상당수는 급여받는 상근자로, 그러니까 당료로 살다가 말았을 거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대중의 대안으로서 생명력을 가질 수가 없다. 30대, 더 낮추면 20대 후반까지, 이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정치현장으로 올라오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치조직의 역할이고, 그런 점에선 여전히 힘에 부치긴 하지만 자기가 해야 될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왼쪽 두번째), 노회찬 선대위원장(맨 오른쪽), 정호진 서울시당위원장 등 정의당 관계자들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의당의 경우 그래도 노동당에 비해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들을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재 민주노동당에서 갈라져 나온 정당이 세 개고, 녹색당까지 합치면 진보정당이 네 개라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다. 
 
: 물론 힘들다. 한국 정치의 상황이나 이제까지의 정당 구조로 봤을 때, 지속가능한 구조라고 볼 수가 없다. 유럽 같은 경우는 정당 명부 비례대표라든지, 그들의 정당문화라든지, 그런 것이 받쳐주기 때문에 우파든 좌파든 다당제가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익숙하지 못할뿐더러, 그나마 과거 이명박 정부 때는 우파도 다당제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정리가 되어 새누리당으로 단일화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 새정치민주연합 왼쪽만 다당구조가 된 상황을 오래 지속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상태가 과도기인 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도기를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생각들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과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얼마나 발전적으로 재편되어 다른 방향으로 갈지 이런 부분들은 저 자신도 실천을 해가면서 가늠을 해야지 지금으로선 당장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노동당은 통진당, 혹은 NL을 어떻게 보는가
 
: 그렇다면 노동당 쪽에서 생각하는 재편의 올바른 방향은 뭘까. 이를테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경남 지역에서 통진당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하니 말아야 하니 논란이 일었다. 노동당은 통진당과 정의당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재편을 시도할 경우 어느 영역에서 어느 수준으로 재편을 해야 할까. 
 
: 이 부분은 사실 노동당에서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 특정 정당을 집어서 어떻게 평가해야 한다고 합의를 본 적은 없다. 그리고 정리하기도 사실 힘들다. 현실에 존재하는 정치세력을 놓고, 통진당은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배제한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당론이라고까지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저의 개인적인 시각을 더해서 말씀을 드릴 수는 있겠다. 
 
우리 당의 통진당에 대한 대략적인 생각은 연대의 대상으로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조직을 함께 할 정도의 질서재편의 적극적인 대상으로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에 통진당을 만들 때 합류하지 않은 분들이 지금의 노동당의 주축이다. 
 
: 선거연대는 가능하지만 당조직을 함께 하기는 어려운 정당...
 
: 그렇다. 이 부분은 회의에서 굳이 정하지 않더라도, 우리 당 당원들 대부분이 동의할 내용일 것이다. 게다가 ‘통합진보당 사태’는 우리는 직접 겪지 않고 외부에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결국에는 ‘제2의 민주노동당 사태’가 날 거란 것을 염두에 두고 통합에 반대한 우리의 입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 입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죽 유지될 거라고 본다.
 
: 하지만 통진당 세력, 특히 범 NL 운동권의 경우 지역사회에서는 진보적 이슈의 사회운동에 대해 폭넓게 결합을 한다. 대북문제에 대한 견해에서 분명하게 차이를 두고 비판을 하더라도, 이들과의 관계설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당장 경남에서의 일도 그 지역에선 노동조합이나 농민단체를 그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생겨난 일 아니겠는가. 
 
: 물론 통진당 세력과 협력할 것인가의 여부는 단순하게 산수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상황이 있고 지역의 특성이 있다. 그러나 그들과의 협력에서 진보정당 운동이 두 번이나 파탄을 냈던 경험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저는 정당의 핵심은 ‘집권 팀’이라고 본다. 지금 당장은 1%의 지지율을 얻더라도, 존립의의 자체는 ‘집권 팀’으로서 대중의 인정을 받겠다고 욕망해야 한다. 그런데 통진당을 구성하는 분들과 우리는 그 ‘집권팀’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경우 그 문제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혹은 활동 중간에는 우리 스스로를 속여가면서 계속 같이 해왔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을 거치면서 그들과는 ‘집권 팀’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분명하게 확인했다. 그걸 경험한 이후에도, 물론 민주주의의 문제의 차원에서 통진당에 대한 탄압을 막자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함께 할 수 있는 진보적 의제에 대한 사안적 연대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설령 연대를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연대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까 선거 연대를 하더라도 향후 정당의 합당을 예비하는 수준의 수위 높은 선거연합은 어렵지 않겠느냐... 
 
