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 이종호) 차관 3명을 일괄 교체했다.

과학기술계 R&D(연구·개발)예산 삭감 사태 책임자인 이종호 장관은 유임됐다. 법인카드 유용 등의 의혹이 불거진 조성경 전 차관은 "미션 클리어"라는 말을 남기고 교수직에 복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5일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 대회 개회식에서 격려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5일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 대회 개회식에서 격려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6일자로 과기정통부 1차관에 이창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지원단장을, 2차관 강도현 정보통신정책실장을 임명했다. 차관급인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는 류광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이 임명됐다. 

과기정통부 차관 3명이 동시에 교체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R&D 예산 삭감 논란으로 인해 누적된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의식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R&D 예산은 지난해보다 4조 6천억 원 삭감된 26조 5천억 원이다. 지난 16일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R&D 예산 복원"을 외친 졸업생은 입이 틀어막혀 끌려나갔다.

이창윤 1차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지난해 정부는 추격형에서 선도형 R&D로 전환하기 위해 예산의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연구 현장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면서 어려움을 진단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광준 본부장은 "선도형 R&D 체계로 탈바꿈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장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과학기술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 조승래 의원은 "보여주기식 인사"라며 윤 대통령 사과와 이 장관 교체를 촉구했다. 

조 의원은 26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반도체 가정교사'로 알려진 이 장관의 행보는 현 정권 국무위원의 생존법칙 그 자체"라며 "취임 이후 정권의 과학 홀대를 수수방관했고, 불법·졸속·밀실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도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유임됐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벌써 22개월째다. 부처 위상과 정책 성과는 역대급으로 추락하고 있는데 수장은 최장수 장관 반열에 오른 것"이라며 "현장이 쑥대밭이 되고 정책이 산으로 가도, 찍소리 않고 용산 비위만 맞추는 무사안일이야말로 이 정권 인사들의 생존법칙인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차관 인사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조 의원은 "과학기술계의 공적이었던 조성경 차관은 법인카드 유용과 논문표절 의혹까지 불거졌지만 무엇 하나 책임지지 않고 떠났다"며 "과학기술 예산의 전문성과 독립성 제고를 위해 부활시킨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재정 관료 손아귀에 들어갔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역대급 예산 삭감에 홍역을 앓는 연구 현장에 또 어떤 칼바람이 몰아칠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오른쪽은 조성경 1차관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오른쪽은 조성경 1차관 (사진=연합뉴스)

류광준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의 '재무통' 관료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정통 관료가 임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교수나 정부출연연구기관 출신이 본부장을 맡아왔다. 

조성경 전 1차관에 대해 업무추진비 거짓 신고 의혹,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사교육 주식 급처분 의혹, 가족 간 초고가 전세계약 논란 등이 제기된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조 전 차관은 26일 1차관실 직원들과 비공개로 이임식을 갖고 '복귀를 신고하며'라는 글을 통해 심정을 밝혔다. 

조 전 차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차관은 "주어진 역할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미션을 완료했느냐’에 달려 있다”며 “선한 영향력은 가산점이다. 작년 여름 제게 주어진 미션은 R&D시스템 혁신의 시동과 우주항공청법의 제정, 일하는 분위기의 조성이었다"고 했다. 조 전 차관은 "미션 클리어! 이제 공직자 조성경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교수 조성경으로 복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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