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원래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가 잘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글로벌 평가 무대가 방송 시작 두 달 전에 공개되었지만 반응은 크지 않았다. 맨땅에서 시작했던 시즌1의 글로벌 평가가 공개되었을 때와 비교해도 열기와 관심은 현저히 낮아 보였다.

시즌1의 기록적 흥행은 후속작 <스트릿 걸스 파이터>와 <스트릿 맨 파이터>를 거치며 사람들 머릿속에서 퇴색된 듯했고, 이 시리즈물 말고도 사람들이 보고 즐길 거리는 많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을 본 후에도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댄서들은 지난 시즌 출연자들에 비해 캐릭터가 약해 보였고, 시즌1을 학습한 듯한 험담과 신경전은 수위만 높을 뿐 작위적 피로감을 주었다. 립제이와 로잘린, 허니제이와 리헤이의 관계를 흉내 낸 듯한 몇몇 댄서들의 갈등과 사연 역시 방송 서사를 만들기 위한 스턴트 액션처럼 보였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하지만 2회까지 시청률을 봤을 때 내 생각은 틀렸던 것 같다. <스우파> 시즌2 시청률(닐슨 코리아 집계)은 1화 1.5%였고 2회엔 2.2%로 올랐다. 동 회차 대비 <스트릿 맨 파이터>는 물론 <스우파> 시즌1보다 높다. 유튜브에서도 몇몇 영상이 높은 재생 수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시즌1에 비해 체감되는 화제성이 높은 것 같진 않지만, 방송을 찾아보는 시청자 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스우파> 시리즈는 전편과 속편 모두 화제성과 시청률이 아쉬웠던 <스맨파>보다 성공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스우파>와 <스맨파>는 같은 방송의 남녀 버전이지만, 사실상 다른 방송이라고 봐야 한다. 이 시리즈가 첫 시즌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각인한 정체성은 걸 크러시와 여성 댄서들의 영웅담이다. 댄스 신은 힙합과 트로트처럼 장르에 대한 고정적 소비자층이 유의미한 크기로 존재하는 시장도 아니고, 남자 댄서들은 남자 아이돌에 비해 이성 팬덤의 몰입감을 끌어낼 매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팬덤 시장을 움직이는 여성 시청자들이 남자 댄서가 아닌 여자 댄서들에게 빠져든 상황이 일반적인 성별 시즌제 오디션 방송과 달리 <스우파>를 이 시리즈물의 본체로 만든 것이다.

<스우파> 시즌 1의 흥행 원인은 다른 방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방영 당시 케이팝 시장은 팬데믹을 맞아 활동이 둔화된 상태였고, 여자 아이돌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공백기였다. 아이돌 시장의 공백을 타고 시즌1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었고, 잠재적인 걸그룹 팬덤들이 댄서들의 팬덤으로 잠정 전업한 것이다. 제작진은 아이돌이 포함된 팀 원트를 참가시키며 케이팝 팬덤의 주의를 끌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었다. 반대로, 지금은 신인 여자 아이돌이 대거 등장한 상태고 여자 아이돌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 돼 있다. 시즌 2는 시청자들이 방송 포맷에 면역이 생겼다는 사실 외에도, 시청자 파이를 형성하는 맥락에서 불리함을 떠안은 셈이다. 시즌 1에 비해 화제성이 약하게 느껴지는 배경 중 하나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이런 열세를 만회하고 변화를 주기 위해 투입된 카드가 바로 글로벌 댄스 팀 참전이다. 이번 시즌이 가장 크게 구분되는 특징은 국내 댄서들로만 치러진 이전 시즌들과 달리 해외 댄스 팀 두 팀이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서구 댄서들로 결성된 잼 리퍼블릭과 일본 댄스 팀 츠바킬이다. 이들은 여러모로 시즌 1의 원트와 유사한 임무를 맡고 있다. 원트가 막 해체한 아이즈원의 이채연을 멤버로 집어넣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이돌 팬덤의 관심을 끌고 와 방송의 외연과 화제성을 키우는 카드였다면, 잼 리퍼블릭과 츠바킬은 시청자층을 글로벌 단위로 확장하고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과 영상 재생 수를 끌고 오기 위한 입간판이다.

두 팀 댄서들은 이질적인 외모와 활동 배경으로 캐릭터가 약한 한국 댄서들의 약점을 보충해 주고 있으며, 압도적인 춤 실력을 갖고 있어 경연의 질을 높이고 화제를 파생하고 있다. 첫 방송 이후, 오드리와 커스틴, 아카넨이 화제가 되고, 바다리 같은 한국 댄서들이 이들과 경쟁하는 그림을 연출하며 주가를 높인 것을 보면 제작진이 준비한 카드는 확실히 유효했다. 시즌 2가 기대보다 선전하고 있는 것엔 이들의 존재가 주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이 구도가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팀들은 또 다른 맥락에서도 원트와 닮은 역할을 떠안았다. 대다수 출연진과 다른 이질적인 정체성으로 대결과 갈등의 과녁이 되는 ‘굴러온 돌’이다. 원트가 ‘댄서 대 아이돌’의 대립 구도 속에 방송 안팎으로 텃세와 논란에 휩싸였다면, 잼 리퍼블릭과 츠바킬은 ‘한국 댄서 대 외국 댄서(혹은 일본 댄서)’라는 국가 대항전에 참가한 ‘외세’이다. 아직까지는 이 구도가 크게 과열되었다 볼 수는 없고 외국인 댄서들을 응원하는 시청자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배틀과 경연 판정을 보면 석연찮은 순간들이 있으며, 츠바킬은 지나치게 분량이 과소하다. 특히 아카넨이 약자 배틀에서 전 시즌을 통틀어 손에 꼽힐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도 “간절함”에서 밀려 패배한 것엔 많은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시즌 1은 중반 이후 시청자들 수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었다. 댄서들이 펼치는 쿨하고 강렬한 여성 활극으로 신드롬을 열었지만, ‘연예인 논란’으로 3주를 잡아먹으며 흐름이 늘어졌고 탈락을 피하려는 댄서들의 오열과 몸부림을 전시하는 낡아 빠진 신파가 되어 갔다. 이번 시즌 제작진이 방송의 일관성과 긴장감을 이어 가는 데 관건 중 하나는 글로벌 팀들에 대한 편집 노선이다. 해외 댄서들은 탁월한 역량과 이름값을 보유하고 있고, 방송 라인업에 다채로움을 부여해주고 있다. 시청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과몰입을 부추기거나 한국 댄서들에게 후광을 비추기 위한 조역으로만 소비한다면 방송이 가진 자원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왕 글로벌 단위로 판돈을 키웠다면, 구색만 갖추고 마는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연으로 꾸려 나가는 것이 보는 이들의 기대감에 부응하는 것이다.

제작진의 복안에 따라 출연진들 중요성을 나누고, 주인공으로 점찍은 출연자 외에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나 화제성을 위한 논란의 제물로 삼는 데 거침없는 건 엠넷 오디션 방송의 고질적 관성이다. 출연진들의 국적을 떠나, 이 가학적이고 구태의연한 관성을 얼마나 절제하느냐에 <스우파> 시즌 2가 좋은 흐름을 이어 가는 것이 달려 있다고 해도 빈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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