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2에 참가했던 일본 댄스크루 츠바킬이 메가크루 퍼포먼스 비디오를 공개했다. 츠바킬은 멤버 개개인의 뛰어난 댄스 실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난 9월 방송 4회 차에서 처음으로 탈락하는 팀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아쉬워했고, 츠바킬 역시 각자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미진한 기분을 피력했었다. 메가크루 퍼포먼스는 츠바킬이 데스매치 미션에서 생존했다면 다음 미션으로 수행했을 과제다. 해당 비디오는 츠바킬 멤버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팬들의 애정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한 결실인 것 같다.

지난 11월 13일 공개된 비디오는 공개 3일이 지난 현재 조회수 30만을 돌파했다. 다음 주 방영을 앞두고 엠넷 더춤 채널에서 공개된 <스트릿 걸스 파이터> 시즌2 미션 영상들 이상의 조회수다. 좋아요 숫자는 4만에 육박하고 2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통상적으로 조회수 100만가량 영상에서 기록되는 수치다. 츠바킬의 메가크루는 그들의 하차 이후 공공연히 달궈진 키워드였다. “츠바킬이 남았다면 메가크루는 어땠을까” 같은 아쉬움 섞인 추측이 토로 됐었다. 9월 말엔 츠바킬이 메가크루 비디오를 촬영한 정황이 발견돼 팬들의 궁금증을 샀다. 현재 모아진 반응은 경연에서 더 오래 보고 싶었지만 충족되지 못한 바람이 반가움과 기대감으로 나타난 것 같다.

TSUBAKILL MEGA CREW in SHIBUYA
TSUBAKILL MEGA CREW in SHIBUYA

츠바킬의 메가크루 비디오는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하나는 실내에서 촬영한 퍼포먼스 버전이고 하나는 야외에서 촬영한 시부야 버전이다. 전자는 더춤 채널에서 공개됐고 츠바킬 유튜브 채널(TSUBAKILL)에서 공개된 건 후자다. 대형을 조감하며 댄스 퍼포먼스를 즐기기에는 전자가 알맞지만 영상의 미감과 보는 재미는 후자가 좋다. 멤버 모모는 <스우파>2 인터뷰에서 방송 미션을 통해 일본의 문화를 표현하고 싶다는 의욕을 피력한 적 있다. 시부야 버전에는 그런 의도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각 나라 대도시의 일상적 공간 중 하나인 지하철 내부와 역을 따라 내러티브가 전개되고, 시가지의 교차로와 큰 도로를 지나 좁은 골목길과 육교 등 시부야 곳곳에서 펼쳐진 댄스가 이어진다. 다양한 장소를 연결하는 빠른 템포의 편집은 스타일리시한 영상 효과를 통해 이어지는데, 역시 빠른 속도의 음악에 역동적으로 연행된 댄스 퍼포먼스의 강렬함을 배가해 준다.

이 비디오는 100퍼센트 츠바킬 자체 제작으로 보인다. te2ta라고 하는 일본의 영상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고, 츠바킬 멤버들과 친분이 있는 현지 댄서들이 헬퍼를 맡은 것 같다. 크레디트를 살펴봐도 엠넷의 이름은 없다. 모모와 레나는 국내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을 때 메가크루를 제작한 동기를 설명했었다. 탈락 이후 이전 시즌 첫 탈락 팀들의 행보를 찾아봤고, <스맨파>의 프라임 킹즈가 메가크루를 제작한 것을 알게 된 후, 이것이야말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촬영, 의상, 헬퍼 섭외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했고 사흘 밤낮 동안 영상을 촬영했다. 츠바킬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의욕과 팬들과의 연결점을 이어 가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끈끈했는지 알 수 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스우파> 시리즈에서 첫 탈락 팀은 우승팀만큼이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시즌1의 웨이비는 해당 시즌 최고의 스타 노제가 있던 팀이고, <스맨파>의 프라임 킹즈는 인기 팀 중 하나로서 탈락 배틀 판정이 큰 논란을 낳았다. 인기 있는 팀이 가장 먼저 탈락하는 일이 시즌마다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작진은 다른 어떤 서바이벌 방송에서도 볼 수 없는 사전 탈락제라는 이상한 제도를 고집하면서 유망한 팀을 알아볼 안목이 없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어긋남이 시청자와 출연자들 모두의 진한 아쉬움을 낳았고, 자체적으로 메가크루 비디오를 제작하는 일이 관례처럼 자리잡게 됐다.

이 상황을 둔 엠넷의 태도는 한층 기만적이다. <스맨파> 방영 중에 공개된 프라임 킹즈의 메가크루와 달리 츠바킬은 9월 말에 촬영을 마쳤음에도 한 달 넘게 공개를 하지 못했다. 티빙 독점으로 제작한 <스우파>2 월드와이드로그의 공개와 연계돼 이달 13일에 공개됐다. 그 과정에서 엠넷이 메가크루 비디오 실내 버전을 며칠 먼저 공개해 버려서 카운트다운을 하며 홍보하고 있던 츠바킬의 상황이 난처해지고 김이 빠져 버렸다. 앞서 확인한 바와 같이 엠넷이 비디오 제작을 지원하지도 않았다면, 출연자들이 만든 과실을 중간에 거두어서 함부로 다루었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만약 츠바킬 메가크루가 제작 후 곧장 공개됐다면 지금보다 많은 조회수와 화제성을 얻었을 것이다.

티빙 오리지널 〈스우파2 : 월드와이드로그〉
티빙 오리지널 〈스우파2 : 월드와이드로그〉

츠바킬의 메가크루는 독특한 좌표에서 태어난 산물이다. 전통적으로 한일양국의 문화교류는 내수 시장이 큰 일본에 한국 가수들이 진출하는 양상이었다. 츠바킬은 그와 정반대 방향으로 한국에 도착한 댄스 팀이다. 일본 현지에서 일본 댄서들이 제작한 퍼포먼스가 한국 팬들과 그 밖의 글로벌 팬들을 위해 발송되었다. 최근 한국 국내에선 외국인 방송인이 과거에 비해 현격히 늘어났다. 유튜브 뮤직을 중심으로 제이팝이 인기를 끌며 일본 가수 요아소비가 내한해 음악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는 케이팝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를 발탁하던 과도기를 거쳐 국내 문화시장이 본격적으로 세계화되는 또 다른 챕터로 진입했다는 정황 증거일 수 있다. <스우파>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잼 리퍼블릭과 츠바킬 역시 이런 흐름의 지류일 것이다.

국내 댄스 신도 충분히 알지 못하던 시청자들이 일본 댄서들을 알게 됐다. 그들이 동료들과 제작한 영상을 통해 일본 댄스 신의 역량은 물론 일본이란 나라의 일상적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에 관해 더 많은 앎과 이해를 갖추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츠바킬의 메가크루 비디오는 면면히 뛰고 있는 문화의 심박을 피부로 느끼듯이 체감케 해 준 소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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