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호주 상원의원이 이종섭 주호주대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국제 문제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호주 시민단체 ‘호주 촛불행동’은 23일(현지시각) 수도 캔버라 연방의회 앞 광장에서 이종섭 대사 임명 철회 촉구 <전국 총집합 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호주 전역의 교민이 참여했으며 특히 호주 여당 노동당 소속의 캐머런 머피 뉴사우스웨일주 상원의원이 연대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 채널 'JNC TV'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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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 의원은 “한국이 이종섭 대사를 이곳 대사로 임명한 결정은 호주뿐만 아니라 호주 한인들에게도 무례한 것”이라며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호주에 누구를 파견할지는 한국의 선택이지만 그가 대사로 임명됨으로 인해 중요한 수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명에 대한 결정을 심사숙고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머피 의원은 “호주는 더 나은 대사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며 “이종섭 대사는 한국에서 조사를 받고 (한국정부는)한호 관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 교민 박은덕 씨는 “호주 정부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에게 아그레망을 내줄 때 그가 범죄 피의자이자 수사대상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며 “만약 알면서도 아그레망을 내줬다면 이것은 옳은 결정인가. 만일 모르는 채로 내줬고 이제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씨는 한국 정부를 향해 “12일 만에 이 대사를 다시 귀국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총선만 넘기면 된다는 것인가”라며 “이종섭 대사를 즉각 해임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받게 하라. 호주 동포들을 더 이상 창피하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박 씨는 “(이종섭 대사는) 호주로 돌아오지 말라.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호주 교민들은 멜버른, 시드니, 웨스트라이트 등에서 ‘이종섭 대사 임명 철회’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호주대사가 지난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차에 오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호주대사가 지난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차에 오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대통령실이 ‘채 상병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표현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MBC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8일 ‘대통령실이 이 대사 출국금지 사실을 대사 지명 이후에 알았다는 게 사실인지’ 등을 묻는 MBC 질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조그마한 사고가 있는데 그것이 불행하긴 하지만 지금 전 해병대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아야 된다는 거에 대해서는 국방장관이 의견을 가질 수는 있다. 정부는 그거를 사법적인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수사 외압에 이어 이제는 수사 축소를 하려고 하나"라며 “혹여나 대통령으로 향하는 윗선의 수사개입 의혹을 축소하기 위해 '조그마한 사고'를 과장하고 있다고 우기는 것인가. 경악과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 이종섭 대사는 지난 21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했다. 해당 회의는 그간 화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져 ‘급조된 일정’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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