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대해 법정제재를 예고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국회의원 정수 감축‘ 공약에 대해 ”의원직 다 사퇴하면 된다“고 논평한 것을 심의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선방심의위는 지난번 회의에서는 진 교수가 타 출연자의 편향성 발언에 균형을 맞췄다며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대해 경징계를 결정했다. 세번의 관계자 징계를 받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최고수위인 ’과징금‘ 징계가 추가될 게 확실해 보인다. 

지난달 1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1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화면 갈무리

선방심의위는 1일 회의를 열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1월 16일 방송분)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진 교수는 한 위원장의 ’국회의원 정수 감축‘ 공약에 대해 “(국회가)기능을 안 하고 신분만 누려 왔다는 게 문제”라며 “국회의원 밉잖나, 그럼 간단하다. 국민의힘 해산을 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국민의힘 의원은)의원직 다 사퇴하라. 그게 한국 사회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을 두고 “윤석열 정권이 북한에 명분을 다 준 것”이라며 “자기들이 주적이라고 먼저 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방심의위 심의에서 진 교수가 시사 프로그램에서 해서는 안 될 수위의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다수였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진 교수는 여·야를 넘나들며 쓴소리를 제대로 하는 분”이라면서 “그러나 국민 1000명 중 64%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설문조사가 있고, 9.19 군사합의 파기도 김정은 정권이 3600회 정도 먼저 위반했다. 말이 안 되는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손 위원은 “어떻게 진 교수 같은 분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냐”면서 “박재홍이라는 진행자도 여기에 대해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박재홍의 한판승부> 패널들이 모두 야당 출신"이라며 “반대 측 얘기를 해줄 수 있는 균형감을 가진 출연자가 없다. CBS는 출연자 선정 불균형, 패널의 자의적 해석 등 계속 이런 구성을 한다”고 말했다.

백선기 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은 “패널 선정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많지만, 그 패널들이 쓰는 어휘가 엄청나게 과격적”이라며 “라디오는 핫미디어로 청취를 통해 흥분될 요인이 많다. 이런 패널들은 흥분될 요소를 많이 자극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 패널들은 자신의 주장을 할 때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며 “특히 우리나라 패널들은 영향력이 큰데 선방심의위는 패널들이 차분한 어휘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디렉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행정지도 의견을 낸 이미나 위원(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은 “자유롭고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 교수의 발언이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언 자체에 문제는 없다. 다반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선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대해 위원 9인 중 6인이 법정제재 의견을 밝혀 제작진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지난달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방송화면 갈무리

선방심의위는 진 교수가 다른 출연자의 편향적 발언에 균형을 맞췄다며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대해 행정지도를 의결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선방심의위에 <박재홍의 한판승부>(1월 3일 방송분)가 상정됐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은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에 대해 “섭정” “(이철규 의원이)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것 자체가 지금까지 김기현 대표가 운영했던 당의 모습과 달라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손형기 위원은 “김성회 씨라는 분이 도를 넘은 표현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다음에 바로 진중권 교수 같은 분이 ’그렇게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MC가 개입을 안 한 것은 문제로 보이지만 진중권 교수가 희석시키고 있다”면서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밝혔다. 

임정열 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은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비방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다수의 위원이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밝히면서 권고가 의결됐다.

선방심의위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1월 9일 방송분)에 대해서도 법정제재를 예고했다. 선방심의위의 법정제재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이어 CBS를 향하는 모양새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상민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정치 평론에 우울증 걸리겠다” “철새가 호랑이를 못 잡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보수 패널을 출연시켰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화면 갈무리

다수 위원들은 장 소장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철호 위원은 “법정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문제적 발언 외에도 편향적인 발언이 있다. 이게 논평인지 민주당을 대변하는 것인지 적절치 않다. 중립성을 벗어난 행태를 반복하는 출연자를 계속 방치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형기 위원도 “장 소장이 이 프로그램 외에도 결코 국민의힘이나 정부·여당에 호의적인 멘트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민주당 또는 야권을 대변하는 평론을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위원이 법정제재 의견을 밝혀 제작진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한편 진행자가 하차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선방심의위 사상 전례가 없는 최고 징계인 ’과징금‘이 거론됐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1월 11일 방송분에 대해 진행자와 출연자가 정부·여당을 악의적으로 비판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최철호 위원은 “징계해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방통심의위 제도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해 최고수위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열 위원은 ”많은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 점잖게 하는 곳이 많은데, 꼭 좋은 말도 이렇게 싸가지 없게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백선기 위원장도 “아무리 지적해도 개선된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지적해서 이 프로그램이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 9인 중 8인이 법정제재 의견을 내면서 제작진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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