: 선거에서도 서로가 후보를 치워주는 정도만 가능하다는 얘기인 것 같다.
 
   
▲ 강병기 통합진보당 경남지사 후보가 1일 경남 양산 남부시장 앞에서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연합뉴스)
 
: 후보를 조정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의 소선거구제 체제에서 군소정당 후보끼리 후보를 조정하는 정도는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각종 이슈에 대한 견해나, 정치적 상황을 볼 때 새정련보다는 통진당이 그런 문제에 있어 얘기를 더 할 수 있겠다는 정도의 생각은 있다. 그 정도이지 미래의 ‘집권팀’으로서, 같이 정당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선 바라보고 있지 않고 아마도 향후로도 한참 동안 그럴 듯 싶다. 제가 추론하기로는 우리 당 구성원 대부분이 이에 동의할 것 같다. 
 
: 그렇다면 정의당은 어떻습니까.
 
정의당, 아직도 무슨 정당인지 잘 모르겠다
 
: 문제는 정의당인데, (웃음) 정의당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떤 정당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저 당이 어떤 정당인지 확실히 알면, 그래서 지금의 노동당 내의 어떤 이념적인 평균보다 오른쪽에 있다, 하지만 어쨌든 민주당 내지는 안철수 세력이랑 뚜렷히 구별되면서 제3정치세력을 추진한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연대·교류를 하고, 장기적으로는 질서재편을 통해 같이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 이를테면 최근의 새정치민주연합을 탄생시킨 김한길·안철수 통합 발표 때, 이 사건이 노동당에겐 ‘강 건너 불구경’이나 정의당에겐 쇼크를 주는 사건이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말하는 것인가. 정의당은 일각에선 안철수와 함께라도 제3정치세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노동당은 그런 생각은 곤란하다는 입장일 것 같다. 
 
: 그렇다. 우리는 민주당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대당하는 흐름으로 제3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민주노동당 프로젝트’도 그런 것이었다. 이념정책적인 내용이나 세대적인 주축이 바뀔 수는 있어도 그런 기본적인 도전의 포즈랄까, 그런 부분은 유지되어야 진보정당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정의당은 그런 입장인 것인지 아닌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 정의당에겐 ‘제3정치세력’이란 위치가 중요했다면 노동당은 노동중심성이랄까 이런 가치들이 중요하다는 것일까.
 
: 글쎄 그 부분은... 정의당은 거기서도 좀 더 나아갔던 것 같다. 가령 2012년 대선 국면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시의 민주당과 공동정부 구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데, 노동당에 있는 이들은 공동정부는 지금의 정치제도나 정치세력 간의 힘의 관계 등을 두고 봤을 때 하나의 전술이 아니라 결국엔 진보정치세력의 정체성을 헌납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 우려했기에 선을 긋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의당은 단순히 제3정치세력화라기 보다 민주당의 하위파트너로서, 자유주의 세력의 하위파트너로서 기능하려고도 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직 명확하지가 않다. 
 
: 말하자면 공동정부 구성이 소수파 정당의 유력 인사 몇을 국무총리나 장관으로 만들어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보정당의 성장을 만들어내지는 못 할 거라고 본다는 것인가.
 
: 그렇다. 내각책임제라면 문제가 달라지는데, 이미 김종필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의 정치제도와 현실에서 공동정부라는 게 소수세력에게 이로운 정치게임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냐, 이 문제에선 ‘거의 100% 아닐 것이다’라고 본다는 것이다. 
 
   
▲ 이용길 노동당 대표(왼쪽)와 이갑용 울산시장 후보는 29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과 단일화한 정의당 조승수 후보는 진보정치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 이제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여쭤 본다면, 이는 노동당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진보정당 운동의 난국이 있다. 노동계와의 연계도 사실상 끊어진 상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에 빗대어 말한다면, 진보정당 운동은 사람들이 보기에 ‘정도전은 바글바글한데 이성계는 찾아 볼 수 없는’ 상태, 대안으로 삼기에 어려운 상태가 아닐까 한다. 물론 노동운동 자체의 고립 문제도 있겠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조직노동의 딜레마, 민주노총이 ‘구명정’이나, ‘바깥’으로 가야 하는... 
 
: 한국 사회가 지금 워낙에 지난 십 수년간의 문제가 착종된 상태에 처해 있다. 그리고 이 착종된 상태의 한가운데에 진보정당이 얽혀 있었다. 그런 딜레마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방금도 말씀하셨지만, 어느 나라나 진보정치가 대중으로부터 힘을 얻는데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조직노동이다. 조직노동의 힘에 업어 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직노동이 전체 진보적인 대중을 대변하는 중핵으로 인정을 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에서 기득권 반동 세력으로 낙인찍혔고, 실제로 그런 측면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당시엔 민주노총과의 일방적인 관계 속에 있는 진보정당은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 이런 얘기가 분출했었다. 그런데 또 막상 바깥에 나와 보니까, 민주노총이 그나마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마지막 구명정이었던 상황이었다. 나와서 보니까 너무 힘든... 그래서 다시 (통합진보당으로) 들어가시고, 또 싸우고 갈라서게 되고...
 
그래서 지금은 어느 쪽도 해답이 아닌, 민주노총으로 도로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바깥’이라고 말한다면 그게 무엇인지가 상당히 모호하고, 그 어정쩡한 상황 속에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기원한 세 개 정당이 다 같이 얽혀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은 어떤 특정한 책사 같은 사람들이 기발한 방책을 낼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딜레마에 다들 엮여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면서 시간을 들여서 길을 찾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방향이 뭘지 에 대해 여전히 저도 감은 안 온다.  
 
: 그래서 지금 보자면 조직노동이, 물론 진보정당이 조직노동만을 대변한 건 아니지만, 뭐랄까 비행기가 이룩하는 순간까지는 버텨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민주당에서 을지로위원회를 띄울 때 보니 편의점 가맹점주 문제같은 것은 노동자 문제가 아니다 보니 진보정당에서 잘 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 그런 부분들은 분석적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각각의 문제들의 특성이 있다. 특히 갑을관계에서의 문제는 소규모 업주, 영세상인들이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얽혀 있는데, 그분들은 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노동자들보다도 더 법률적인 해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노동조합은 임단협이란 장치가 있기 때문에 당장 비정규직 법안이 바뀌지 않더라도 집단행동을 통해 문제를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영세사업자, 중소기업들은 그보다는 법률의 일부 개정을 통해서 상황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경우 실제적으로 입법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치조직에 기댈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십 몇 석 규모의 진보정당이 아니라 제1야당에 기댈 수밖에 없다. 
 
   
▲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비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조직노동은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시민들로부터 진보적 대중을 대표한다는 승인은 받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제의 특성상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정당보다 잘 처리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절대적인 한계 때문에 진보정당이 그들과 관계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다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의 모습 ⓒ미디어스
 
: 근데 그런 분들이 대기업에게 당하는 부분을 알바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 하겠다, 이건 지킬 수 없는 법이다, 라고 말하게 된다.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좌파들과 각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 당장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볼 때는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게 장기지속할 수 없는 방안이란 건 우리가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계속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고, 이 구조란 게 대단히 근본적인 차원에서 자본주의적인 구조의 문제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1997년 IMF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 대기업으로부터 낙수효과가 아니라 비용전가가 일어나고 있는 그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 구조를 고치는 사회적인 합의로 나아가기 보다 그런 상상력이 배제된 상황에서 그 안에서 당장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나아가다 보니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계속)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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